나의 맥킨지 이야기 (18): beach에서 보낸 5월

병원 프로젝트 기간 중인 3월 중순에 입사 전에 signing bonus를 받으면서 약속된 1년이 지나갔습니다.

맥킨지에 입사할 때 Associate, BA 모두 signing bonus를 받으며

1년 내에 퇴사할 경우 반환해야합니다.

입사 동기 몇명과 입사 1주년 기념 (=노예 계약 종료 기념?)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BCG에 합격해서 offer에 sign을 하고 signing bonus를 받았다가

이후에 맥킨지에 합격하면서 맥킨지의 signing bonus를 받아서

BCG에 입사 철회를 하면서 갚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두 회사의 signing bonus가 동일한 액수였고 두 회사 모두 미국 달러로 책정된 금액을

원화로 지급받았습니다.

당시 원화가 한참 강세이던 때라 환율이 1달러당 950~960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맥킨지에 입사한 이후 환율이 오르는 것을 보고 배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병원 프로젝트는 잘 끝났습니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갈 때쯤 되면 다음에 어느 프로젝트로 들어가게될 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가 현재 수행하고 있거나 곧 시작될 프로젝트 목록이

매주 이메일로 발송되는데 이를 보면서 지금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어느 프로젝트가 시작되겠구나하는 감을 잡습니다.

그리고 회사 내 프로젝트 배치 담당자와 자주 연락하면서 현재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 배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맥킨지에서는 컨설턴트를 프로젝트에 배치하는 과정을 스태핑(Staffing)이라고 합니다.

컨설턴트(Staff)을 배치한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 그렇다고 컨설턴트를 Staff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또한, 직원 한명이 있는 Staffing 담당 부서를 스태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파트너들은 프로젝트 제안을 받을 때부터 스태핑 부서와 협조합니다.

프로젝트 제안을 받으면 제안서를 작성해서 고객사로 보내고 PT를 하게 되는데

그 준비과정에서 실무적인 일을 담당해줄 컨설턴트 및 팀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파트너는 스태핑에 연락해서 현재 beach에 있는 팀장, 컨설턴트 상황을 보고

적당한 사람을 제안서 작업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다른 프로젝트 일을 하고 있는 팀장을 빌려 쓰기도 합니다.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우선이고 일부 시간을 내서 제안서 작업을 함께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당 제안서 작업이 특수한 산업 분야이고 해당 팀장이 그 분야 전문성이 높거나

향후 맥킨지에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맡겨줄 만한 신규 고객사이거나 프로젝트 규모가 커서

일하는 솜씨가 좋은 팀장에게 제안서 작업을 맡기고 싶을 때

현재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는 팀장에게 부분적으로 제안서 작업을 맡기기도 합니다.

 

제안서를 작성해서 고객사에 제출하여 맥킨지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결정되면

해당 프로젝트에 스태핑 시킬 팀장 및 컨설턴트를 선정하게됩니다.

담당 파트너 입장에서는 그 프로젝트에 최선의 자원이 투입되기를 희망하는만큼

가장 유능한 컨설턴트를 배치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제가 Beach에 자주 있었던 것이 유능하지 않아서는 아닌지… 쿨럭)

비슷한 시기에 여러개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

꼭 쓰고 싶은 컨설턴트를 제안서 작업 등 다른 경로로 빼돌린다(?)던지

아니면 프로젝트가 특수한 분야인 경우 해당 프로젝트에 그 컨설턴트가 필요한 이유를 가지고

다른 파트너들에게 읍소한다던지 해서 본인의 프로젝트에 배치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때 해당 파트너가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은 비용 문제입니다.

그 프로젝트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과 컨설턴트 배치로 인한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입니다.

대졸인 Business Analyst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Associate는 비싸다는 점

그리고 연차가 올라가면 인건비가 올라간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몸값은 싸지만 컨설팅 경험이 길어서 일을 잘 해내는

Senior BA가 잘 팔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Senior BA는 맥킨지 공식 직급은 아니면 근무 기간이 대략 1년 6개월 정도 넘어가는 BA를 이야기 합니다.)

 

이 과정에서 컨설턴트 본인의 의사도 고려하게 됩니다.

담당 파트너 혹은 클라이언트가 악명이 높은 경우 컨설턴트들도 그 프로젝트에 스태핑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새로 뜨는 다른 프로젝트가 없다거나 해서 본인이 그런 프로젝트로 팔려갈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도저히 그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싫으면 휴가 (leave)를 내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프로젝트에 배치되어 있지 않은 기간에 휴가를 내기가 쉽다는 점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휴가까지 쓰면서 프로젝트를 피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프로젝트가 연기되는 바람에

결국 끌려들어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 들은 바로는 맥킨지 서울 사무소가 working condition에 대한 악명이 높아서

프로젝트 스태핑에 대하여 silver bullet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는 일년에 두번인가에 한해서 정당한 이유없이도 프로젝트에 스태핑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제도가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 참여하게되는 1순위는 제안서 작업을 한 사람들입니다.

아무래도 수주간의 작업을 통해서 해당 산업과 고객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선호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객사 내부 사정으로 제안서 제출로부터 프로젝트 시행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제안서 작업을 한 컨설턴트들이 이미 다른 프로젝트로 팔려가 버려서

해당 업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서울 이외의 사무소가 하는 프로젝트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컨설턴트들은 외국에서 프로젝트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론적으로 세가지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서울 사무소 프로젝트로 하는 것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외국 시장 진출 혹은 시장 확대 전략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대략 8~12주 정도인데 그 기간 내내 외국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젝트 중간에만 외국으로 나가고 나머지 기간에는 서울에서 고객사와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시아 지역 내는 물론 유럽, 중동, 아프리카 , 남미 등 다양한 국가로 가서 일하게 되며

신흥 시장 진출과 관련된 경우가 많아 선진국 보다는 후진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는 외국 사무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제가 첫번째 프로젝트를 레저회사와 한 다음에 일본에서 하는 레저회사 관련 프로젝트를

할 뻔한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서울사무소 컨설턴트가 흔치 않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외국 사무소 프로젝트에 그 전문성이

꼭 필요한 경우 데려다 쓰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할 때, 다른 국가 컨설턴트들을 데려다 쓰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프리카에서의 공공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을 해보기도 했는데

뽑히지는 못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파트너와 연줄이 닿는 사람들이 뽑히는 경우가

많다고도 하는데, 그런 프로젝트는 보통 미국이나 유럽쪽 파트너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아시아 지역 컨설턴트가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또,  업무 평가 결과가 중요한데 지원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최고 등급인 Outstanding을

받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때까지 평균 (Tracking) 등급만 받았던 저로서는 언감생심이었던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외국 사무소에서 교환 근무 혹은 사무소 소속 변경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쯤 생각해 보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회사 차원의 공식 교환 근무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고

운이 좋이 않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또, 힘이 있는 파트너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부는 맥킨지 BA를 마치고 MBA를 졸업한 다음에 미국쪽 사무소로 소속 변경(Transfer)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입사 동기 한명이 그렇게 해서 지금 맥킨지 휴스턴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Transfer하기 위해서 기울인 노력이

거의 맥킨지 입사하기 위한 노력보다 대단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인기가 좋은 뉴욕이나 실리콘밸리가 아닌 텍사스에 있는 사무소를

집중 공략한 것도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Transfer 하는 경우 한직급을 깍여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사무소 EM이 미국 사무소로 가면서 Associate로 갔다가

나중에 서울사무소로 복귀하면서 다시 EM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외국 근무와는 별도로 고객사에 컨설턴트가 아닌 고객사 직원 자격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맥킨지에서는  Secondment라고 부릅니다.

맥킨지의 long-term client가  프로젝트를 했던 컨설턴트를 일정기간 고객사로 파견받기를 요청하고

그 컨설턴트가 받아들이는 경우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때, 맥킨지 컨설턴트로서가 아닌 고객사 직원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계약에 따라서 다르지만 3개월~12개월 정도 근무합니다.

맥킨지 입장에서는 고객사와 관계를 구축하고, 컨설턴트의 경험을 통해서

고객사 내부 사정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당시에 맥킨지와 많은 일을 했던 한 고객사의 경우, 여러명이 동시에 Secondment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Secondment를 나가게 되는 것은 고객사가 맥킨지 컨설턴트를 그만큼 ‘사랑’하고

맥킨지도 그 고객사가 프로젝트의 양이나 함께 일한 기간으로 보았을 때 그만큼 중요한 고객일 때에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부 고객사만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제가 병원 프로젝트를 마친 4월 말에는 마땅히 들어갈만한 프로젝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Beach에서 회사 내부 일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하게 된 일은 장비제조업에 있는 잠재적 고객사를 위한 워크샵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벌가운데 한 곳인데 오래 전에 맥킨지와 여러 프로젝트를 한 다음에 거의 인연이 없었습니다.

중국과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고려중인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처럼 제안서를 제출받는 것이 아니고

해당 국가 맥킨지 전문가들과 화상회의를 통해서 해당 시장에 대한 맥킨지의 1차적인 생각을

듣기를  원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시간 =  돈’인 컨설팅에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제안 과정에

이정도로 전문가들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두시간 동안의 워크샵에서 고객사가 평소 궁금증을 해소하고 프로젝트를 발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아마 해당 그룹과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투자로 간주한 것 같습니다.

 

저는 두 나라의 전문가들과 연락해서 자료를 취합하고 전체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로 정리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고객사가 속한 장비제조업은 한해 전에 했던 공기업 프로젝트와 연관된 업종이었습니다.

아마 추후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경우, 나름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고 프로젝트에 넣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 장비 제조업은 평소에 흥미가 없던 업종이지만 워크샵 준비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외국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정식으로 참여해서 핵심 자료들을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맥킨지 내부 지식 포털에 나오는 자료를 뒤져야 하는데

막상 그렇게 맥킨지 내부에 공개된 자료들은 client confidentiality 등의 문제로 인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은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다른 자료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리 맥킨지 컨설턴트에게는 ‘동료를 도와야할 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일개 컨설턴트가 쓴 이메일을 보고 꿍쳐놓은 자료를 선뜻 보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이 워크샵 준비를 할 때는 그런 어려운 없이 양질의 정보를 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워크샵은 맥킨지 서울 사무소의 화상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화상 회의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적어도 당시로는 맥킨지 사무소에 설치된 화상 회의실이

최첨단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술적인 특성은 잘 모르지만 화상회의실에서 하는 회의는 매우  생생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전문가는 각자 자신이 일하는 사무소에서 화상회의로 워크샵에 참여했고

서울사무소에서는 담당 파트너, 부파트너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사에서는 그룹의 family가 참여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던 분을 직접 보게되어 신기했습니다.

맥킨지에서 프로젝트를 하면 재벌 그룹의 회장님들 앞에서 보고하는 일들이

잦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중견 재벌의 경우 사장 혹은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메이저 재벌의 경우 계열사 사장 아래 임원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워크샵은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 재벌의 family는 매우 좋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분이었는데

워크샵 중에 해당 국가 전문가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보고

상당히 내공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크샵이 끝나고 정식으로 프로젝트 제안을 넣었지만 바로 결정을 받지 못해서

저는 다른 제안서 작업을 하게되었습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 워크샵은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걱정했던 것처럼 재벌 Family가 평소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맥킨지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워크샵이 끝날 무렵에도 아직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약은 없었고

다른 제안서를 쓰는 일에 배치되었습니다.

정유업에 있는 고객사가 당시 한창이었던 금융 위기 가운데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에 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업종이었기 때문에 걱정하면서 제안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다행인 것은 서울사무소가 정유업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맥킨지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자료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제안서 작업을 하면서 맥킨지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원유 수요-공급 정보 포털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웬만한 씽크탱크를 능가하는 수준의 자료를 축적해 놓아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안서는 고객사의 내부 사정에 대한 자세한 자료 없이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해당 업종의 기본과 동향을 파악하기에 좋았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로 배우는 것 없이 자료 정리만 하는 수준의 일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 참여했던 제안서 작업들은 나름 흥미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제안서를 비롯한 회사 내부 일을 할 때 힘든 것은 시간 관리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부 작업은 보통 파트너 한명과 팀장 혹은 컨설턴트 한두명이 하게 됩니다.

파트너의 경우,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관리해야하고 이런저런 고객 관리때문에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업무 시간에는 매우 바쁩니다.

제안서 작업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파트너의 당장 급한 업무에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낮에는 감독하는 사람 없이 혼자서 널럴하게 일하고

밤 열한시 쯤에 파트너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밤에 사무실에서 보자, 나중에 연락할게

라는 말을 듣고 기다렸는데

밤 열시 넘어서, 바빠서 지금 시간을 못내니 지금까지 작성한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점검을 하면서 수정 지시를 한가득 받고 나서

내일 아침에 수정한 내용 보자는 얘기를 들으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낮에 널럴할 때 지적받았으면 진작 다 끝냈을 텐데

한밤중에 일을 해야하니 능률이 떨어지게 마련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사무소가 전문성이 없는 프로젝트는

외국 사무소 사람과 conference call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국이나 유럽쪽 파트너의 경우 아주 이른 아침이나 한밤중에 콜이 잡히는 일이 잦았습니다.

제안서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간 내주는 것만해도 감사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낼 수 있는 시간에 무조건 맞추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연차가 차면 그 와중에 시간 조절하는 법을 익히게 되기 마련이었습니다.

낮시간에 맥킨지 서울 사무소가 있는 서울 파이낸스 센터 근처에서 놀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서 일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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