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케팅 101 (2): 4P와 구체적인 마케팅 활동

지난 포스팅 (마케팅 101 (1))에서 살펴본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STP)는

넓은 범위에서 마케팅의 틀을 정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곳에서 어떤 서비스를 어떤 가격에 제공할 것이며

어떻게 고객들에게 알릴 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4P라는 말로 정리하기도 합니다.

Place, Product, Price, Promotion의 네가지를 이야기 합니다.

 

Place는 보통 유통 채널을 의미합니다.

생산한 제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할 지를 말합니다.

병원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는 유통은 해당 사항이 없으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 즉 병원이 위치한 곳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피부과나 성형외과로 서울 전역 혹은 전국의 환자를 유치하기를 원한다면

강남역 혹은 압구정동과 같이 접근하기 좋고 사람들이 그런 곳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는

위치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소문만 듣고 직접 가보지는 못했는데

경기도 외곽 지역의 허름한 건물에 노인 피부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이 있는데

수도권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이 가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싸지도 않다고 합니다.

피부 시술에 관심은 있지만

강남에 있는 번쩍번쩍하는 피부과는 젊은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고

나이들어서 가기는 남사스럽다고 생각하는 분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사례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STP에서 고민한 것들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장소를 고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현실적으로 장소의 선택이 투자 여력과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자금의 범위 내에서 개원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어디이고

그 장소에 적합한 고객군은 누구인가를 거꾸로 고민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장소뿐만 아니라 4P 모두에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Product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내과 의원을 하나 차린다고 했을 때

고혈압, 당뇨, 감기 환자만 볼 것인지 아니면

건강검진 혹은 영양제나 예방접종 등 비급여 영역도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정도 고민을 하지 않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Product와 관련해서는 한단계 더 나아간 고민을 해야합니다.

예를들어 영양제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진료실 침대에서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안마의자에서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유명한 사례인  GF 소아과 의원처럼

건강한 아이들과 (주로 감염병으로) 아픈 아이들이 진료받는 곳을 분리하는 것도

Product 설계의 좋은 예입니다.

(동아일보: 병원서 병 얻는 일 없게… 한 소아과, 두 클리닉… 서울 방배동 GF소아과)

건강검진의 경우 공단 검진만을 할 것인가 일반 검진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들처럼 소화기 내시경을 포함한 일반적인 검진을 하는 대신

폐암과 같은 호흡기에 특화된 검진을 하는 고운숨결내과처럼

남들과 차별화된 영역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진료 영역 말고도 화장품이나 건강 보조 식품의 판매를 고려할 수도 있고

건강 주스나 즉석 이유식을 판매하는 것 또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 포스팅: 이런거 해보면 어떨까: 소아과 전문의와 함께하는 즉석 이유식 제조 )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서비스의 가격 (Price)입니다.

물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영역은 가격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이 가격을 책정할 수가 없고

비급여 영역은 가격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에 병원의 전략에 맞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가격 책정이 자유로운 비급여 영역 마저도

경쟁 병원의 서비스와 유사한 것을 내놓으면서 비슷한 가격 수준에 맞추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과 다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비교적 손쉬워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어 Big4병원에서 하는 고급 건강 검진의 경우 지금은 다들 비싼 검진을 제공하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시작할 때만해도 아무도 그런 가격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이 이를 벤치마킹해서 강남센터를 세울 때에도

삼성서울병원 이외의 병원이 고급 검진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Big4병원 모두가 고급 검진에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남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서비스에 남들과 다른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위 병원과 비슷한 것을 제공하면서도 다른 가격을 메기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콜라이지만 마트에서 산 것은 1,000원에 마실 수 있지만

호텔 커피숍에서 마시면 10,000원이 나올 수 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즉,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는 지에 따라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Product에서 예로 들었는데

똑같은 영양수액을 제공해도 일반 진료실 침대에서 맞을 때와

안락한 안마의자에서 맞을 때의 가격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근 지역에 직장인들이 많고 이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사우나가 없는 지역이라면

점심 시간에 안마의자에 앉아서  영양제를 맞으면서 쉴 수 있는 ‘시간’에 대해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안마의자가 없어도 가격 책정을 다르게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이지만 제가 어릴 때 살던 지역에

유독 장사가 잘되는 약국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이윤이 낮은)약은 다른 곳보다 싸게 팔아서

싸게 파는 약국이라는 소문을 내면서 손님을 모았고

대신에 자주 찾지 않는 영양제는 비싼 값에 팔아서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이렇게 창의적인 가격 책정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상 고객의 경제적 수준은 어떤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불하고자 하는 의향은 어떤지

같은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한 대형병원에서 새로운 비급여 진료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관련 회의는 항상 그 서비스와 관련된 진료과 교수님들이 주도하였습니다.

상당한 가격을 지불해야하고 국내에는 아직 선례가 없는 서비스인데도

과연 고객이 그 정도 가격을 낼 것인지, 그 정도 가격을 낼 고객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회의에서 교수님들이

‘비행기도 비싼 돈을 내고 퍼스트 클래스를 타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값비싼 고급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도 있다’

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시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되었지만

이렇게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기획을 하면서

고객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병원 내에 상업 시설을 입점하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이 자리 역시 병원 교수님들만 참석해서 탁상공론만 늘어놓았습니다.

아무리 병원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병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좌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유통이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들끼리만 논의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작은 의원에서 고객 설문조사 등 값비싼 방법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근지역 사람들의 경제력과 지불 의향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그 지역에 산다면 적어도 지역 주민의 경제력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지만

잘 모르는 지역에 개원하면서 주위의 아파트 가격만을 보고 막연히 짐작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이렇게 서비스와 관련된 중요한 부분들을 다 결정하고 나면

이제 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릴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홍보 (Promotion)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지적했지만 많은 의사들은 마케팅 = 홍보로 생각합니다.

또, 병원 마케팅 세미나 같은 곳을 가봐도 온라인 홍보 방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의사들이 마케팅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남들이 하는대로 따르거나

개원 컨설팅 회사에서 권하는 대로 결정해 놓고

홍보와 관련된 부분만 마케팅 에이전시에 맡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또 의사들이 마케팅의 다른 측면에 대한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에이전시라고 하는 곳들도 홍보 이외의 부분에 대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검색 광고나 블로그 카페 홍보 등을 통해서

놀라운 성과를 약속하는 에이전시들이 많이 있는데

실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이전시들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또 그들의 홍보 방식이 우리 병원에 잘 맞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블로그 마케팅을 해준다고 하는 곳에서

별 내용도 없이 사진 몇장과, 네이버 검색에 잘 노출될만한 키워드 몇개만 나오는

블로그 포스팅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그런 포스팅을 접한 고객이 그 병원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실제 방문을 하게될 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용이 있는 포스팅을 만들어준다해도

해당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원장이 원하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원장 혹은 병원 직원이 시간을 내서 쓰는 포스팅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블로그가 최선의 홍보 방법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블로그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를 찾아가면

홍보는 블로그 마케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블로그 마케팅 에이전시를 찾아가기 전에

블로그 마케팅이 우리 병원에 필요하고 도움이 될 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방문 전에 네이버 검색을 해볼 가능성이 높은지,

검색 결과에 나오는 블로그 내용을 보고 우리 병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지,

또 그렇게 홍보를 하는데 블로그가 가장 효율적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전단지, 물티슈, 지하철/버스광고 등)이 더 나은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점점 커지고 있는 페이스북 마케팅에 대해서도 똑같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거주 지역, 연령, 성별, 관심사 등 정밀한 타켓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장점이지만

내가 목표로 하는 고객군이 페이스북을 많이 이용하는지

또, 목표 고객군을 페이스북에서 찾아내고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제가 요양병원을 하면서 블로그에 쓴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동하고 있는데

요양병원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특성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요양병원에 모실만한 어르신의 아들이나 손자가 관심이 있을 것 같지만

나이와 사는 지역의 변수를 가지고 그런 분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상조회사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분들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마케팅에 대해서 이런저런 내용을 써보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STP부터 4P에 이르기까지의 내용들이

서로 일관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급여 영역 혹은 비급여이지만 질환 영역을 대상으로 하여

주로 인근 지역 환자를 타켓으로 하면서

마케팅 에이전시가 제시한 멋진 홍보 아이디어에 혹해서

서울 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하는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마케팅은 단순히 병원을 고객에게 알리는 홍보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병원이 진료 잘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가져야한다고만 생각하고

마케팅에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마케팅은 단순히 포장을 잘해서

고객에게 홍보하는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다시 검토해보고

필요하면 재설계하여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반적인 활동 모두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병원에 적용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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