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가격 책정과 가격 할인 (1): 비용 기반 가격 책정과 가격 경쟁

가격 할인 이야기가 나오면 단순히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박리다매 혹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가격 경쟁으로 치부해버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박리다매나 가격 경쟁 자체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좋은 경영자라면

언제, 왜 가격할인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냥 남들 따라하는게 아닌 전략적 가격 할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가격 할인의 한단계 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습니다.

원가 기반, 경쟁 기반,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이 그것입니다.

  1. 비용 기반 가격 책정: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들어간 비용을 측정하고 거기에 일정한 마진을 얹는 방법
  2. 경쟁 기반 가격 책정: 경쟁자의 제품 가격을 놓고 거기에 경쟁 상황을 감안해서 가감하여 가격을 정하는 방법
  3.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을 알고 그에 따른 최대한의 가격을 청구하는 방법

 

1. 비용 기반 가격 책정

 

1번 비용 기반 가격 책정은 해당 기관의 내부 운영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보통 비용만 가지고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해당 기관을 계속 운영하기 위한 최저 가격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치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가격 경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가격은 제조 비용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비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비용에는 평균비용과 한계비용이 있는데 그 마지노선이 평균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우 가격은 한계비용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평균비용은 들어간 총 비용을 생산 대수 혹은 공급량으로 단순 평균한 것입니다.

의료와 같은 서비스업에서 비용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미용 레이저 시술을 100번하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 (레이저 기계 값, 인건비,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이 2000만원이라면

평균비용은 20만원인 셈입니다.

한계비용은 레이저 시술 한번을 추가로 할 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레이저 기계 값이나 임대료는 시술을 한번 더 하는것과 무관하게 들어가는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이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의사와 간호사 등 관련 인력의 인건비와 레이저 기계 운영비 (부품, 전기요금 등) 정도입니다.

라식 수술의 한계 비용은 평균비용인 20만원보다는 훨씬 쌀 것입니다.

예를들어 라식 수술의 한계 비용이 5만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레이저 시술을 하는 피부과에서는 시술 한건당 5만원 이상만 받으면 남습니다.

10만원, 20만원 받으면 좋겠지만 경쟁이 심하다면 5만원만 받아도 유지는 가능합니다.

따라서 경쟁이 아주 심해지는 경우 한계비용인 5만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피부과 레이저 시술 비용은 제가 임의로 추정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가격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은 한계비용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데

치열한 경쟁이 붙어도 가격이 평균비용 이하로는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착각하고 손쉽게 가격경쟁에 나섰다가는 큰 손해를 보게됩니다.

한계비용보다 많은 돈을 받기만 하면 그래도 돈을 버는 것 아니냐고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레이저 기계도 언젠가는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고물이 되거나

소비자들이 새로운 레이저 기계가 나와서 교체를 해야할 텐데

한계비용만 벌어서는 그 비용을 충당할 수가 없습니다.

즉, 가격이 한계비용까지 떨어지는 경우

당장 유지는 가능할 지 몰라도 병원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한계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의료의 경우, 한계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사의 인건비입니다.

따라서 의사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시술 1건, 수술 1건당 인건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최근 대학병원들이 앞다투어 토요일 진료를 개설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의사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더 저렴한’ 의사를 고용하는 것입니다.

수술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가 수술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핵심이 되는 부분만 교수가 수술을 하고 배를 열고 닫는 등 덜 중요한 부분은

전임의나 전공의가 하는 것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박리다매를 내세우는 피부과에서 상담은 피부과 전문의가 하고

레이저 시술은 피부과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에게 맡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부분에서 같은 비급여과이지만 피부과와 안과의 차이가 있습니다.

피부과 레이저 시술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가 않으며

환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의에게 맡길 수 있는 여지가 크며

실제 일반의에게 맡김으로써 한계비용을 절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과의 경우 실제로는 라식 기계가 다 알아서 한다고 해도

부위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안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맡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인건비가 저렴한 일반의를 고용해서 맡기기가 힘듭니다.

이런 점에서 피부과는 한계비용을 낮출 여지가 더 크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가격전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라식 수술의 가격 인하와 관련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게다가 원장 한명이 운영하는 병원인 경우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 단기적으로

의사 인건비 전체를 차지하는 본인의 인건비를 한계비용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격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부 미용 시술 의원의 개원 초기에 가끔 발생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경쟁이 심해지는 경우 더 자주 발생할 지도 모릅니다.

 

이런 가격경쟁은 주로

  1. 한계 비용이 낮은 산업
  2. (특히, 한계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규 경쟁자들의 자유로운 진입
  3. 차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제품/서비스

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잘 일어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항공산업입니다.

한명의 승객을 비행기에 더 태우는 데 드는 한계 비용은 매우 낮습니다.

비행편의 경우, 승객이 몇명이 있더라도 스케줄대로 운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명의 승객을 태우는 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비행기가 약간 더 무거워진 것으로 인한 기름값 정도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항공 시장은 세계 최대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커서

그 시장의 일부만 차지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규 경쟁자들의 진입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별 문제 없이 이동시켜주기만 하면

항공사간에 큰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항공산업에서는 반복적으로 극심한 출혈경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컨티넨털 항공사를, 델타 항공이 노스웨스트 항공을 인수하고

아메리칸 항공과 US Airways가 합병하면서 경쟁들이 정리된 후에야

이런 가격 경쟁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비급여 의료시장을 놓고 보면

한계 비용의 경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피부 미용 시술 분야가 가장 낮습니다.

 

신규 진입의 경우 안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일하기 힘든 라식 분야가 가장 힘들 것이며

비전문의들이 활동하고 있는 성형 수술, 피부 미용순으로 점차 쉬워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 이때 신규 진입이 많고 적고의 문제는 수요보다 얼마나 많은 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안과 전문의만이 라식 수술을 할 수 있다고해도 시장 수요 대비 안과 전문의 수가 많으면

신규 진입이 많다고할 수도 있습니다.

 

차별화는 성형수술이 가장 잘 이루어질 것이고 안과와 피부과는 힘들 것입니다.

안과와 피부과에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바로 차별화를 위해서 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성형 수술이 가격 경쟁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며

안과와 피부과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 중에 예방접종의 경우, 주사 값 이외에 들어가는 한계 비용이 적고

의사라면 거의 누구나 놓을 수 있으며 예방 주사 자체의 종류를 제외하고는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의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거의 덤핑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곳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그렇다면 가격 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하의 내용은 Harvard Business Review 잡지의 How to Fight a Price War 를 참고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담합입니다.

예를들어 강남역 근처의 안과 원장님들이 모여서 라식 가격을 정하고

그 이하로는 받지 않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위에서 말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들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담합을 한다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서 가격 전쟁을 시작하는 경우 모든 자원을 투여해서 보복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옆병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협박을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가 믿을만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에 쓴 라식 수술의 가격 인하는 왜 심해졌는가? 포스팅의 뒷부분 (5. 라식 수술을 둘러싼 경쟁 상황 )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오래된 기계로 하는 라식 수술의 가격만 낮춤으로써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계로 하는 라식 수술에서도 가격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어

수익이 높은 분야에서 가격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 경쟁이 벌어졌을 때의 대응 방법

 

경쟁자가 가격 경쟁을 시작했을 때, 가격 할인으로 맞대응하는 이외에 몇가지 대응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비가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가격을 낮추는 대신 품질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환자 안전과 관련된 인증제도인 JCI 인증을 받은 국내 의료기관이 30군데인데

이중에 종합병원이 12군데이고 치과가 10군데, 안과/성형외과가 각 2군데, 피부과가 한군데로

종합병원보다 개원가 비급여 진료과의 숫자가 더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라식 수술 병원들이 사전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한다는 점을 내세운다거나

성형외과 병원들이 마취과 의사가 상주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도

모두 가격경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품질을 앞세우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환자 안전에 대한 신문 칼럼 혹은 광고를 내거나 TV 고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선택적인 가격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인하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래된 라식 기계로 하는 라식 수술만 가격을 낮추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능하다면 가격을 낮추기 보다는 1+1으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두개의 제품을 다 쓸 때까지 시장에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경쟁자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인하의 효과를 보지못하고 가격 경쟁을 지속하기 힘들어집니다.

이를 병원에 적용한다면 피부 레이저 시술 10회에 50만원 받던 것을 20회에 50만원을 받는 식으로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맞대응할 브랜드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가 항공사들이 시장 점유율 높여가자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을 설립한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존 브랜드의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 지불 의향이 높은 고객들에게도 낮은 가격을 받게 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 할인을 위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와 새로운 브랜드 간에 확실한 차별이 있어야 합니다.

의료기관에서라면 기존에 자리를 잡은 피부 미용 클리닉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인테리어나 편의 시설 수준을 낮추고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진료하는

클리닉을 개설하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단, 의료기관은 1인 1개설이 원칙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격 책정 방식 가운데 비용 기반 가격 책정과 가격 경쟁에 대한 내용을 살펴 보았습니다.

두번째인 경쟁 기반 가격 책정의 경우 많은 병의원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따로 다룰만한 내용이 없어서

다음번 포스팅에는 지불 의향 기반 가격 책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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