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스타트업바이블의 저자인 배기홍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쓰신 글인데
제목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 해결하기입니다.
글 내용을 보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스마트 물병을 예로 들었습니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물을 마시하고’ 해주는 제품인데
‘내 몸에 물이 부족하다는 걸 굳이 기계가 나한테 말을 해줘야지 알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길지 않은 글이니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댓글이 몇개 달려있는데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1. 문제가 있는 지 없는 지 단정하기는 힘들다.
: 인터넷이나 slack과 같은 프로그램이 생기기 전에 그 것을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2. 문제의 해결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 차별화된 가치가 불편을 해결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물병의 경우 물을 잘 못마시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구매한다기 보다는
체계적인 물마시기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구매한다고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글이고 재미있는 댓글들입니다.
배기홍님은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쓰셨는데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기 보다는
많은 소비자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문제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 물병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스마트 물병의 효용은
건강하게 살기위해서는 하루 1.5~2L의 물을 마셔야하는데
현대인들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해겠다
는 것입니다.
문제는 하루 권장량인 1.5~2L의 물을 마셔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을 지인 것 같습니다.
아마 건강에 신경을 쓰는 분들 중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게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분들은 꽤 많으시겠지만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 글의 댓글에 보면
비타민 안먹어도 잘 살지만 먹으면 좋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비타민 C가 팔린다
라는 내용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비타민 혹은 영양제를 먹어야 겠다는 인식에 비해서
물을 충분히 마셔야 겠다는 소비자 인식은 매우 적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데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특히 스마트물병을 만드는 회사의 경우 스타트업일 가능성이 높을텐데
많은 사람들에게 물을 충분히 마셔야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작업에는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스마트 물병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이런 경우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자주 보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특성 상 의학적 효용에 주목해서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의학적 효용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매체에서는 Fitbit과 같은 일반적인 활동량 측정계를
새로운 웨어러블들이 대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New wearable technology could replace your old fitness tracker라는 제목의 기사 인데
이 기사에 소개된 나온 웨어러블에 대해서 읽으면서
의학적 효용은 있으나 소비자가 크게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사에서는 몇개의 웨어러블을 다루고 있는데
하나는 UpRight라는 이름의 웨어러블입니다.
이름 그대로 자세를 똑바로 잡도록 도와줍니다.
허리에 1회용 부착 제품을 붙이면 자세가 구부정할 때 진동이 와서
자세를 바로잡도록 알려준다고 합니다.
또다른 제품으로는 귀에 끼우면 씹는 습관을 측정해서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BitBite 이 있습니다.
(이외에 두개 제품이 더 있으니 이 글의 논지와 무관해 보여서 제외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들 제품들도 스마트 물병과 비슷해 보입니다.
UpRight는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을, BitBite는 씹는 습관을 바로 잡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건강해진다는 의학적 효용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자세와 씹는 습관을 지속적으로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이 제품들이 갑자기 대박을 쳐서 제가 바보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의학적 효용과 소비자 인식 간의 간극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것이
애플워치에 내장되어 있는 activity app이 측정하는 것 가운데 ‘Stand’입니다.
직장인들이 근무시간 내내 앉아있기가 쉬운데
적어도 한시간에 한번은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Stand는 한시간 동안 한번도 일어나지 않으면 알람을 줘서
일어나도록 도와줍니다.

위의 사진이 애플워치의 activity app 화면인데 제일 안쪽에 있는 파란색 링이 Stand를 나타내며
한시간마다 일어서면 링이 온전히 채워지게 되어 목표를 달성했음을 알려줍니다.
저는 애플워치를 쓰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만
꽤 많은 분들이 유용한 기능이라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서
잘 사용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애플워치가 나오기 전에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웨어러블 제품이 나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시간에 한번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 의학적 효용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인식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를 놓고 생각해보면
스마트 물병에서와 같은 소비자 인식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위한 방법의 하나는
애플 정도 되는 회사가 애플워치와 같이 (적어도 애플 팬들에게는) 효용이 있는
제품에 여러 기능 중 하나로 탑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애플워치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인 제품을 출시한다면
먼저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의사를 통해서 환자들에게 그 문제의 중요성을 교육시키거나
연예인 협찬을 통해서 연예인이 사용하는 모습을 TV에서 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양쪽 모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들 제품이 높은 효용을 가질 수 있는
특정 소비자군을 우선 공략하는 것입니다.
스마트 물병이나 UpRight, BitBite의 경우 우선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녀의 건강과 관련된 것에는 지불 의향이 높은 편이고
부모가 옆에서 ‘쪼아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소비자 인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례는 아니지만
임신부에서의 체중 관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임신 기간 중 체중은 12kg 정도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런데 몇 년전까지 임신 기간 중 체중이 지나치게 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임신부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즉, 누군가가 몇년 전에 임신부 체중 관리 서비스 혹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경제적/교육 수준이 높은 임신부들을 중심으로
체중 관리에 신경쓰는 임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임신부들을 교육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모습을 보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임신중에도 체중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접하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작은 규모의 관련 사업을 해볼만한 시장은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앞서 다룬 스마트 물병, UpRight, BitBite또한 의사의 교육 혹은 대중 매체의 영향등으로
향후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썼던
디지털 헬스케어의 효용에 대한 포스팅 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이때는 수면 패턴 측정기인 Zeo와 삼성 스마트폰에 내장된 심박변이도를 예로들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다루었습니다.
Zeo와 심박변이도는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의학적 근거가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경우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용이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글에서 다룬 것처럼 소비자의 효용에는 또다른 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소비자가 해결을 원하는 문제인가 하는 점입니다.
Zeo와 심박변이도가 다루는 수면장애와 스트레스는 소비자가 해결을 원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물병의 경우 의학적 근거가 있으며 해결책은 제시하지만
다수의 소비자가 문제로 인식하는 지 여부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위의 차트와 같습니다.
뜬금없이 엠씨스퀘어를 넣은 것은
사업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의학적 효용보다 소비자의 문제 의식과 해결책 유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뜻에서 입니다.
‘헬스케어’ 제품이라면 의학적 효용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의학적 효용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는 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사업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글을 마치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제가 예로 든 제품들과 관련해서 소비자 조사를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엉뚱한 사례를 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정도로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IoT와 healthcare연계 비즈니스가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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