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시대입니다.
빅데이터, 딥러닝과 함께 시대의 키워드 혹은 마케팅 키워드가 된 듯합니다.
여기에 부응해서 저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의 플랫폼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책, 블로그 포스팅, 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많은 경우 이런 패턴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 이제 플랫폼 시대. 플랫폼 짱
- 우버, 에어비앤비만 플랫폼 인 줄 알지? 세상 모든 게 다 플랫폼이 될 수 있임
- 그래도 우리는 우버, 에어비앤비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배울 것이 많은 자료들임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서 다룰 것 처럼 시작하다가 결국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소위 양면 시장에 대한 논의로 끝나거나
뭔가 서로 다른 점이 있는 플랫폼들을 묶어서 통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분류 방법 중 하나가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저널에 실린
“How to manage outside innovation”에 실린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관련된 서적 몇권에서 이를 인용한 경우를 보았는데
문제는 각자 자기 편한대로 이를 해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Integrator platform과 Two-sided platform을 분류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왜 어떤 플랫폼이 거기에 해당하는 지를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앱스토어는 보통 two-sided platform으로 생각하는데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를 Integrator platform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가 등록 과정을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도 Integrator platform과 two-sided platform을 분류하는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한번 나름대로 플랫폼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플랫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용어 사용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논의에 필요한 기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다른 사람이 참여함으로써 기존 참여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많을 수록 휴대전화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Platform revolution 책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사원은 첫번째 전화기를 판 사람이다.’는 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간접과 직접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는 위에서 살펴본 전화기 사용자의 경우를 말합니다.
동일한 종류의 사용자가 느끼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이와는 달리 다른 종류의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신문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신문 광고주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교차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서로 다른 사용자 집단이 함께 느낄 수도 있고
어느 한쪽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버(혹은 카카오택시)의 경우 승객과 운전사 모두 서로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반면
신문의 경우 광고주는 독자에 대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만
독자는 광고주에 대해서 그다지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주가 많아진다는 사실 자체에서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독자는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즉, 간접 네트워크 효과는 두 방향 이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개념을 염두에 두고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플랫폼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개념이 네트워크 효과이기 때문에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서 분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네트워크 효과, 특히 양쪽 방향으로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플랫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다룬 “How to manage outside innovation” 에 나온 Product platform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동일한 자동차 뼈대를 사용해서 서로 다른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인텔의 칩을 서로 다른 컴퓨터 회사들이 컴퓨터에 장착하는 것
인공지능 IBM 왓슨을 다양한 곳에서 적용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플랫폼을 제품 플랫폼이라고 부르겠습니다.
Product Platform 이외에도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플랫폼이 있을 수 있겠지만
논의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무식해서 더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네트효과만 있는 경우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경우입니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초기의 Facebook과 카카오톡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개별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때, Facebook의 경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라고 묶어서 이야기 했지만 사용자의 역할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사용자가 타임라인에 글을 쓰면 컨텐츠 생산자가 되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소비자가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유사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직접 네트워크효과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간접네트워크가 작용하는 방향입니다.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느냐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문의 경우 한 방향으로만 작용합니다.
구글 검색 엔진이 처음에는 뛰어난 검색엔진을 갖춘 하나의 웹 서비스로 존재하다가
광고주를 끌어들이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사용자는 구글 검색 엔진의 검색 능력이 뛰어나서 사용할 뿐
네트워크 효과를 느끼기 힘든데
광고주의 경우 구글 검색 엔진 사용자가 많아질 수록 큰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신문이나 구글 검색엔진과 같은 경우를 단방향 양면 시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여러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흔히 이야기 하는 플랫폼입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승객이나 숙박객이 많아질 수록 운전수 혹은 숙소 제공자가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고
반대로 운전수나 숙소 제공자가 많아질 수록 승객과 숙박객이 느끼는 가치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다방향 양면시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방향 간접네트워크를 만들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서로가 상대편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쪽이 먼저 들어오기 전에 다른쪽을 끌어들이기 힘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가 있어야 승객이 참여할 것이고 승객이 있어야 운전수가 참여할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플랫폼에 우선 들어올 여지가 높은 쪽을 먼저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플랫이 잘 되었을 때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쪽,
좀 단순화시켜서 이야기 하자면 플랫폼을 통해서 얻게될 이익이 크기 때문에
당장 어떤 가치나 자원을 투자할 가능성이 큰 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버의 경우 운전수,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소 제공자가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Business와 Consumer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의 경우 대개 Business가 이에 해당합니다.
또, 현실적으로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보다는 사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쉬울 것입니다.
플랫폼이 한가지 종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서 다른 종류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이런 점을 보여줍니다.
(단, 화살표가 움직이는 순서와 플랫폼의 실제 진화방향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 플랫폼에 속하는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처음에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손쉽게 탑재해서 쓸 수 있는 운영체제였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Product platform이었습니다.
이후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Google play를 통해서 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함께 늘어났고
이를 통해서 스마트폰 사용자와 앱 업체들이 서로 간에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위의 표에서는 화살표로 표시하지 않았지만
인텔의 칩이나 고어텍스 섬유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PC 회사나 의류 회사가 이들 제품을 탑재할 때는
이들 제품의 성능이 우수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우수한 성능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거나
이들 회사들이 Intel Inside 와 같은 소비자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인텔 칩이 내장되거나 고어텍스 섬유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게 되어
간접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아이폰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아이폰과 iOS는 애플이 독점 제작하기 때문에
처음에 아이폰이 나왔을 때 이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제품이었습니다.
이후 아이튠스와 앱스토어가 자리를 잡으면서 강력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이 만든 음성 비서인 에코 역시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의 경우 처음에는 사용자들 간에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강했으나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나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서 좀 더 전문적인 컨텐츠가 제공되고
게임 기능이나 광고가 붙기 시작하면서
단방향, 다방향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함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검색 엔진 역시 다른 모습으로 변해왔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는 사용자가 늘어나서 검색 회수가 많아지면
검색 엔진의 검색 능력과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구글의 광고가 점점 더 개인 맞춤형으로 제시되면서
소비자는 광고를 정보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여기서 가치를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때,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단 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랫폼이 진화하는 모습을 놓고 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단계를 밟아서 다방향 양면 시장쪽으로 변해간다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격을 그대로 가진 채 새로운 플랫폼의 성격을 추가해 나가는 형식입니다.)
위의 표에서 모든 종류의 플랫폼을 다룬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신문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결국 그렇게 진화합니다.
이 점은 결국 네트워크 효과 가운데 다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강력하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별 플랫폼 별로 생각해 보면
제품 플랫폼의 경우 최종 사용자와 접점이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지 못한 commodity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최종 사용자의 인지도를 제고하여 간접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형 플랫폼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단방향 간접네트워크 효과만 있는 경우에는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수익 구조는 문제가 없으나
소비자를 더 강하게 붙잡아 두기 위해서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여러 방향으로 키울 필요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플랫폼 대다수의 최종 종착지가 다방향 양면시장이라는 사실에서 생각해 볼 점은
여러 플랫폼의 현재 모습은 비슷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형태로 시작해서
다양한 경로를 밟아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일반화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많은 플랫폼들이 처음부터 양면시장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전반에 대한 이런 분류 틀을 가지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의 대표적인 플랫폼들을 각 유형에 따라서 표시했는데
각각의 플랫폼이 발전한 방향을 모두 표시하다 보니 그림이 복잡해 졌습니다.
그림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다른 영역을 넘나 들면서 진화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같은 영역에 머물어 있는 것은 다방향 양면 시장에 속하는 것들 뿐 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것이 Teladoc, HealthTap, Validic 및 퀄컴이 만든 2net 입니다.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원격진료 회사인 Teladoc의 플랫폼으로서의 특성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HealthTap은 의료 상담을 올리면 의사가 답변을 달아주는 상담 플랫폼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의 의료 상담을 좀 더 체계화한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HealthTap은 이렇게 확보한 의료 소비자와 의사들을 바탕으로 해서
HealthTap Prime이라고 하는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Validic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헬스케어 제품의 데이터를 모아서
사용자들의 활동량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기관이나,
의료기관 등 데이터 수집이 필요한 곳에 연결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Business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판매자)와 Business (웰니스 프로그램, 의료기관)을 연결시켜주는 형태입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2억2천3백명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270개 기기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데이터를 카이저 퍼머난테 같은 의료기관,
Cerner와 같은 전자의무기록 회사 및 존 행콕과 같은 보험회사에게 연결시켜 줍니다.
이외에도 제약회사의 임상 시험이나 미국 정부의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와도 연결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일반 사용자와 회사 간의 연결에 집중한다면
Validic은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관을 연결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Validic은 디지털 장비가 측정한 데이터를 연결하였는데
2016년 CES에서는 아날로그 데이터를 연결해 주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VitalSnap이라는 이름의 기술로 혈압계 등 인터넷으로 연결되지 않는 측정 수치를 사진으로 찍으면
이를 인식해서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줍니다.
디지털 기기와만 연결되었든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아날로그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더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기존에 연결한 기관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기관들을 유치함으로써 플랫폼의 가치를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Validic은 처음에는 웰니스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여주기 위한 제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참가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데이터를 모으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고객사들은 데이터 수집 기능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분사시키며 현재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더 유명합니다.
앞서 다방향 양면 시장은 어느쪽을 먼저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Teladoc이나 HealthTap과 같이 Business(의사)와 Consumer(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과 같은 가치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Business를 먼저 참여시키는 것이 수월합니다.
Validic과 같은 Business to business platform의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Validic의 역사를 보면 웰니스 프로그램들이 데이터 수집 플랫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참여시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역시 이런 플랫폼에 큰 가치를 느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웰니스 프로그램에 채택되는 경우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활동량 측정계의 대명사인 Fitbit의 경우 이러한 B2B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합니다.
즉, 양쪽 모두 플랫폼에 참여할 유인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이 더 큰 가치를 느낄지는 다소 불확실해 보입니다.
Validic의 과금 체계를 보면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Validic은 제품 업체에게는 과금하지 않으며 데이터를 끌어가는 쪽에만 과금을 하고 있습니다.
즉, 두 곳 가운데 웰니스 프로그램 등 데이터 사용처가 플랫폼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펴본 B to C 플랫폼의 경우
돈을 버는 쪽 (예: 원격진료에서 의사)이 더 큰 가치를 얻기 때문에 플랫폼에 먼저 참여했는데
B to B 플랫폼인 Validic의 경우 돈을 내는 쪽 (웰니스 프로그램)이 더 큰 가치를 얻으면서 플랫폼에 먼저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볼 점은 Validic을 사용하는 병원들도 돈을 내고 있을 지 하는것입니다.
데이터를 끌어 쓰는 쪽이 돈을 내는 것이 비지니스 모델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병원이 환자의 평소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할 정도의 의향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다수의 대상 인구 집단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Population health management가 확산되면서 점차 지불 의향이 생겨날 가능성은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시작하지 않은 플랫폼들은 대개 다른 영역을 거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비헬스케어 플랫폼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해온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IBM 왓슨의 경우 그 자체로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제품 플랫폼입니다.
이런 범용 기반 기술을 항암 치료 방침 결정이나 당뇨 환자 관리와 같은 구체적인 헬스케어 영역에 접목시킴으로써
Product platform 성격의 헬스케어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암 치료의 경우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와 MD Anderson Cancer Center 두곳과 협력을 하여
Watson oncology를 만들었고
이후 당뇨병과 관련하여 의료 기기 회사인 Johnson & Johnson과 Medtronic,
그리고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를 파트너로 끌어들임으로써
향후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제품 플랫폼에서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발전한 다음
여기에 Google Fit을 더하여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헬스케어 제품으로 시작해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이폰은 제품에서 비헬스케어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발전한 다음
HealthKit을 더하여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넘어옸습니다.
Fitbit과 연동되고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KidsMD라는 소아 증상 관리 앱이 최근 만들어진
아마존 에코 역시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엔진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검색이라는 서비스를 기가막히게 제공하는 회사로 시작해서
직접,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모두 가진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2014년 건강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이후 정식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검색 결과와 연계하여 원격진료를 제공함으로써
언제라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제품으로 시작해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경우로는
활동량 측정계의 대명사인 Ftibit, 개인 대상 유전자 분석회사인 23andMe와
피트니스 기록 플랫폼인 MapMyFitness가 있습니다.
23andMe는 의사 처방 없이 개인을 대상으로 해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초기에는 질병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공하였고
이후 FDA로 부터 이에 대한 검사를 금지당했다가
지금은 상염색체열성 (Autosomal Recessive) 질환의 보인자에 대한 선별 검사에 대해서
허가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23andMe는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에 개인들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면서 이를 익명화하여 제약회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때, 개인은 (적어도 아직은) 제약회사로 인해서 얻는 것이 없지만
제약회사는 23andMe에 검사를 의뢰하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느끼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간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3andMe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외부 회사들이 개인의 동의를 받아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즉, 다방향 양면 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특정 인종과 성별을 가진 사람이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사이트가
나타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향후 흥미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Mapmyfitness나 myfitnesspal과 같은 피트니스 앱의 시작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동량을 기록할 수 있는 일종의 운동 일기장이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발전하였고
다양한 디지털 피트니스 제품들과 연계되면서 다방향 양면 시장의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Fitbit도 이와 유사하게 활동량 측정계를 판매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사용자들이 Ftibit 앱을 통하여 서로의 운동량을 보면서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고
다른 앱과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게 해주면서 다방향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갖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헬스케어 플랫폼 내에서 다른 형태로 발전해온 경우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Patientslikeme입니다.
주로 희귀병 환자를 환자들이 모여서 자신의 건강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증상이 그 병 환자에서 일반적인 것인지 아니면 병과 무관한 증상인지
또, 어떤 약이 잘 들을 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병을 가진 환자가 많아질 수록 환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커지게 됩니다.
Patientslikeme는 이렇게 수집한 환자 데이터를 익명화해서
제약회사나 연구기관에 판매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임상 시험을 운영하는 기관들을 끌어들여서
아직 테스트 중인 신약을 사용해 볼 기회를 얻기를 원하는 환자들과
이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하기를 원하는 기관을 연결해주는
다방향 양면 시장의 성격을 갖추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정리해보면 몇가지 흐름이 보입니다.
첫째, 앞서 일반적인 플랫폼 전체에 대해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헬스케어에서도 많은 플랫폼들이 최종적으로 다방향 양면시장으로 발전해 갑니다.
이는 일반 플랫폼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익 확보와 사용자들의 lock-in 효과를 노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비헬스케어 영역에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경우
대개 비헬스케어 플랫폼 혹은 헬스케어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본 경험을 쌓은 이후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즉, 비헬스케어 제품만을 만들던 회사가 바로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려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이 사실만 놓고서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의 법칙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다른 디지털 시장에 비해서 늦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헬스케어 산업의 특수성을 생각해 볼 때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이 고려해 볼만한 사실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S-Health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는데
적어도 위에서 살펴본 회사들의 사례들을 놓고보면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만한 점은 아직 압도적인 강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수나 데이터 연결 건 수와 같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이들 플랫폼이 생긴 이후 이전에 비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가 크게 늘어나거나
업체들이 더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다는 점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플 헬스킷과 구글 핏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단숨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이며
구글과 애플이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아이튠스 등을 통해서
비헬스케어 모바일 영역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아직 압도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은
1.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자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2. 업계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형태로 플랫폼이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1번은 헬스케어 업계 자체의 보수성과 헬스케어 비지니스 구조의 복잡성
, 예를 들어 사용자-사용 여부 결정자-지불자가 모두 다르며 이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 때문일 것인데
이는 플랫폼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2번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하기 보다는
막연히 헬스케어 제품을 묶어준다는 플랫폼의 형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소비자 맞춤형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한가지는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이고
다른 한가지는 소비자가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헬스케어의 속성상
개인에게 맞는 것을 제공하고 이해를 돕는 등 데이터 연동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Healthkit은 피트니스에서 부터 환자 관리까지 너무 넓은 영역을 다루고자 하다는 점에서
첫번째, 두번째 이슈 모두에 해당하고
구글 fit은 피트니스라고 하는 세분화된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첫번째 이슈는 양호하지만
데이터 연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두번째 이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슈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면 이는 결국 헬스케어라는 방대한 영역 내에서
의미 있는 단위의 다양한 Vertical platform들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애플은 Healthkit 발표 이후 모바일 의학 연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연구 플랫폼인 Researchkit과
주로 병원에서 환자 관리용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 (이라기 보다는 제작도구)인 Carekit을 내놓았는데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를 도와주는 영역으로 집중해 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료기관에서의 활용이라는 영역도 손쉽게 커버하기 힘들 정도로 넓기 때문에
추후 당뇨병 등 좀 더 세분화된 영역 별로 쪼개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버티컬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는 또다른 경우로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부모가 자녀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18-35세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들의 미용,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다이어트 제품부터 시작해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을 도와주는 제품, 피부 관리 앱,
생리 주기 관리 앱등을 모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리 주기 기록 기능을 바탕으로 이를 사용하는 젊은 여성 사용자를 모은
NHN엔터테인먼트의 핑크 다이어리 앱이 이런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데이터 연동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건강 정보 혹은 사용할 앱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기능이나
대화형 플랫폼을 통한 문제 해결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도메인에서 두세개 이상의 플랫폼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구글 핏과 애플 헬스킷이 등장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다른 의미있는 플랫폼이 나타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보면 아직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SN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최초의 SNS가 아니었던 것처럼
선점 효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용자에게 의미있는 제품을 경쟁자보다 빨리 내놓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애플이나 구글도 수많은 인재들이 의미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경쟁이 되겠지만 아직 후발주자들이 그리 늦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후발 주자들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아서
판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