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loton의 S-1 읽어보기

Peloton은 스마트 피트니스 기기 및 운동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보통 ‘스마트’ 어쩌고 하면 대충 센서가 들어가 있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Peloton의 제품은 거기에 더해서 피트니스 컨텐츠를 제공하여 사용자들이 즐겁고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Peloton의 스마트 실내 자전거를 구입하면 (별도로 구독해야 하는) 온라인 스피닝 클래스를 보면서 운동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실내 자전거의 센서를 통해서 사용자의 운동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현재 상태를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유도하는 식으로 더욱 열심히 운동하도록 해줍니다.

피트니스 기기 제조, 판매에 더해서 기기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컨텐츠까지 제공하는 형태의 비지니스로 ‘홈트레이닝 업계의 애플’, ‘실내 자전거에 넷플릭스를 결합하다’는 등의 평을 듣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스피닝 클래스 업계의 강자인 Soul Cycle과 경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한 기사에 따르면 2018년 3분기에 (2018년 7~9월) Peloton의 분기 신규 고객 수가 Soul Cycle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런 Peloton이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사정을 공개하게 되며 이를 통해서 회사 내부를 일부나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마침 Peloton S-1의 서류가 공개되었습니다.

Peloton의 S-1 서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다음 그림을 들 수 있겠습니다.

회사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는

기술, 미디어, 소프트웨어, 제품, 경험, 피트니스, 디자인, 유통, 의류, 물류

회사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업의 본질’이라는 이름으로 그 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특성 한 가지를 중요시했다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만약 계열사 사장에게 ‘네 업의 본질이 뭐냐’고 물었는데 Peloton처럼 답했다가는 바로 싸다구 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Peloton이 유통, 물류 회사라는 표현까지 쓴 이유는 자사의 웹사이트와 쇼룸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직접 배달까지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되면 위에서 쓴 표현들이 크게 과장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Peloton의 비지니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onnected Fitness Products: 실내 자전거 ($2245), 트레드밀 기기 ($4295) 판매
  • Subscription
    • Connected Fitness Subscription: 스마트 기기가 있으면서 이와 연동하여 컨텐츠를 구독하는 경우 기기 당 월 $39
    • Digital Subscription: 기기 없이 컨텐츠만 구독하는 경우 월 $19.49

눈에 띄는 것은 제품 가격입니다. ‘스마트’ 기기라고는 하지만 실내 자전거가 약 250만원, 트레드밀이 약 500만원이면 상당히 비쌉니다. 게다가 운동 컨텐츠는 별도로 돈을 내고 구독해야 합니다. 기기 가격이 비싼 만큼 할부 옵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무이자 할부로 자전거는 39개월 간 매달 58불, 트레드밀은 24개월 간 매달 179불을 내면 됩니다. 전체 판매의 50%가 할부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Connected Fitness Subscription 가격이 월 39불로 대부분의 헬스클럽 월 회비나 개인 트레이닝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기기 가격까지 감안하면 만만찮은 가격입니다.

Peloton의 S-1에 나오는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Financial Year를 매 해 6월 말까지로 잡습니다.) 대략 연 매출 1조원에 2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나고 있습니다. 제품 판매 대수는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트레드밀 판매를 2018년 9월에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2017, 2018년의 제품 판매 매출은 전액 사이클 판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현재까지 판매한 장비의 92%가 active Connected fitness subscription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511K * 100/92 = 555K 정도의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판매한 장비의 92%가 현재까지 active subscription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구입자들의 engagement가 높습니다. 판매 대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표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월간 Connected fitness 탈락율 (churn)이 분기로 따졌을 때 0.49~0.97%, 연간으로 따졌을 때 0.64~0.70%로 낮아서 Peloton 사용자들의 engagement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Peloton의 비지니스에서 사용자의 engagement는 중요합니다. 그래서 engagement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위 표는 Connected Fitness Subscriber의 월 평균 운동 횟수입니다. 전반적으로 우상향 합니다. 그리고 매 3분기에 해당하는 1~3월에 운동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Peloton 정도의 제품을 사서 쓸 정도면 운동에 적극적인 사람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여전히 연초에 운동 횟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때,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기존 멤버들의 운동 횟수는 줄고,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수인) 신규 멤버들이 열심히 운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Peloton은 이를 보여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계 열에 따른 시기 별 가입자들의 월 평균 운동 횟수를 나타낸 표입니다. 예를 들어 까만색 표는 2016년 가입자들의 연도별 월 평균 운동 횟수입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동일 시기 가입자들의 운동 횟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가입자들이 이전 가입자보다 더 많이 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트니스 업이 패션과 같이 유행에 따른 부침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Peloton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engagement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제품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가입자에 비해서 이후 가입자의 운동 횟수가 많은 것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제품 가격이 비싼 만큼 열성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초기에 구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래와 같은 신기술 수용 곡선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때 Peloton 구입의 Innovator에 비해서 Early adopter가 더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초기에 구입한 Innovator는 신제품 (혹은 장비빨)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월 6~8회 운동하는 만큼 일반인에 비해서는 열심히 운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themarketingstudent.com/wp-content/uploads/2017/04/chasm-adoption-lifecycle.jpeg

이익률이 -20%인 상황에서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Peloton은 기술 기반 회사가 대부분 그렇듯이 고정 비용 부담이 큰 대신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이에 비해서 고정 비용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를 내세웁니다. 첫 번째는 낮은 구독 고객 탈락율 (Churn) 및 이에 바탕을 둔 높은 구독 고객 생애 가치 (Connected Fitness Subscriber Lifetime value)입니다. 구독 가입자 1인당 생애 가치는 3400~4000달러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기 가격 2200~4300불을 더하면 고객 총 생애 가치는 5600~8300불 정도에 달합니다.

두 번째는 컨텐츠 플랫폼의 확장성을 활용한 수익성 개선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용자 수 확대에 따라 고정비를 분산시키면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Peloton의 경우 하드웨어인 기기에 비해서 소프트웨어인 컨텐츠 플랫폼이 이런 확장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Peloton은 Subscription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해서 Subscription gross margin을 구하고 이를 보정한 후에 매출로 나누어서 Subscription contribution margin을 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7년 13.5%, 2018년 47.5%, 2019년 50.8%로 나옵니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컨텐츠 플랫폼이 고정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입자 수 증가를 통해서 이 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비용 항목 구분 없이 논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런 고정비 분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전망이 쉽지 않지 않아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선 S-1서류에서 스스로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음악 라이센스 비용의 증가 가능성 문제가 있습니다.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사가 있습니다. ‘Peloton is just Spotify, if Spotify mailed you a bike‘라는 기사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Peloton이 주된 비지니스인) 스피닝은 리듬에 기반한 운동 (rhythm-based exercise)임. 음악에 맞추어서 자전거를 타며 스피닝 클래스는 흔히 음악 장르에 따라서 만들어짐 (classes are often built around a musical genre
  • Peloton은 Spotify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지불하는 일반적인 저작권료에 더해서 공연 저작권료 (public performance rights)를 지불해야 한다. 왜냐하면 라이브 스트림 되는 수업에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기 때문.
  • 이와 관련해서 Peloton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폭넓은 음악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신은 수업에 사용될 음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라이센스 비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 함.
  • Peloton은 2019년 3월 음악 저작권 침해 관련 $150M 손해 배상 관련 피소되면서 사용하는 음악 종류를 줄였음. 이후 가입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었고 6월에는 한 가입자가 소송을 제기함

스피닝 클래스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비용 이슈는 심각할 수 있어 보입니다. (제가 트레드밀을 뛸 때 예전에는 ‘무한도전’ 요새는 ‘맛있는 녀석들’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피닝할 때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일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전체 매출에서 Subscription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기보다는 Subscription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ubscription 비중이 낮다면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Subscription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4.9%, 2018년 18.5%, 2019년 19.8%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20% 정도 수준에서는 Subscription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수익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향후 기기 판매 성장률이 떨어지고 구독자 탈락률이 여전히 낮게 유지된다면 Subscription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2018년 하반기에 진출한 트레드밀 시장이 이런 컨텐츠 시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도 조심스럽습니다. 기존에 진입한 스피닝의 경우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는 형태가 잡혀있는 반면 트레드밀에서의 달리기는 그런 형태로 운동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뛰는 형태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 Peloton의 강점인 컨텐츠 제공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현재 미국 피트니스 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라고 할 수 있는 Peloton의 S-1을 살펴보았습니다. 강력한 성장세와 매우 낮은 수준의 구독자 탈락율이 인상적입니다.

고객 Engagement가 높아서 단순히 유행을 잘 탔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기세 등등하던 Soul Cycle이 어느새 지는 해가 된 것처럼 어느 순간 유행이 바뀔 지 모르는 일입니다. 또한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이슈가 되며 적어도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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