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therapeutics에 대한 고찰

Disclaimer 1: 구체적인 내용을 인용한 경우에는 최대한 링크를 달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참고를 하여 링크를 달지 못한 것 중에 보산진 미래사업기획단 이승민님의 발표 자료 ‘디지털 치료제 시장 동향’ (파일은 구했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는 아닌 것 같습니다.)과 분당서울대병원 정재용 교수님이 쓰신 ‘Digital therapeutics and clinical pathology‘ 논문, 그리고 업계 협의체인 DTx alliance의 산업 보고서를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

Disclaimer 2: 저는 Digital therapeutics 회사 중 하나로 거론되곤 하는 Noom의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Noom은 Digital therapeutics임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DTx의 개념

최근 1~2년 사이에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핫한 토픽이 디지털 신약이라고 하는 Digital Therapeutics (DTx)입니다. 앱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술을 질병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라고 할 수 있는 DTx Alliance에서는 DTx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의학적 이상 또는 질병을 예방, 관리 혹은 치료하기 위해서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서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것 (evidence-based therapeutic interventions driven by high quality software programs to prevent, manage, or treat a medical disorder or disease) 

쉽게 이야기 하자면 질병을 다룬다고 하는 디지털 제품, 서비스 (앱, 게임, VR 등등)가 많은데 임상 시험을 통해서 입증된 ‘고품질’의 것들을 DTx라고 부르자는 합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제품, 특히 앱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업계의 선구자로 볼 수 있는 Welldoc의 당뇨 관리 프로그램은 2010년에 FDA 510K를 받았습니다. 최근에 DTx가 갑자기 핫한 토픽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Pear therapeutics가 만든 약물 사용 장애 치료 앱인 reSET이 FDA 허가를 받으면서 부터입니다. (DTx라는 단어도 최근에 생긴 줄 알았는데 검색하다 보니 꽤 오래전 부터 쓰던 단어였습니다.)기존 앱과 reSET의 가장 큰 차이는 FDA 허가 사항에 ‘치료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FDA의 결정 요약문을 보면

치료 중 중독 약물을 끊는 기간을 늘리고 외래 치료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주는 용도 (intended to: increase abstinence from a patient’s substances of abuse during treatment, and increase retention in the outpatient treatment program)

라고 되어 있습니다. Welldoc의 Diabetes Manager System 결정 요약문에는

당뇨 자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함과 함께 혈당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 저장, 전송하는 용도 (intended to provide secure capture, storage, and transmission of blood glucose data as well as information to aid in diabetes self-management)

라고 나와 있어 질병의 치료를 돕는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reSET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되어 De novo로 승인을 받았으며 ‘Computerized behavioral therapy device for psychiatric disorders’라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단, 일부 오해되는 것처럼 reSET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된 것은 아니고 기존 치료에 추가로 사용되는 용도로 허가되었습니다. 이후에 나온 마약 중독 치료 제품인 reSET-O 역시 이 카테고리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Pear therapeutics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비교 대상이 된 Welldoc의 경우에도 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서 자사의 앱이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FDA 허가 사항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Welldoc은 열등하고 Pear therapeutics는 우월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FDA 혹은 (유럽의) CE 승인을 받은 앱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 웹사이트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컨설팅 관련된 회사 홈페이지로 보입니다.) FDA 혹은 CE의 승인을 받은 앱은 185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사례 가운데 Freespira 등 일부는 빠져 있습니다.) 이 중에 (휴대용 초음파를 만드는) Butterfly.IQ, (지속형 혈당 측정계를 만드는) Dexcom과 같이 하드웨어에 함께 사용하는 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앱은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주요 DTx 사례를 정리한 Vantage 기사를 보면 Pear therapeutics 이후에 유명해진(?) 회사들 (이들은 DTx Alliance 주요 창설 멤버이기도 합니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기존 업체들에게 불공평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Pear therapeutics의 reSET 및 reSET-O에 대해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사용한다는 의미로 PDT (Prescription Digital Therapeutics)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Welldoc이 2010년에 FDA 승인을 받을 때 Diabetes Manager라는 OTC 버전과 Diabetes Manager-Rx라는 Prescription 버전이 나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PDT라는 것도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개념입니다.

DTx의 개념을 놓고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일부 업계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DTx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땅에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 신조어와 함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저변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마치 자신들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별 볼일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쳐 보입니다.

DTx의 분류

DTx Alliance에서는 DTx의 기능, 목적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있습니다.

4가지 분류 가운데 오른쪽 세가지는 이해가 쉬운데 제일 왼쪽의 ‘Address a medical condition’은 애매해 보입니다. 내용으로만 보았을 때는 ‘Manage or prevent a medical disorder or disease’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Product claims 관련해서 ‘Address~’는 no efficacy claims라고 되어 있는데 의료적인 efficacy claim이 없다면 애당초 DTx에서 빼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Patient access 항목에서 ‘Address~’는 DTC, ‘Manage or Prevent’는 OTC or Prescription으로 되어 있는데 DTC나 OTC 간에 의미있는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Address~’는 없애거나 ‘Manage or Prevent~’와 같은 분류로 넣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DTx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여러 군데서 언급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의 제품을 분류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종류: 1. Manage or Prevent a medical disorder or disease, 2. Optimize medication, 3. Treat a medical disease or disorder

Proteus나 Propeller health와 같이 하드웨어의 비중이 큰 것은 여기서 제외했습니다. 또, 현황을 기준으로 임상 시험 및 이후 단계에 있는 제품만 포함시켰습니다.

하드웨어 기반 회사임에도 굳이 포함시킨 회사가 있는데 Dario Health입니다. 스마트폰에 손쉽게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혈당계 및 소모품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DarioEngage p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당뇨 관리 공급자 (예: certified diabetes educators)들이 당뇨 환자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며 Dario Intelligence p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환자 데이터 비지니스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뇨병 관련 의료 기기, 인슐린 회사들이 독자 앱을 만들면서도 당뇨병 관리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외부 회사들과 협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자적으로 두가지를 모두 하려는 다소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참고로 Dario health는 나스닥 상장사로 회사 자료가 공개되어 있으니 한번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 그닥 대단한 내용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회사의 주가가 인상적입니다. 주가 부양책으로 디지털에 뛰어든 느낌이…)

DTx의 규제 기관 승인

우선 위 표에 있는 내용 가운데 규제 기관 승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질병 (혹은 상태) 관리에 해당하는 제품은 FDA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의상 ‘therapeutics’라는 말이 붙을 정도면 FDA 승인을 받는게 맞을 것 같지만 DTx의 개념에 ‘Manage or Prevent~’라는 항목을 포함하게 되면 FDA 승인을 받기 애매한 영역이 있게 됩니다. WellDoc의 BlueStar와 같이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다면 FDA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Noom이나 Omada health와 같이 체중 감량, 전당뇨 관리가 대상이 된다면 굳이 FDA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참고: Omada health는 전당뇨로 시작해서 현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까지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제품임을 어떻게 인증할 것인가가 이슈가 됩니다. Noom과 Omada 전당뇨 프로그램의 경우 미국 질병 관리본부 (CDC)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 (DPP)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증 프로그램이 없는 적응증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증 프로그램이 생겨나도 어느 기관의 인증을 공인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인증까지는 아니라도 peer review 저널에 실린 논문이 있는 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저널의 종류와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기도 쉽지 않습니다. 논문에 실린 내용과 그 제품이 주장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물론 심지어 의사도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FDA 같은 곳에서 일괄적으로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수월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가 영국의 NHS입니다. NHS는 홈페이지에서 검증을 거친 앱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NHS에서는 이들 앱 라이브러리에 대하여 ‘사용자들이 믿을만한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사용하기에 안정된 건강, 웰빙 앱을 찾는 것을 돕는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앱을 평가하는 기준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질병 치료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한 만큼 국가 기관에서 건강, 웰빙 앱에 대해서 검증을 하는 것은 한번 고려해볼만합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경우는 PBM (Pharmacy Benefit Manager)인 Express scripts입니다. 이 회사는 내년에 Digital health 제품에 대한 처방 목록 (formulary)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보통 의사들은 계약된 PBM의 처방 목록에 올라와 있는 약물을 처방합니다. Express script에서는 의사, 약사, 의학 연구자, UX 전문가들의 감독 하에 임상적 결과와 치료 효과 데이터를 분석해서 처방 목록에 올릴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외에 보안, 프라이버시, 비용 효과성에 대한 자료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비용 효과성 데이터를 가진 DTx 회사가 많지 않아서 이를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PBM이 나서서 ‘처방할만한’ digital health를 선정하는 것도 한 가지 흐름이 될 수 있습다. 단, PBM이 일반 약물 처방 목록을 만들 때 가격 할인, 리베이트 책정 등의 조건을 협상하고 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이 모두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처방 목록 등재 여부만으로 DTx의 수준을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healthxl이라는 곳에서 발표한 자료 가운데 이런 민간 중개자 역할을 하는 곳을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FDA 승인을 받는 것이 DTx 회사에게 어떤 점에서 좋을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 적용을 염두에 둔다면 FDA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고용주 (employer) 혹은 소비자 (B2C)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 FDA 승인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미국 최대 고용주라고 할 수 있는 미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제품의 경우 FDA 승인을 필수로 요구한다던 지 하는 식의 대책이 있어야 이런 승인 제도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거꾸로 FDA 승인만 받으면 다 좋은 제품이냐 하는 관점도 필요합니다. 앱기반 제품의 경우 FDA 승인 못지 않게 사용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약도 제대로 안먹는 환자가 앱은 제대로 쓸 것인가하는 이슈입니다. 임상 시험에서 높은 사용성 (engagement)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임상 시험은 관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사용하는 상황 자체를 모니터링하는 등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사용 환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outcome-based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습니다.

‘Manage or prevent~’에 속하는 제품 가운데 당뇨 관련 제품인 WellDoc의 BlueStar와 Livongo health를 제외하면 대부분 FDA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예외가 Voluntis의 Oleena와 Palo alto health sciences의 Freespira입니다. Oleena의 경우 (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각종 증상을 관리하는 것을 돕는 앱니다. FDA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검색이 안되는데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보면 ‘환자에게 실시간으로 개인화 된 추천을 제공하는데 추천에는 환자별 치료 계획에 따라서 supportive therapy의 시작 여부 및 용량에 대한 정보 및 증상 관리를 위한 개인별 코칭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supportive therapy의 시작 여부 및 용량에 대한 내용 때문에 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제품 분류 (Product Classification)에 속하는 지 궁금합니다.

Freespira의 FDA 승인 서류에는 ‘공황 장애 및 PTSD 환자에서 추가적인 치료로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이완 치료로 사용하는 용도’로 나옵니다. 제품 분류 상으로는 Biofeedback Device에 속합니다. 별도로 승인을 받은 CO2 농도 측정 장비와 함께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두 제품은 FDA 승인을 꼭 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의사의 처방과 함께 보험 급여를 노리면서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FDA 적응증과 관련해서 Pear therapeutics의 reSET이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reSET 및 reSET-O는 기존 외래 진료 혹은 약물 치료에 더한 병행 요법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당연히 병행 요법 환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reSET을 사용한 연구 중에 단독 요법으로 기존 치료법 (Standard care)와 일대일로 비교해서 효과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있습니다. 감옥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화 하기는 힘들겠지만 Pear therapeutics의 전략에 따라서는 단독 요법 적응증을 고려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흥미롭게도 이 연구가 실린 학술지의 이름이 ‘The Prison Journal’입니다.) 물론, DTx와 같은 신기술 치료법(?)을 의료계에서 처음부터 단독 요법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안전하게 병행 요법 적응증을 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논문 초록

DTx 회사의 파트너쉽

위의 목록을 보면 다수의 회사들이 제품 단위로 제약회사 파트너를 두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다소 예외적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IT 회사, Magellan health와 같은 건강관리회사+ PBM, Eversana와 같은 제약 서비스 회사 (환자 서비스, 복약 지원 서비스 제공)을 파트너로 둔 경우도 있습니다.

파트너 선택은 비지니스 모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를 파트너로 두는 것은 ‘디지털 신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약회사의 조직을 통해 유통하고 처방-보험으로 연결되거나 해당 제약사 약물의 동반 앱으로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일 것입니다.

Voluntis의 당뇨 제품은 인슐린 용량 조절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인슐린을 만드는 Sanofi와의 협력이 줄 수 있는 혜택이 뚜렷해 보입니다. Pear가 처음 내놓은 reSET의 경우 치료 대상인 약물 사용 장애 (Substance Abuse Disorder)에 대한 기존 치료법이 약물 사용 보다는 행동 치료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제약 회사와의 연계 가능성은 떨어집니다. 마약 사용 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reSET-O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때는 원래 buprenorphine이라는 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을 것처럼 reSET-O의 파트너인 Sandoz는 지난 2월에 buprenorphine이 포함된 제네렉 약품을 출시했습니다.

단, Voluntis의 당뇨 제품과 Pear의 reSET-O가 파트너 제약사의 약물과만 연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약물의 동반 앱으로 포지셔닝하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당분간 제약회사와 파트너쉽을 맺은 DTx 제품들은 제약회사가 가진 약물 판촉 채널을 통하여 약물과의 연계 없이 독자적인 확산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Voluntis의 제품인 Diabeo와 Insulia의 구성: 환자용 애플리케이션과 의료진용 web portal로 구성됨

이렇게 독자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보험 적용-의사처방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예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DTx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에 대한 보험 적용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나마 주류 의료계로 편입되는 속도가 빠른 편인 전당뇨관리 및 당뇨병 관리도 아직 앱과 같은 디지털 기반 제품에 대한 보험 적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제품들은 아직 요원한 일이라 보입니다.

주류 의료계에서 받아들인다고 해도 실제 의사가 처방에 나서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의사 업무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경우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처방에 나서지 않으 수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기존 약 처방 하듯이 DTx 처방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방용 DTx (이후 Rx-DTx로 부르겠습니다.) 제품의 경우 환자가 제품을 사용한 데이터를 의사가 사후에 점검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의사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일이라 부담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가와 같은 방식으로 보상할 수 있지만 수가만으로 하루 아침에 업무 방식을 바꿀 가능성은 낮습니다. 또, 현재의 제품들은 의사가 별도의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의사의 업무 방식에 방해가 됩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데이터가 전자의무기록에 통합되기 전에는 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처방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Pear therapeutics의 제품인 reSET의 구성: 환자용 앱과 의료진용 웹 포털로 구성

DTx-제약회사간의 협력에 대해서 여기까지 글을 써둔 상태인데 오늘 아침에 Sandoz가 Pear의 reSET, reSET-O와의 파트너쉽 계약을 해지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양측이 함께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회사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경영진 변화’로 인한 결정인데 이의 중요한 부분이 핵심 비지니스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reSET, reSET-O와의 파트너쉽이 채결된 이후인) 지난 7월 중순에 Sandoz에 새 CEO가 임명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Sandoz의 새 CEO인 Richard Saynor는 직전까지 GSK에서 ‘SVP of classic and established products as well as commercial and digital platforms’를 맡는 등 GSK의 digital-lead로 불리던 인물입니다.

제약 디지털 전문가가 아닌 인물이 새롭게 CEO가 되면서 이 계약을 깼다면 정통 제약맨이 역시 보수적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디지털을 잘 아는 인물이 CEO가 되면서 이런 변화를 준다면 이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계약 해지 기사만 보고 아직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바뀐 경영진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독자 처방, 판매 DTx는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고 제약회사들은 혹시하는 생각에 보험 성격으로 DTx 회사들과 파트너쉽을 맺는다고 생각했는데 제약회사들의 입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Sandoz의 모회사인 Novartis가 Pear와 맺은 계약이 어떻게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아직 FDA 승인이나, 시판까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결국 Sandoz와 같은 수순을 밟게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Sandoz의 CEO가 Novartis의 이사회 멤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제약회사가 아닌 파트너를 가진 경우를 보면 Click therapeutics의 금연 앱인 Clickotine이 환자 관리 서비스 회사 겸 PBM인 Magellan health를 파트너로 두고 있습니다. Magellan health 회사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 지에 따라서 포지셔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PBM으로 보는 경우 Rx-DTx로, 환자 관리 서비스 회사인 경우 처방 없이 사용하는 제품 (이후 OTC-DTx로 부르겠습니다.) 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대상 시장은 보험회사와 고용주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Medicare는 원격 진료 금연 프로그램 가운데 실시간 상담 위주로 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Clickotine과 같은 DTx는 아직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향후 상당 기간은 고용주가 제공하는 직원 복지 서비스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환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Eversana 회사와 파트너쉽을 맺은 Cognoa의 경우 자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은 Rx-DTx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면 제품은 제품 컨셉에 따라서 Rx-DTx, OTC-DTx가 모두 가능할 것 같은데 아직 보험 적용이 요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OTC-DTx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면 제품 가운데 Big Health의 Sleepio는 무려 NHS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FDA 허가는 안받고 CE 허가는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제품입니다. 앞서 언급한 NHS의 app library에 올라가 있으며 NHS 일부 지역 거주자들로 하여금 사용하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경우 OTC-DTx이면서 보험자인 NHS가 커버하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killi의 경우 Shinogi라는 일본 제약회사를 파트너로 하고 있는데 이 파트너쉽은 일본과 대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Akilli는 기본적으로 자체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표방했기 때문에 Shinogi와의 파트너쉽은 만약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독자적으로 판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 Pear therapeutics의 불면 치료제인 Somryst입니다. Pear는 Sandoz, Novartis 각각 두개의 제품에 대해 파트너쉽을 맺고 있습니다. (MS 대상 제품은 초기 단계라 표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미 FDA filing이 들어간 Somryst는 파트너가 없습니다. 다른 적응증에 비해서 가벼운 편이라 직접 판매하거나 PBM과 같은 파트너를 확보해서 판매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DTx가 ‘디지털 신약’을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의 약과 성격이 달라서 제약회사와의 파트너쉽이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도 유효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FDA 승인, 파트너쉽, 비지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관련해서 ‘Digital therapeutics in the NHS’라는 제목으로 작년에 있었던 세미나 자료에서 참고하면 좋을만한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몇몇 DTx 회사 제품들의 현황을 몇가지 축으로 분석한 내용입니다.


1. Intended use: 앞서 3가지로 분류한 것을 여기서는 4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분류 기준이 다소 애매한데 ‘Critical condition’, ‘Serious condition’, ‘Non-serious condition’, ‘치료 정보 전달’로 나누었습니다.

2. Demonstrated Efficacy: 어느 정도의 임상 시험을 거쳤는 지를 의미합니다. RCT 여부가 중요하게 나와있습니다.

3. Regulatory clearance: FDA/ CE 승인 여부와 함께 ‘유효성 인정 여부’를 별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4. Incorporation into Standard of Care: 의사들의 진료 가이드라인에 해당 제품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 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BlueStar나 Insulia 같은 당뇨 관련 제품은 이미 가이드라인에 나오고 있고 Akili 같은 소아정신과 영역의 게임은 아직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5. Demonstrated Cost-Effectiveness: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부분에서는 체중 조절과 전당뇨 관리 영역에 있는 Omada health가 peer reviewed models을 가지고 있어 가장 앞서갑니다.

이 가운데 비용 효과성은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DTx의 경우 디지털 제품의 특성상 가격을 낮출 여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알약 센서를 만드는 Proteus의 경우 이를 탑재한 첫번째 약물인 조현병 약 Abilify Mycite의 한달치 가격이 1650달러에 달해서 제네릭의 한달치 약값인 20달러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제대로 된 비용효과성 검증 (Abilify Mycite 복용 시 복약 순응도가 xx% 향상되며 이는 의료비 $xx 절감 효과에 해당한다)없이는 보험회사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 기반 DTx는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DTx가 그런 것처럼 기존에 보험 적용을 받는 유사한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제품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비용 효과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DTx에서 참고할 만한 수가 사례

끝으로 보험 수가 적용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내에 출시된 reSET, reSET-O, Diabeo의 경우 본격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보험자와 관련된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DTx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제품이 주류 의학계에 받아들여 지고 수가를 받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지난번에 다룬 것에 더해서 참고로 할만한 것 몇 가지를 더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American Lung Association에서 발표한 ‘Telehealth as a vehicle to support tobacco cessation‘ 자료가 있습니다. 여기서 금연 치료의 원격 진료를 4가지 형태로 제시합니다.

  • Live Videoconferencing (동기적): 실시간 원격 진료
  • Store-and-forward (비동기적): 녹음, 저장된 정보를 전송하여 의료진이 평가하거나 서비스를 제공
  • Remote Patient Monitoring (RPM): 정보를 의료진에 전송하여 관리 또는 지원을 제공하도록 함
  • mHealth: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 반드시 의료진을 포함하지는 않음

이 가운데 live videoconferencing이 Medicare와 Medicaid에서 가장 널리 수가 적용을 받고 있으며 Store-and-forward, RPM의 경우 제한적으로 적용 받고 mHealth는 ‘the least consistently reimbursed modality of telehealth’라고 합니다. 아직은 순수 기술 기반 보다는 원격 대면 진료 기반 진료 위주로 수가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참고할만한 수가 관련 참고 자료는 프랑스의 DTx 회사로 주식 시장에 상장한 Voluntis의 2018년 annual report입니다.

수가 관련 두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미국 CMS (Centre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에서 만든 원격 환자 모니터링 (RPM) 수가 (CPT 99453, CPT 99454 and CPT 99457)를 통해서 미국에서 1차 비지니스 기회를 찾겠다는 것입니다. FDA 허가를 받은 인슐린 용량 조절 앱인 Diabeo와 암 환자 증상 관리 앱인 Oleeno이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가 관련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환자가 검사 수치나 증상을 기록하고 이를 의사가 확인하는 경우 RPM에 해당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는 프랑스 내의 당뇨 RPM 시범 수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ETAPES라는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 솔루션, 원격 모니터링, 치료적 지원’ 제공에 대해서 수가를 적용 받는다고 합니다.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 기본 수가
    • T2 DM 하루 1회 basal 인슐린 주사 치료 받는 환자 6개월에 €300
    • T1, 2 DM 하루 수차례 basal-bolus 인슐린 주사 치료 받는 환자 6개월에 €375
  • 추가 인센티브: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절감한 액수를 회사와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로 제공

아직 일반화 하기는 힘들고 Voluntis 회사 입장에서 자사에 해당되는 수가만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국 CMS가 앱과 같은 모바일 헬스케어에 적용하는 수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RPM에 전향적으로 수가를 적용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가 적용을 받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제품 설계 시에 참고로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DTx라는 업계 자체가 워낙 다양한 성격의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글에 군더더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괜찮은 자료들을 함께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번에 쓴 2019 디지털 헬스케어 비지니스 현황 (2): 제약회사 포스팅에서도 다루었던 것처럼 DTx가 기존의 약처럼 처방되고 보험 적용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인 모델은 (당뇨병 영역에서 많은 것처럼) 기존 약물에 대한 동반 앱과 고용주나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직접 돈을 낼만한 소위 웰니스에 가까운 앱 (수면, 스트레스, 경미한 기분 장애, 금연)들이 비지니스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Pear therapeutics가 아래의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DTx를 차세대 신약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은 꿈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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