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디지털 헬스케어 비지니스 현황 (4): 의사, 병원 상대

원래 제목을 ‘의사를 삥뜯는 자들’이라고 붙일까 했는데, 회사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미가 더해질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고 이를 충족하는 서비스/제품이 나타나는 것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상대로 한 제품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전체로 보면 작은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병원에서 쓰는 제품은 대개 보험 적용을 받아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보험을 상대로 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기기의 경우 병원이 직접 구입하기는 하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해당 기기를 사용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형태로 이용되기 때문에 병원을 상대로 하기 보다는 결국 소비자를 상대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병원을 상대로 한 제품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1-1병원이 돈 버는 것을 도와주는 제품: 매출 증대

1-2 병원이 돈 버는 것을 도와주는 제품: 비용 감축, 생산성 증대

2. 규제 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1 병원 매출 증대

다양한 제품이 병원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세웁니다. 이때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많은 병원들은 당장 돈버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병원에 환자들이 즐길 수 있는 xx를 설치하거나 환자 안전을 위한 xx를 설치하고 그 사실을 홍보하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논리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병원 매출 증대와 관련된 영역은 직접 환자 유치에 도움되는 것이 각광받습니다. 비급여 영역을 중심으로한 환자 홍보 플랫폼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몇 앱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법을 잘 몰라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비급여 영역에서는 크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싶습니다.

(1) 성형 중개 서비스

중국에서 성형 등 비급여 의료 시장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 미국 나스닥 주식에 상장한 쏘영커지 (영문명: So-Young) 회사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상장하면서 제출한 F1 서류에서 흥미로운 내용 위주로 보겠습니다. (엄밀하게 ‘성형’ 중개가 아니라 ‘비급여’ 중개이지만 성형의 비중이 커보이기 때문에 편의상 성형으로 퉁쳐서 표현하겠습니다.)

쏘영커지의 비지니스 모델

이 회사의 서비스 구조는 1. 성형 관련 컨텐츠, 2. 성형 관련 커뮤니티, 3. 성형 의료 예약 서비스로 구성됩니다. 1,2로 소비자를 유도해서 3을 통해서 돈을 버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컨텐츠: 앱, 웹, 위챗(웨이신)

  • Beauty diaries: 성형 미니 블로그(?)
    • 가입자들이 직접 만드는 컨텐츠
    • 수술 전 사진 + 수술 후 회복 과정에 대한 내용이 많음
    •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 중 “의료 미용 인플루언서 (medical aesthetic influencers)”를 선발
  • 성형병원에 대한 평가, 리뷰 내용
  • 라이브 비디오 방송: 인플루언서 혹은 병원 측에서 실시함
  • 자체 컨텐츠: 글, 동영상 등

2. 커뮤니티

  • 다른 사용자나 병원을 follow 하고 댓글, 좋아요를 남길 수 있음
  • 다른 사용자나 병원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음

3. 온라인 성형 예약: 비용의 일부를 지불하면서 예약할 수 있음

항목 별로 2018년 관련 지표를 보면

1.컨텐츠

  • Beauty diaries: 200만개 이상
  • 고객 도달률: 240Mil average monthly views

2. User engagement

  • monthly UV: 10.3Mil, MAU: 1.4Mil
  • 중국의 온라인 성형 서비스 앱 사용 시간 중 84.1% 차지
  • 성형 미니 블로그(?)라고 할 수 있는 Beauty diaries 200만개 이상

3. 성형 예약

  • 상담 건수: 매일 288,400 건
  • 계약 병원: 5,600곳 (성형/피부 4,000곳 + 기타 비급여 1,600곳)
  • 거래 액수: $306.6 Mil. 온라인 예약된 성형 서비스 액수 중 33.1% 차지

2번에 나오는 앱 사용 시간 84.1%과 3번에 있는 거래 액수 비중 33.1%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2번은 ‘성형 앱’가운데 비교한 것이고 3번은 ‘온라인 채널’ 전체 중에서의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성형 병원에서 온라인 채널에 쓰는 고객 획득 비용 가운데 7%를 성형 앱에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비율은 0.9% (2017년)에서 빠르게 늘고 있으며 2023년에는 25.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고 합니다.

수익은 크게 정보 제공 서비스와 예약 서비스로 나뉩니다.

1.정보 제공: 컨텐츠 게시 (앱, 웹, 소셜 미디어), 클릭 (혹은 특정 아웃풋) 따른 과금

2. 예약 서비스

  • 에약 수수료: 수술비 전체의 ~10% 정도
  • 직접 예약한 수술 이외에 쏘영커지를 통해 의뢰된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받은 모든 수술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음
  •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쏘영커지 측은 적극적으로 환자를 추적 관찰한다고 함 (actively follow up with our users on our platform)

예약 서비스 과금 방식이 눈에 띕니다. 병원은 소개된 환자가 쏘영커지 플랫폼을 통해서 직접 예약한 수술은 물론이고 이후에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받은 모든 수술, 시술에 대해서도 수술비의 10%를 내야 합니다. 중국 성형 브로커들이 국내 성형외과에 환자를 소개해줄 때 이런 방식으로 커미션을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성형 앱들이 (주로 내국인?) 사용자를 대신해서 병원으로부터 수술 견적을 받고, 사용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댓가로 일정 액수를 받는 것에 비하면 매우 ‘과격한’ 과금 모델입니다.

이외에 제가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가격 정책: 소영커지 플랫폼에 올리는 가격은 현장 가격 보다 싸야 함
  • 성형 보험: 성형 보험 판매를 중개함
  • 고객 서비스: 환자가 치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병원으로 하여금 추가 시술을 해주거나 환불해 주도록 한다고 함
  • 좋은 평가를 받는 병원은 컨텐츠 게시 비용을 할인해줌
  • 비지니스 지원 프로그램: 마케팅, 직원 교육 프로그램 제공
  • 인공지능 개발: 안면 및 사물 인식 기술에 집중

쏘영켜지의 비지니스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비지니스 영역 가운데 물물거래 (Barter transactions)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앱, 사이트에서 광고 공간을 구입한 병원이 해당 공간 (혹은 그 일부)을 내주는 대신에 쏘영커지에서 광고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처음에 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뭔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경쟁사 제품 중고 기기 반납 시 보상 할인해주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더 많은 병원을 경쟁 사이트에서 빼오기 위한 목적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있는 지 모르겠지만)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쏘영커지의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몇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1. 쏘영커지를 통해 연결된 환자가 받은 그 병원에서 받은 모든 수술에 대해서 10%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것이 실제 가능한가? (비단 쏘영커지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국 성형 브로커들이 소개하는 경우 같은 방식으로 그 병원에서 받은 모든 수술에 대해서 일정 퍼센트를 커미션으로 받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는 가능해 보입니다.)

2. 가능하다고 하면 이게 쏘영커지만의 정책인지 아니면 다른 성형 플랫폼도 마찬가지인가? (이건 다른 플랫폼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3. 가능하다고 하면 쏘영커지 혹은 유사한 성형 플랫폼의 힘이 막강하다는 뜻인데 그렇게 힘이 센 이유가 무엇일지? 일단 사용자가 엄청나다는게 생각나는데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까지 힘이 세기는 힘들 것 같고 제 생각에 중국이 워낙 가짜도 많고 한데 쏘영커지가 믿을만한 성형외과/피부과를 선정한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3번과 관련해서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성형외과에 대한 신뢰도와 쏘영커지와 같은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은 모두 낮다고 합니다. 그래도 현재와 같은 힘을 가진 플랫폼이라면 회사 주식 사는 걸 고려해 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isclaimer: 아직 산 것은 아닙니다.)

끝으로 쏘영커지 상장 보고서에서 언급된 재미있는 통계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향후 중국에서 성형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다루면서 (시장 조사업체인) Frost & Sullivan 자료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영역에서 이런 시장 조사 업체 자료가 터무니 없는 경우가 많아서 얘네는 왜 이런 조사를 계속하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이렇게 상장 보고서, 사업 보고서 만들 때 뭔가 숫자를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공신력 있어 보이는 이런 회사 숫자를 사서 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은 1000명당 11.7건의 의료성형/미용 치료 (medical aesthetic treatment)가 이루어졌는데 한국은 80.4, 미국 50.1건, 브라질 43.6, 일본 27.0건 이라고 합니다. 이걸 근거로 중국 성형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점은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과 비교하려면 중국의 경제력 있는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을 비교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쏘영커지와 비슷한 국내 회사로는 강남언니와 바비톡이 있습니다. 주로 성형외과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모델입니다. 국내에서는 환자 유인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수익화하는 것이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강남언니의 경우 환자가 성형 견적을 신청하면 플랫폼 내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견적을 제시하도록 합니다. 이때 해당 환자의 연락처를 견적을 제시한 성형외과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는 모델입니다. 이정도 모델은 환자 유인행위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작년말부터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성형외과학회 차원에서 반발하는 등 이슈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2) 진료 예약 서비스

쏘영커지는 중국의 비급여 의료 서비스 홍보 및 수술 예약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Zocdoc은 미국에서 일반적인 진료과들의 진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5년에 $2Bil 가치로 투자를 받았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대표적인 유니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Zocdoc이 생겨난 배경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외래 진료는 기본적으로 예약제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 외래를 보기가 힘듭니다. 예약 없는 환자를 받는 walk-in clinic이나 urgent care clinic (골절 등 의사를 빨리 보아야 하지만 응급은 아닌 상태를 다루는 클리닉)이 있기는 하지만 walk-in clinic의 경우 숫자가 적고 urgent care clinic의 경우 일반 외래보다 가격이 비싼 등의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환자는 Zocdoc을 통해서 인근 의원의 예약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예약이 비어 있는 자리를 손쉽게 확인, 예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럽게 예약 부도가 난 자리가 있으면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예약되지 않은 자리를 쉽게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Zocdoc은 병원이 환자의 보험을 쉽게 확인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미국은 의료 보험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환자마다 적용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귀찮은 일인데 이를 Zocdoc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Zocdoc의 취지는 의료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Zocdoc을 사용한 환자들이 남긴 리뷰가 축적되면서 급하게 외래를 볼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그 정보를 참고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예약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Zocdoc은 자연스럽게 환자-병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2017년 부터는 광고비를 내는 병원이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해 주는 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진료 과목 의사들이 Zocdoc을 많이 이용할까요? 시간이 흘러 넘치는 한 블로거가 Zocdoc에서 예약 가능한 의사 목록을 뽑아서 조사한 포스팅에 나옵니다. 이에 따르면 치과 (14%), 내과 (9%), 가정의학과 (7%) 순이었다고 합니다. (소화기내과 의사(gastroenterologist), 1차 진료 의사(primary care doctor)를 별도로 뽑은 것을 보면 내과, 가정의학과 의사는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환자는 별도의 돈을 내지 않으며 병원만 수수료를 냅니다. 원래는 의사 1인 당 1년에 3,000~3,600달러를 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Zocdoc에 등록된 의사 수를 알면 매출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8월에 쓰인 한 블로그에는 당시 등록 의사 수가 49,000명으로 되어 있는데 위에서 찾아본 시간이 넘쳐나는 블로거의 글에는 2017년 2월 기준 47,000명으로 나옵니다. 뒤의 블로그 내용이 더 신뢰가 가는데 이 경우 당시 연간 매출은 $141 Mil 정도 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로서는 상당한 매출입니다. (뒤의 블로그가 더 신뢰가 가는 이유는 하나하나 체크해서 계약 없이 병원 이름만 올려놓은 place holder들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부터는 가격 정책을 환자 예약 건당 수수료로 변경합니다. 의사 수에 따라서 기본적인 연간 수수료를 내고 (5명 까지 299달러) 이후 환자 1명 예약할 때마다 추가 수수료 (진료 과목에 따라 $35~110)을 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가격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 많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피부과의 경우 새 정책 하에서 1년에 30,000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불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EMR 회사인 유비케어에 인수된 똑닥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똑닥이 나왔을 때 저는 좀 회의적이었습니다. Zocdoc과 같은 모델인데 미국의 경우 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뚜렷한 가치가 있지만 동네 의원 가기가 너무 쉬운 한국에서 과연 가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환자가 넘치게 찾는 의원의 경우 똑닥을 도입했을 때 추가로 유치하는 환자는 많지 않고 오히려 예약없이 온 Walk-in 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만 만들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간호사 아가씨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이 먼저 들어가는거야’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그리고 환자가 적은 의원의 경우 환자들이 똑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찾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보도가 있었고 급기야 유비케어에 인수되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소아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 소아과 진료 특화 기능을 추가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의료 접근성 개선 이외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환자, 보호자의 대기 시간을 줄여준다는 ‘서비스 개념’이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대개 아기 엄마인) 보호자의 눈치를 보게되는 소아과에서 많이 도입하는 것이 이 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환자가 넘치게 찾는 의원이라고 해도 하루 중에 환자가 몰리는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인데 이를 어느 정도 분산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인기 있는 소아과는 대기 환자가 많을 것인데 기다리는 것도 힘들지만 기다리다가 감기 걸린 다른 집 애한테 감기 옮을까 싶어 걱정하는 엄마들이 똑닥으로 예약해 놓고 집에서 기다리다가 대기 순번이 적당히 남았을 때 소아과로 가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 서비스를 통해 얼마나 과금할 수 있을 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똑닥은 아직 별도로 과금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똑닥을 인수한 유비케어의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EMR 솔루션 병의원 매출이 대략 190억원 정도 되고 EMR 부가 사업 (CRM, 청구 사전 점검 등) 매출이 180억원 정도 되는데 이를 병의원 (의원, 요양병원, 한방병원) 고객 수인 15337 (=14483+688+166)으로 나누어 보면 1곳 당 한달에 20만원 정도 (대략 EMR에 월 10만원, 부가 사업에 월 10만원 정도)를 과금하고 있습니다. 즉, 똑닥같은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추가 과금할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비단 똑닥만의 문제는 아니며 모든 종류의 (수가 적용이 되지 않는) 병의원용 IT 시스템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1-2 병원 비용 절감

비용 절감 분야에 있는 회사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용히 병원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고 환자와의 접점이 적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례로 들만한 회사 중 하나가 Augmedix 입니다. 외래 진료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주고 받는 대화를 의무 기록에 남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주는 회사입니다. 최근 일부 회사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것은 아니고 대화를 원격으로 전송하여 사람 의무 기록사가 내용을 정리하는 가내 수공업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머지않아 기술로 해결할 것이라고 했는데 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보면 아직은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리멤버가 명함 내용을 입력할 때 사람이 기입하되 기술의 도움으로 효율을 높였던 것처럼 사람이 기록하는 과정을 인공지능을 통해 효율화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의사가 EMR에 진료 내용을 기입하느라 시간을 쓰기보다는 환자와 대화하고 진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Augmedix의 기본 가치입니다. 시스템이 더 효율화되는 경우 의사들이 의무 기록 정리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몇몇 국내 회사들이 의사 혹은 간호사가 음성으로 내용을 남기면 이를 의무 기록에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귀찮아서 열심히 검색해보지 않아) 마땅한 사례를 찾지는 못했지만 병원내 행정 업무를 효율화 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했던 Zocdoc의 부가 서비스처럼 병원-보험 간 복잡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험 회사도 많고 같은 회사 상품이라도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렇게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업무를 간소화 해주는 서비스는 가치가 높을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단일 보험자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는 의미가 제한적일 것 같고 전문화된 청구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비케어에서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안써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족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청구라는 행정 업무 자체를 도와주기 보다는 청구 시 착오와 삭감률을 줄이는게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평의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정한 기준에 의하기 보다는 ‘심평원이 보기에 왠지 부당 청구일 것 같아 보이는 것’을 삭감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러 병원들의 삭감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서 심평원의 삭감 경향을 좀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2.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

돈 버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병원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 안전과 관련된 규제로 인해 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장이 특별히 환자 안전에 관심이 많거나 이런 제품을 선도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예외적입니다.

1~2년 전에 환자 안전 관련해서 이슈가 되었던 제품으로 안전 주사기가 있습니다. 사용 후 침이 부러지거나 하는 식으로 재사용을 막는 형태의 주사기입니다. 일반 주사기가 개당 70원 정도인데 안전주사기는 500원 정도 해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별도의 보상 없이 병원이 자발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에서 안전 주사기에 대해서 보험 급여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0월부터 결국 보험 적용이 시작되었는데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Big4 급 대형 병원 한 곳에서 한 달에 사용하는 일회용 주사기가 40~50만 개 정도인데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 주사기류의 월 평균 사용량은 총 50,000 여개 정도였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사용량이 적은 이유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아직 급여화가 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쌓아 놓은 기존 주사기가 있기 때문에 급여화가 되었다고 바로 대량으로 사서 쓰기 시작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보험 적용되는 경우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인정기준을 보면 혈액매개감염병 환자, 응급실 내원 환자, 중환자실 내원 환자만 적용 대상입니다.

제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인정 개수 제한 때문입니다. 보험인정기준에는 뭐가 좀 어렵게 써있는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한 환자에 하루 보험 적용되는 주사기 개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즉, 기준을 넘어가는 주사기는 병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규정은 안전주사기에만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니고 기존 주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정된 개수를 넘겨서 쓰게 되는 경우 개당 500원 짜리 주사기 보다는 70원짜리 기존 주사기를 쓰게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개별 환자마다 하루에 안전주사기를 몇개 사용했는지 일일이 세고 보험 기준을 넘어서면 기존 주사기를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두가지 주사기를 모두 갖추어 놓는 것도 일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기존 주사기 쓰는게 속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험 적용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은 지켜볼 일이지만 유럽과 미국처럼 병원에서 무조건 사용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이상 안전주사기를 널리 사용하게되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이 널리 쓰이게 되는데에는 변수가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방향은 맞다고 해도 실현되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의사,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비지니스 현황 시리즈의 끝에 와서야 쓰게 된 것은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병원들은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show me the money’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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