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의 비지니스 모델

Disclaimer: 저는 의료 인공지능 회사인 루닛의 주주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지출 주체 별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글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특정 분야의 비지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선택한 분야는 의료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기반 기술이 되었고 인공지능과 엮이지 않은 회사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많은 회사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서는 영상이나 병리 판독과 같은 분야 위주로 보겠습니다.

예전에 ‘의료에서 인공지능의 효용과 비지니스 모델2′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효용에 따라서 어떤 지불 주체가 적절할 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지불 의향을 중심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쓰는 글이 늘 그렇듯이 주위 지인들 집단 지성의 힘을 빌었으며 여러 이야기를 들은 후 제 맘대로 쓰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의학, 병리학 분야 의료 기술에 대한 급여화와 관련해서는 심평원이 발주하고 각각 영상의학회, 병리학회에서 실시한 연구 과제 보고서가 있습니다.

AI기반 의료기술(영상의학 분야)의 급여여부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AI기반 의료기술(병리학 분야)의 급여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국내외 인공지능 인허가, 수가 현황 등 좋은 정보가 많은 자료입니다. 여기 서는 수가와 관련된 부분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병리학 보고서에 나오는데 한장으로 정리하기에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 (병리학 보고서가 뒤에 나왔으며 앞서 나온 영상의학 보고서를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Level 1은 업무 효율성 향상, Level 2는 진단 정확도 향상이며 Level 3는 여기에 더해서 해당 기술을 사용했을 때 치료 결과까지 좋아지는 경우이고 Level 4는 비용 효과성이 추가로 입증되는 경우입니다. 여기 나오는 수준 별로 급여화 가능성및 비지니스 모델을 따져보겠습니다.

1.Level 1: 업무 효율성 증대

업무 효율성 증대는 수가로 인정받기 힘듭니다. 업무 생산성 향상이 도입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을 상대로 판매해야 합니다.

이미지 판독의 우선 순위를 정해주거나 판독 이외의 번거러운 작업을 도와주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분야에 해당하는 회사로 aidoc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의료 영상 가운데 의사가 빠르게 판독하는 것이 필요한 순서로 이미지를 정리해 줍니다. 그리고 이미지 가운데 주요 병변을 표시하여 의사가 빠르게 일하도록 도와줍니다. Arterys 회사의 Cardio AI 제품은 심장 MRI에서 좌심실/우심실 기능 분할 (LV/RV function segmentation)을 비롯한 정량적 분석을 해서 판독 시간을 단축 시켜 줍니다. 영상의학과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회사 뷰노의 골연령판독보조 시스템과 JLK 인스펙션의 뇌경색진단 보조 시스템을 이 범주에 포함 시켰습니다. 우선 순위를 정해주는 기능은 진단 기능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Level 2: 진단 정확도 향상

많은 의료 인공 지능들이 표방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독자적인 진단 능력이 의사에 준한다’거나 ‘의사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독자적으로 진단할 때 비해서 정확도가 xx%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의사의 개입 없이 독자적인 진단 능력을 인정받으면 의사가 받을 수가를 그대로 적용 받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독자적인 진단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는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의 스크리닝에 사용하는 IDx-DR 한가지 인데 이는 엄밀하게는 ‘진단’이라기 보다는 ‘선별’로 보아야 합니다. 아직은 의사를 배제한 독자적인 ‘진단’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는 없고, 또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Level 2부터는 급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상의학과 병리학 간에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병리학의 경우 기본적으로 확진 검사이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 향상만으로도 임상적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영상의학은 확진 이전 단계 검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 향상이 바로 임상적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아래에서 다루겠습니다.

병리학 보고서에는 ‘병리 판독… 진단 정확도 상승은 추가의 임상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임상적 중요도나 응급도에 따라 생산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고 나오는 반면 영상의학 보고서에는 ‘AI 소프트웨어의 높은 정확도가 반드시 환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중하게 적용하여야 한다’고 나오는데 이런 검사 성격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공지능이 Level 2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수준의 영상의학 인공지능은 상당 기간 급여화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병리학 인공지능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어 보입니다.

수가화와 관련해서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라이센스 시스템입니다.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는 어떤 자격(예: 특정과 전문의)을 취득하면 특정한 능력(예: 영상 판독)을 갖추었다고 간주하고 동일한 정도로 보상합니다. 즉, 의사들 간 판독 능력의 차이가 수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정확도 향상을 수가로 보상해주려고 한다면 기존 시스템에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교수님은 일반 전문의에 비해서 더 많은 보상을 받았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 같이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서 별도로 수가 계약을 맺는 경우도 판독 정확도에 따라서 수가를 책정하기 보다는 해당 지역의 경쟁 상황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특진 제도와 같이 의사의 능력(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유명세)에 따라서 수가를 책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정확도 향상은 수가 책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1차 진료 의사가 직접 흉부 X-ray를 판독하는 상황과 같이 판독 정확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고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판독이 수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의학 분야에서 판독 정확도 향상의 가치를 수가로 인정받는 것은 상당 기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지니스 모델로는 의료 영상 기기에 솔루션으로 탑재되거나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병원이 자체적으로 돈 내고 쓰는 가능성을 우선 탐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3. Level 3: 치료 효과 향상

Level 2에 해당하는 제품의 가장 큰 이슈는 정확도 향상이 반드시 의미 있는 임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판독 시스템이 도와주는 부분은 누가 봐도 명백한, 큰 병변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한 작은 병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작은 병변의 경우 놓쳤다고 해도 임상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 정확도가 높아짐으로써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진단을 놓쳤다고 해도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환자가 다시 외래를 찾아서 제대로 진단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X-ray에서 폐렴을 놓쳤을 때 환자가 계속 열이 나던지 해서 며칠 내로 다시 병원을 찾게 되고 두 번째로 체크한 X-ray에서 (그 사이에 진행해서 크기가 커진) 폐렴 병변을 찾게 된다면 처음에 놓친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인공지능이 임상 결과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향적인 환자-대조군 연구와 같은 임상 시험을 실시해서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우에 환자의 치료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향상되는 정확도 차이가 크지 않다면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 수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큰 연구비가 들게될 것입니다.

4. Level 4: 검사 대체 효과

Level 4와 관련해서는 검사 대체 효과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비용효과성은 그 자체로 독립된 가치라기 보다는 Level 3에 해당하는 치료 효과 향상에 보건경제학적 연구 결과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 대체 효과는 영상의학과 보고서에는 따로 크게 언급되지 않으며 병리학 보고서에서만 언급되는데 영상의학에도 해당 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4-(1) 스크리닝

위에서 언급된 독자적인 스크리닝 능력을 인정받은 IDx-DR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뇨성 망막병증에 대한 선별 도구인데 이 병은 당뇨병 환자에서 생기는 합병증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실명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당뇨병으로 진단 받으면 증상이 없어도 매년 망막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따로 시간을 내서 안과를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 다니는 의원은 당뇨병 약을 받기 위해서 라도 안 갈 수 없는데 거기에 더해서 안과까지 가기는 번거럽고 해서 안과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당뇨병 환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당뇨병을 보는 의사가 깜빡하고 챙기지 않아서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뇨병 진료를 받는 1차 진료 환경에서 망막 검사를 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Welch Allyn 회사는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망막 촬영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촬영된 사진은 원격 진료를 통해서 안과 의사가 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IDx-DR은 인공지능을 통해서 1. 망막을 제대로 촬영했는 지를 확인하고 2. 망막 이상이 의심되어서 (굳이 귀찮게) 안과 전문의를 만날 필요가 있는 지를 알려줍니다. 엄밀하게 IDx-DR은 진단이라기 보다는 안과 전문의를 만날 필요가 있는 지를 스크리닝 해주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망막 사진 판독 수가를 받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대신 스크리닝 도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망막 검사를 받도록 해서 비교적 값싸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이상을 발견하거나 실명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통해서 실제 처방을 하고 망막 사진을 찍는 1차 진료 의사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크리닝은 IDx-DR과 같은 판독 형태 보다는 간단한 검사를 통해 복잡한 검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상동맥 조영술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도와주는 HeartFlow FFRct검사는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 검사는 관상동맥 CT 결과를 분석해서 관상동맥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관상동맥 조영술 시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관상동맥 조영술은 침습적인 검사라 위험성이 있는데 Heart Flow FFTct활용을 통해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다면 ‘검사 비용 절감 + 환자 안전 향상 + 환자 편의 증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때 검사 비용 절감 계산이 용이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미국 CMS에서 제한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관상동맥 CT만 보고도 관상동맥 조영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HeartFlow FFRct가 추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나 봅니다.)

아직 상용화 되지는 않았지만 2019년 초에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크리닝에 해당합니다. 이 연구는 2주 이내에 심전도와 심초음파를 모두 시행한 환자의 경우를 대상으로 해서 심전도 결과만으로 심초음파에서 심장의 수축 능력 (ejection fraction: EF)이 떨어진 경우 (정확히는 EF 35% 이하)를 추정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AUC 0.93, 민감도 86.3%, 특이도 85.7%, 정확도 85.7%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작은 병원, 의원에서 비교적 손쉽게 실시할 수 있는 심전도 검사만으로 심장 수축 능력이 떨어진 심부전 (congestive heart failure) 환자를 걸러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모든 스크리닝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현재 스크리닝 받지 않고 있는 환자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좋은 스크리닝 검사는 보통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크리닝의 의학적 조건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조기 발견해서 조기 치료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던지 비용 효용성을 갖추어야 한다던지 하는 점들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특정한 조건, 특히 특정한 질병 (IDx-DR의 경우 당뇨병)이 있어서 이미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면 일이 수월해 집니다. 병원이라고 하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크리닝하고자 하는 것(당뇨성 망막 병증)과 이미 있는 질병(당뇨병)을 서로 다른 곳 (진료과가 다를 수도 있고 같은 진료과이지만 병원의 종류가 다를 수 있음)에서 담당하면 좋습니다. 두 가지 모두를 같은 진료과에서 보고 있다면 이미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굳이 스크리닝을 할 필요 없이 제대로 진단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4-(2) 예측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은 일반적으로 연속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시계열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보고 앞에서 어떤 변화(A)가 나타나면 뒤에서 어떤 사건(B)이 발생하더라는 관계를 찾아내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기존 의료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룰 수 없었던 영역입니다. 기본적으로 현대 의료는 어떤 사건이 발생한 이후를 다룹니다. 그런데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사건(B)이 발생하기 전, 특히 발생하기 얼마 전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환자의 평소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당뇨 환자에서 지속형 혈당 측정계를 사용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집중 모니터링을 받을 때 정도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렇게 예외적으로 데이터를 모은 경우를 중심으로 예측 알고리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심정지이나 패혈증과 같은 사건을 예측하는 경우도 있고 지속형 혈당 측정계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저혈당 발생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예측 알고리즘은 사건 발생을 미리 알려주어 대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가치를 충족시켜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가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대처 가능성’입니다. 앞서 살펴본 스크리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리 알아도 어떻게 해볼 수 없다면 의학적인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이때 가급적이면 구체적인 사건을 예측할 수록 대처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망을 예측하는 경우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좋은 사례가 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심전도-심초음파 상관관계 논문을 발표한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또 다른 연구 결과입니다. 발작성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에서 정상일 때의 심전도를 인공지능 학습시켜서 심방세동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수축하는 병입니다. 이때, 심장 안에서 혈전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방세동으로 진단되면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심방세동이 지속되는 경우는 진단이 용이한데 가끔 생기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항혈전제가 큰 부작용이 없다면 일단 의심만 되어도 약을 처방하면 되겠지만 약의 특성상 출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 없이 처방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의 경우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방세동이 기록되기 전에 정상 심전도를 찍었던 경우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정상(으로 판독된) 심전도 (A)와 이후에 찍힌 심방세동 심전도 (B)의 관계를 찾아냈다고 보면 됩니다.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는 이미 심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심전도가 정상처럼 보여도 뭔가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진단 방법이 없었는데 인공지능을 통해서 이를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민감도, 특이도가 모두 80% 전후로 나왔는데 심전도가 저렴한 검사임을 감안하면 발작성 심방세동이 의심되지만 심전도로 증명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스크리닝 용도로 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판독 결과에 따라서는 확진을 위해서 Holter monitoring이나 Zio patch와 같은 좀 더 번거럽고 비싼 검사 여부를 시행해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임상적 요소 (나이, 병력 등)을 함께 감안하여 심방세동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항혈전제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해서 수가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진단에 대한 수가가 아니라고 해도 비싼 약물 사용 여부를 결정 짓는 동반 진단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망 가능성과 같이 넓은 개념의 사건을 예측해주는 경우는 수가 적용이 다소 애매합니다. 현실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쓰일 것인데 바쁜 중환자실 의료진이 어떤 환자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지를 알려주어 업무 우선순위를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때는 수가보다는 병원 차원에서 도입하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다만, 중환자실 환자 케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경우 수가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3) Gold standard를 대체하는 진단

진단할 때 가장 확실한 결론을 내주는 검사를 gold standard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경우에 gold standard 검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는 검사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뇌에 있는 병변 특히 뇌종양입니다. 종양 혹은 암에서 진단을 위한 gold standard 검사는 조직 검사인데 뇌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 검사 없이 영상 검사만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인공 지능을 통해서 영상 검사를 통한 뇌종양 진단 정확도를 높여준다면 이는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진단 정확도를 높인 것 그 자체보다는 위험한 조직 검사의 필요성을 줄여준 것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뇌 이외에도 췌장이 조직 검사가 위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기입니다.

기본적으로 내부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는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 진단 시에 한번은 해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 후에 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를 영상 검사+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조직검사를 피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암과 같은 질환은 가능한 범위내에서 조직 검사를 해서 진단을 확실히 하고 싶겠지만 이외의 질환은 가급적 조직 검사를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알콜성 지방간염
(NASH) 진단의 gold standard는 간 조직검사이지만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따라서 길리어드 제약사와 같이 이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조직 검사 없이 NASH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병의 진행이 빠른 반면 gold standard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진단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혈병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Gold standard 검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 비용 절감이라는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에 수가로 인정받는 것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비용 절감을 제대로 증명하고 이것이 단순히 연구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실제 진료 환경에서 적용 가능하다면 보험사 입장에서 안 쓸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료 인공지능의 수가화 가능성을 정리하자면 당분간 진단 정확도 향상만으로는 적용 가능성이 낮아 보이며 영상의학 보다는 병리학 쪽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치료 효과 향상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미지 자체에 대한 판독만으로는 가치 입증에 긴 시간과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적으로 수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검사 대체 효과를 인정받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스크리닝, 예측, Gold standard 검사 대체는 모두 단일한 이미지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에서 시차를 두고 얻은 이미지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시행한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이 데이터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는 복합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기존의 수가 체계에 바탕을 두었는데 앞으로 상황이 바뀌면 당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이슈가 부각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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