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저는 이 글에 나오는 Noom의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각종 자료를 많이 읽다 보니 여러 영역에서 한 가지 흐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진단, 치료 전 영역에서 서비스 제공을 결합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이미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앱과 같은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뭔 당연한 소리냐는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건 당연하고 그 뒤에도 의료진과 같은 사람을 붙여서 의료 공급자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Digital healthcare as a service’라고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 비슷한 개념은 과거부터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제약에서는 Medicine as a service, 의료 기기에서는 Medical device as a servi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약이나 기기를 파는 수준을 넘어서 이를 더 잘 활용해서 질병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제약 회사의 경우 약을 파는 것에 더해서 복약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의료 기기 회사의 경우 의료 기기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헬스케어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흐름과 이어집니다. 제약 회사와 의료기기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스타트업들과 협력해서 질병 관리 혹은 복약 순응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런 흐름에 대응해 왔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전통적인 헬스케어 플레이어를 도와서 서비스 혹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 역할을 담당한 셈입니다.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이런 제한된 역할을 넘어서 독자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만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사람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진단 기기 + 데이터 분석 서비스
메드트로닉 회사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거대 재벌이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과는 상황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진단 영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여주기에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메드트로닉의 제품 중에 Reveal LINQ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몸에 삽입해서 최대 3년까지 심전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implantable cardiac monitor(ICM) 제품군에 속합니다.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측정하고 원격으로 송신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원격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는 없고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데이터를 전송하게 됩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조치를 취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확인해야 하는 데이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원격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미국에서는 실시간은 아니라고 해도 가급적 빨리 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는데 바쁜 의료진이 수시로 데이터를 챙기기 힘듭니다. 데이터 양과 관련해서는 메드트로닉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분석을 넘어서 데이터를 수시로 챙기는 것은 의사가 담당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대형 병원에서는 원내에 의료 기사들 위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분석 센터를 운영하고 필요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센터를 운영하기 어려운 작은 병원, 의원에서는 이 제품을 활용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메드트로닉은 데이터 모니터링 센터인 FOCUSO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가 원격으로 FOCUSON으로 넘어가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사에게 전달해 줍니다. 이런 센터를 Independent Diagnostic and Testing Facility (IDTF)라고 하며 외주 검사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조는 위와 같습니다. 의료진의 설정에 따라서 FOCUSON 측에서 주요 사건을 알려주게 됩니다. 가장 위급한 Red event는 오후 4시까지 발생한 건은 당일에, 이후에 발생한 건은 다음 날에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줍니다. 이보다 위급도가 떨어지는 Amber event는 다음날에, 나머지는 일주일에 한번 이메일로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의료진은 전달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데이터 해석, 모니터링에 대한 보험 수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메드트로닉과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정확한 수익 구조는 알기 힘들지만 Reveal LINQ라는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고 하드웨어에 대해서 서비스 매출을 올린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데이터 분석 인력을 갖추지 못한 의료진 입장에서 이 서비스가 유용할 것입니다. 많은 경우 의료진들이 이런 데이터 분석 서비스 없이 Reveal LINQ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사하지만 비지니스 모델이 다른 경우로 iRhythm technology 회사가 만든 Zio patch 사례가 있습니다. 몸에 부착하는 패치이며 심전도를 측정, 기록해주는데 14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Holter monitor은 48시간까지 사용하는데 비해 더 오래 측정할 수 있고 부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자가 Zio patch 사용을 끝내면 우편을 통해서 회사로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처방한 의료진에 보내줍니다.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보통 병원에 제품을 판매하며 병원은 이 제품을 활용하고 그에 대한 보험 수가를 받습니다. Medtronic 회사는 병원에 Reveal LINQ 제품을 팔고 추가로 FOCUSON을 통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병원으로 부터 돈을 법니다. iRhythm 회사는 기계 값을 받지 않는 대신에 데이터 분석 수가를 받아가는 비지니스 모델을 택했습니다. 이는 Zio patch가 이전에 없던 제품으로 Extended Holter monitor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어서 아직 메디케어 임시 수가를 적용 받기 때문에 택한 일종의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정식 수가화 된다고 해도 Medtronic의 경우처럼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 과금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은 자사의 제품이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며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 이를 해석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수가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 입장에서는 여전히 달갑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처방을 꺼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아예 수가가 없는 경우가 많은 한국보다는 상황이 낫습니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통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많은 회사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인공지능 등 기술에 기반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 기술 기반의 솔루션은 보수적인 의료진이 신뢰하기 힘들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거짓 경보 (false alarm)으로 인해서 의료진이 알람 피로 (alarm fatigue)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진단 회사에서 의료 공급자로 확대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측정 기기에 더해서 데이터 분석,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로 진단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진단을 넘어서 치료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Ginger 회사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 회사의 예전 이름은 Ginger.io입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패턴을 분석해서 우울증 등 정신병이 악화된 것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상이 감지되는 경우 가족 및 의사에게 연락하고 진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 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약제로 운영되는 미국에서 정신과 외래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한 달 가량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병이 나빠졌다고 진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이름을 Ginger로 바꾸면서 정신 상담, 진료 플랫폼으로 Pivot하였습니다. 가입자마다 상담 코치가 배정되고 필요한 경우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하게 되며 의사는 약물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비지니스 모델도 바꾸었는데 Ginger.io는 병원이 환자 관리에 사용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Ginger는 고용주를 대상으로 해서 직원 건강 관리 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사례는 한 때 웨어러블의 대명사였던 Fitbit입니다. Fitbit은 웨어러블 하드웨어에 더해서 Fitbit premium과 Fitstar라는 이름의 구독형 운동 코치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2015년 상장하고 2016년 $2.2 Bil의 매출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코치 프로그램 매출 비중이 1%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Fitbit은 질병 관리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합니다.

Fitbit은 Fitbit Health Solutions라는 부서를 만들었는데 핵심 영역으로 Corporate wellness, Health coaching 101, Digital therapeutics, Diabetes prevention을 내세웁니다. 업계의 버즈워드라고 할 수 있는 Digital therapeutics를 내세우는 것에서 다급함을 느끼는 것은 제 기분 탓이겠지요. 결국 다들 잘 아시는 것 구글에 인수된 상황으로 향후 전략은 가늠하기 힘듭니다.
Ginger와 Fitbit 사례를 보면 측정 혹은 진단 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만들어 지지 않을 수 있으며 이때 치료적 개입으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전략의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3. 치료 영역: On-demand 처방 서비스에서 질병 관리 서비스로 확장
On-demand 처방 서비스는 특정 상황에 대해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서비스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는데 발기 부전, 조루, 탈모, 피임 등 주로 민망한 상황을 대상으로 합니다. Roman, Hims/Hers, The Pill Club 등 주요 회사들은 약물 처방, 조제하는 것에 더해서 소비자가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상 질환의 특성 상 특정 문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예: 피임하기 위해서 (다른 피임 방법이 아닌) 피임약을 원함)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처방, 조제를 넘어선 상담이 필요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본인 상태를 ‘자가 진단’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약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비판한 이후 의사와의 원격 진료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Hims/Hers의 경우 2019년 11월에 앱을 개편했는데 그 핵심은 비동기적 원격 진료 (asynchronous healthcare visits: 실시간이 아닌 원격 진료) 제공에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이 회사들이 금연, 체중 감량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면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발기 부전, 조루의 경우 사용자의 의지가 개입할 필요가 없지만 새롭게 진출하는 영역의 경우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비용 효율적으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 이외에 전문 상담 인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함께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4. 치료 영역: 앱 기반 치료 제품에서 의료 공급자로 확대
치료 영역에 속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은 Digital therapeutics (DTx)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만성질환 관리 DTx 회사들은 앱에 사람 코치를 접목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질환 관리에는 상당한 행동 변화가 필요한 반면 사람의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Noom입니다. Noom은 원래 순수 앱 기반 체중 감량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질병 관리 본부 (CDC)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 (DPP) 인증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사람 코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앱에 사람 코치가 결합된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순수 앱 기반 프로그램과 사람 코치가 결합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면서 사람 코치가 결합될 때 체중 감량이 더 잘 되고 그 효과가 잘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코칭 기반 제품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술만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그나마 사람이 붙어서 끌고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Omada와 같이 DPP를 표방한 경우에는 CDC의 요구 사항에 맞춰서 처음부터 사람 코치가 결합된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Omada의 모든 코치는 CDC에서 DPP 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라이프스타일 코치 과정을 이수합니다. Omada가 제2형 당뇨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코치들을 대상으로 공인 당뇨 교육사 (Certified Diabetes Educators: CDEs)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정신 건강 영역으로 진출하면서는 주 법에 따라서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코치들이 임상 사회 사업사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s: LCSWs)의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규제로 인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Omada는 진출하는 모든 영역에서 사람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Omada는 $600Mil 가치로 $73Mil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를 다룬 CNBC 기사에서 흥미로운 언급이 나옵니다.
CEO Sean Duffy에 따르면 Omada는 “21세기 의료 공급자 (
21st-century provider )”가 됨으로써 환자들이 병원에 가는 대신에 디지털 서비스에서 더 많은 일상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도록 발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세기 의료 공급자’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코치나 당뇨 교육사가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사가 포함되는 본격적인 원격 진료를 제공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느낌이 허황되지 않는 것은 그런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헬스케어 자회사인 Verily와 제약회사인 Sanofi가 만든 당뇨 관련 JV인 Onduo 회사가 제공하는 당뇨 관리 서비스입니다.

앞서 살펴본 Ginger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환자마다 코치가 배정되며 필요에 따라서 공인 당뇨 교육사와 의사가 동원되는 시스템입니다. 의사가 가장 비싼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가 원할 때마다 의사가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만성 질환 관리 디지털 서비스에 의사가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디지털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이 사람 코치가 결합된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사람 코치의 활용은 기술 기반 회사의 확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사용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인건비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사람 코치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만큼 사람은 게으르며 만성 질환 관리 영역에서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코칭이 결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의 경쟁력은 프로그램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코치 대 회원의 비율을 높이는데 있게 됩니다. Noom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 비율을 1:350까지 높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다면 기술이 사람 코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만성 질환 관리에서 사람 코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 당뇨병을 중심으로 한 만성질환 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로 2019년 7월에 상장한 Livongo입니다. Livongo는 당뇨 관리로 시작해서 고혈압, 체중 감량,전당뇨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Livongo의 최초 제품이고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당뇨 관리는 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통신 칩이 내장된 혈당계를 지급하며 혈당 측정 결과는 무선 통신을 통해서 콜센터로 전송됩니다. 대다수의 디지털 혈당 측정계가 블루투스를 통해서 앱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런 방식을 택했습니다. 혈당치에 이상이 있으면 콜센터 직원이 환자에게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여 관리합니다.
이런 방식에서 혈당치 전송은 쉽지만, 당뇨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개입을 하기가 힘들어져 효율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후에 진출한 다른 질환들은 블루투스와 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이슈 혹은 다른 이슈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코치 대 환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힘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5. 복약 관리 서비스
복약 순응도 관리 서비스에 사람이 결합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스마트 약통이나 앱의 형태로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켜주기 위한 제품, 서비스가 많습니다. 약물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복용 여부를 체크해서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가족 혹은 의료진에게 알리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여러 회사들이 자사 제품이 복약 순응도를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만 연구 환경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 성격 혹은 환경에 따라서 의지가 약한 경우에는 이런 기술 기반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복약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을 쓰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주위의 지원 시스템이 약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복약 순응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의료 공급자로 역할을 확대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는 기존 의료 시스템이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진단의 경우 기존에 보지 못했거나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쁜 의료진이 이를 해석할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분석해주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치료의 경우 아직 본격적으로 보험 적용과 의사 처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고용주나 보험 회사가 직장인, 보험 가입자를 위한 복지 혹은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의사의 개입 여지가 적기 때문에 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제품으로는 작동하지 못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치료 제품이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 공급자의 역할을 포함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상당 기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은 Digital healthcare as a service라는 큰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개입 없이 독자적인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보다는 의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경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사람을 쓸 수 밖에 없다면 Noom의 사례처럼 최대한 효율적으로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국내 회사가 미국 등 외국으로 진출하는 경우 이미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는 원격 진료 회사와 협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진단 회사로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후선 (back end) 조직이 필요한 경우 기술 및 제품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라이센스 아웃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