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유럽, 미국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번지고 있고 많은 사망자를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특히 보건의료체계 및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나 혼자만의 망상을 가지고 코로나19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보건의료체계의 변화

전반적인 보건의료체계, 즉 지불제도, 주치의제, 의료 공공성과 관련된 이슈는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려고 한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의 주제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사태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매우 빈도가 낮은 사건인데 이에 맞추어서 보건의료제도를 재설계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또, 이번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아시아 국가와 그렇지 못한 서구 국가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의료제도를 가졌느냐 보다 그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확진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느냐 그렇지 않느냐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은 방역 체계 강화 및 비상 시에 쓸 수 있는 전염병 진료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높고 보건의료체계 자체에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해서 의료비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사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져서 의료체계를 바꾸고자 해도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향후 상당 기간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그 하부 단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는 전염병, 역학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의견이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봐주길 바란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변화

이렇게 보건의료체계 자체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선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생각해보자.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는 것은 녹록치 않은 반면 이미 시작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수월할 것이다.

특히 기반이 갖추어져 있고 사용하기에 편리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 사용자들이 이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본격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던 영역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쇼핑과 같이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영역은 이번과 같은 사건을 계기로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기존에 아예 사용을 못해봤던 노년층이 어쩔 수 없이 쓰는 과정에서 편리함을 느끼게 되면서 변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원격 근무나 교육의 경우 기존에 이와 전혀 무관했던 회사나 학교 입장에서는 단순히 이번에 한번 경험했다는 것만으로 빠르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 변화의 방향이 잡힌 것이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관련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원격진료이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사들은 주로 보험에 가입하는 고용주의 희망에 따라서 원격진료에 보험 적용을 하고 있었지만 메디케어는 시골 거주자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메디케어는 임시로 모든 가입자에서 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다.

사태 종식 후 어떻게 될까? 헬스케어에서의 변화와 관련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사자가 직접 지불하지 않으며 보험이라는 제3자가 지불하는 산업 구조이다. 즉, 소비자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고 이를 좋아하게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용주들은 이전부터 원격진료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성장하는 추세였다. 의료비 증가의 우려가 있지만 직원 복지를 증진하고 결근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점점 더 많은 고용주가 관심을 보여왔다. 따라서 회사 직원들이 이번 기회에 원격진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고용주들도 따라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메디케어는 어떨까? 이번 사태 이전에 메디케어는 원격진료로 인해서 의료비가 폭증할 가능성을 우려하여 제한적으로만 보험 적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임시로 원격진료를 허용하여 많은 환자들이 원격진료의 편리함을 느끼게 되면 메디케어에서는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더욱 걱정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사태 종식 후 메디케어는 기존처럼 원격진료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원격진료의 편의를 실감한 노년층이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서 메디케어에서 원격진료 전면 보험 적용을 법제화하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2019년부터 메디케어 보험 수가가 적용되기 시작한 원격 모니터링은 이미 여건은 갖추어져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의사들이 수용하는 속도가 느렸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더 많은 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원격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되고 이를 경험하면서 향후 수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아직 진료 현장에서 사용될 만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수혜를 빠르게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진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가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를 위한 여건이 갖추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단,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시범 사업은 이번 사태 동안 환자,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복막 투석, 1형 당뇨병에 대한 재택관리 시범 사업이다. 재택관리 시범사업은 미국의 원격 모니터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임시로 허가된 원격진료는 사태 종식 후 바로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형태에 대한 논의없이 일시적으로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단, 과거 원격진료를 반대한 또다른 축인 시민단체의 의견이 이번 경험을 계기로 바뀔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는 될 수 있이다. 다만,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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