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원격진료보다 중요한 논의: 어디까지를 의료 행위로 볼 것인가?

앞선 글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이슈임을 다루었습니다. 어떻게든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형태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동안 많은 언론 기사에서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막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로 다루었던 것이 원격진료 허용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의사-환자가 원격진료만 허용되면 ‘세계적인 IT 선진국’인 한국의 기술력을 접목하여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은 ‘원격’을 위해서 어떤 기술을 사용하지만 글자 그대로 사람인 의사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허용되는 것과 기술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허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람 의사가 개입되지 않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허용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의료 행위’의 범위입니다. 의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이고 의사 이외의 인력 혹은 기술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인지가 규정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한국의 법 아래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법적인 해석이 중요할 것인데 저는 법 전문가가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법무법인 광장의 유지현 변호사 (동시에 의사면허도 있으신..) 님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단, 제 글이 다 그렇듯이 유변호사님과 말씀을 나누고 나서 제 마음대로 썼기 때문에 법조계 또는 유변호사님의 의견과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적인 오류가 있다면 이는 당연히 제가 뇌피셜로 썼기 때문일 것이며 신박한 내용이 있다면 유변호사님의 아이디어를 제가 도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선 미국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앞 포스팅에서 다루었듯이 미국에서는 반드시 사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법에서 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메디케어와 같은 보험에 청구할 때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고 그에 걸 맞는 청구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같습니다. 의사만이 청구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같은 행위이지만 의사가 청구할 때 쓰는 코드와 Qualified non-physician healthcare professional이 청구할 때 쓰는 코드가 다르기도 합니다.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어떨까요? 미국 시스템을 보면서 제가 받는 느낌은 FDA로부터 해당 기기가 주장하는 내용이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승인을 받게 되면 그 용도에 맞추어서 쓰면되는 것이 기본 원칙인 것 같습니다. 즉,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어떤 행위라는 개념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FDA 승인을 받았다고 다 보험 적용을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보험 단계에서 제약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당뇨 예방 프로그램 (Diabetes Prevention Program: DPP) 사례를 가지고 보겠습니다. DPP는 FDA 허가 대상은 아니고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인증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프로그램만 인증하다가 사람 코치가 붙는다는 조건으로 온라인 프로그램도 인증해주고 있습니다. 눔, 오마다가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현재 메디케어에서는 오프라인 프로그램만 보험 적용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부 사보험사에서 오마다와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서 보험 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예전 포스팅 참조) 즉, 인증 단계에서는 오프라인이냐 그렇지 않으냐 보다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를 따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이 가운데 보험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에 대해서 보험을 적용해 주는 것입니다.

한국가 미국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보겠습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에서 심전도를 측정한 후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았습니다. FDA로부터 Class II에 해당하는 의료기기로 de novo(신규 기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FDA 승인 서류를 보면 용도(Indications for use)가 이렇게 나옵니다.

이 심전도 앱은 분류 가능한 심전도 파형에서 심방 세동 혹은 동성 리듬 여부를 결정해 준다. … 일반용 의료기기 용도이다. (The ECG app determines the presence of atrial fibrillation (Afib) or sinus rhythm on a classifiable waveform. … is intended for over-the-counter (OTC) use

핵심은

  1. 처방용이 아닌 일반용으로 개인이 사서 쓸 수 있다.
  2. 3가지 중 하나를 알려준다. 동성 리듬(sinus rhythm)여부, 심방 세동 여부, 결론 못내림(inconclusive)

라는 점입니다. FDA 승인 서류를 보면 애플이 어떤 임상 시험을 해서 어떻게 이런 용도를 입증했는 지가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길게 다룰 내용은 아닙니다만 애플워치의 심전도 분석 능력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0% 정도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심방세동 유병율이 1~2% 정도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이런 분석 알고리즘의 양성 예측도-심방세동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심방세동으로 최종 진단 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기가 실제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 회의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한국 식약처는 일반용 심전도 측정기를 허가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를 비롯해서 심전도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심전도 센서를 블록 처리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의 첫번째 이슈는 심전도 측정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일반용으로 쓸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두번째 이슈는 처방용과 (출시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일반용 심전도 측정기 각각의 경우에 어느 정도 수준의 심전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심전도 측정기기가 제공할 수 있는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이 대략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측정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
  2. 정상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
  3. 특정 이상 여부를 추가로 알려주는 경우
  4. 검사 결과를 판독해 주는 경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는 sinus rhythm 혹은 normal sinus rhythm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고 (이 둘의 차이는 normal이 붙는 것은 심박수가 60~100/분인 경우를 의미합니다.)

3은 현재 애플워치의 기능에 해당합니다. 정상 여부에 더해서 심방세동이라는 특정한 이상 여부를 추가로 알려줍니다.

4는 한발 더 나아가서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 결과를 알려주는 경우입니다.

만약 처방용이라면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분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할 수 있는 것이 휴이노의 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입니다. 식약처 허가 사항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설명과 그림을 보면 적어도 동성리듬과 심방세동에 대해서 발생 가능성(아마 해당 리듬으로 판독될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위의 4단계 가운데 2단계와 3단계의 중간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약처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놓은 게 아니고 휴이노가 어느 정도의 검증 과정을 거쳤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처방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의 정도는 미국에서 일반용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일반용 심전도 측정기와 분석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어차피 식약처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가정입니다만 현실적으로 1단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2019년 5월에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때문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 행위와 비의료 행위를 구분하고 있는데 비의료적 상담, 조언 유형 가운데 ‘객관적 정보의 제공 및 분석’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예시로 ‘이용자의 건강 정보 및 특성 등이 객관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 (예: 혈압 및 혈당의 정상범위 판단)’이 나와 있습니다.

제 맘대로 해석해 보겠습니다. 혈압, 혈당의 경우 측정치 자체를 수치로 나타내게 됩니다. 이를 정상 범위와 비교해서 범위 내에 있는 지, 그렇지 않은 지를 알려주는 것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혈압, 혈당은 2단계까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심전도의 경우 측정치 자체, 즉 심전도의 파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정상 심전도 여부만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의학 전문 지식에 바탕을 둔 판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위의 가이드라인이 말하는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언하기는 힘들고 제 마음대로의 해석이지만 미국의 경우 FDA는 해당 제품이 내세우는 용도가 근거가 있는 지를 따져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허가를 내준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용도의 근거를 따지는 것에 앞서서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및 그 앱을 통해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에 대해서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것이 이런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은 스마트워치에 있는 센서가 측정한 값을 바탕으로 혈압 추정치를 제시해 줍니다. 단, 4주에 한번 혈압계를 사용해서 보정해야 합니다. 식약처가 상당히 선도적으로 인허가를 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압 측정’이라는, 의료 행위라기 보다는 일정 기준을 갖춘 기기를 통해서 하던 일을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하는 것이기에 허가를 내주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심전도 분석과 같이 의료 행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반인 대상으로 사용한다면 식약처 허가를 받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위 가이드라인에서 이야기 하는 위료 행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 행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3가지를 제시합니다.

1. 의학적 전문 지식이 필요한 행위(행위의 근거),
2. 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진단・처방・처치가 수반되는 행위(행위의 양태),
3. 보건 위생 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행위의 효과 및 부작용)

이 세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경우 의료 행위로 본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용 심전도 측정기에서 심전도 분석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1번 의학적 전문 지식과 관련해서 심전도 분석은 ‘해당 정보의 해석 및 판단에 의학적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상 여부를 따지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번 행위의 양태와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에 ‘ ‘잠정적인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료기관 내원을 통해 명확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는 행위는 해당하지 아니함’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 비정상 여부는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정상 범위를 벗어나 보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방문을 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번 행위의 효과 및 부작용과 관련해서도 정상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은 위해 발생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의료기관 방문을 권유하는 것은 위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 워치의 일반인용 심전도 분석 기능은 정상 심전도 여부에 더해서 심방 세동 여부를 말해주기 때문에 1~2번 혹은 1~3번 모두가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방세동 여부를 이야기하지 않고 정상이 아닐 가능성만 언급하는 경우에도 1번은 비켜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국내에서 일반인용 심전도 기기가 출시된다고 해도 어떤 식이건 심전도에 대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의료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처방용 심전도 측정기의 분석 기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식으로 건 심전도를 분석하는 것이 의료 행위라면 일반용, 처방용을 떠나서 의료기기가 이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휴이노의 처방용 심전도 측정기의 사례에서 (약간 꼼수를 쓴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심전도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의료 행위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애매해 보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의사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탑재되는 분석기능은 어떨까요? 예를들어 의료 영상 판독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인의 보조 용도로 허가를 받기 때문에 의료인이 활용하는 경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의료 인공지능의 판단을 그대로 의료인이 받아들이는 용도라면 어떨까요?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1호 인공지능 의사’라고 불렸던 IDx-DR입니다. (관련 포스팅은 여기에)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성 망막병증이 있어서 안과 의사를 볼 필요가 있는 환자를 선별해주는 인공지능입니다. 망막 사진을 보고 선별해주는 시스템인데 안과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당뇨 환자를 보는 1차 진료 환경에서 사용합니다. 1차 진료 의사는 (거의 다) 망막 사진을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이 제품은 FDA로 부터 선별 능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IDx-DR이 내려주는 판단을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한국에서 IDx-DR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진단 기기 영역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치료 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치료 영역은 처방용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는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만성질환자 대상 서비스 유의사항’이라는 부분인데 ‘특정 질환의 치료를 위해 행하더라도, 비의료기관이 의료인의 판단· 지도·감독·의뢰 하에서 행하는 경우 예외적 허용’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제시합니다.

  1. 의료적 판단이 전제된 공신력 있는 기준 등이 존재하는 경우
  2. 질환 보유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인이 특정 방법의 운동・영양 등의 프로그램을 의뢰한 경우
  3. 의사와 환자간 진료 내용에 따른 처방(약 복용 등)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 처방을 관리・점검하는 행위

이런 기준을 놓고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 한국에서 어디까지를 의료 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요새 핫한 (정확히는 핫했는데 갑툭튀한 코로나 때문에 핫해진 원격진료에 밀린) DTx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Pear therapeutics의 중독 치료제인 reSET이나 reSET-O는 어떨까요? 이들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인지행동치료(CBT)를 앱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FDA 허가를 받았으며 처방용이며 기존 대면 치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대면 치료와 병행하되 대면 치료 시간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위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런 제품이 한국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고 처방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앱은 ‘특정 질환의 치료를 위해’, ‘비의료기관(=앱 자체)이 의료인의 판단· 지도·감독·의뢰 하에서 행하는 경우’일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 허용 대상입니다.

제품의 특성이 중요한데 이런 DTx는 ‘질환보유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인이 특정 방법의 운동・영양 등의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정도가 아니라 원래 의료인이 직접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벗어나게 됩니다. 물론, 이건 제 뇌피셜일 뿐입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앞서 진단 영역에서 심전도 측정기에 대해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처방용의 경우에는 의료 행위라는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프랑스의 Voluntis가 만든 Diabeo와 Insulia는 어떨까요? 이들은 당뇨환자가 스스로 사용해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앱입니다. 처방용으로 프랑스에서는 임시 수가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 앱은 식약처 허가를 받아서 처방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물론 임상 시험을 통해서 안정성과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이정도 역할은 사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검증된 앱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diabeo와 insulia는 환자에게 위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데 그러면 다른 의료기기 사례를 보겠습니다.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의사가 수술을 통해서 몸 안에 삽입하는 의료기기로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일상 생활 중에 부정맥 발생시 전기 충격을 주어 이를 제대로 돌려놓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diabeo와 insulia 혹은 다른 DTx는 삽입형 제세동기에 비해서 얼마나 더 위험할까요?

또 다른 경우로 인공췌장이라고 불리는 유형의 제품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메드트로닉의 Minimed 670G가 대표적인 제품인데 연속 혈당 측정기(CGM)와 인슐린 펌프를 결합한 형태입니다. 혈당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그에 맞는 용량의 인슐린을 인슐린 펌프를 통해서 넣어줍니다. 미국에서 FDA의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보험 적용은 못 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Minimed 670G 자체는 보안 등 이슈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예는 아니지만 이슈들이 해결된다면 어떨까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Minimed 670G는 의료법 위반으로 허가를 못받지 않을까요?

두서없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원격진료 허용 여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로 보면 매우 작은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원격진료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의료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의료 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어디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와 디지털 의료기기가 어느 정도를 입증하면 사용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감히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 행위를 어떤 놈들이 침해하려고 하느냐고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처방용 제품은 그렇습니다.의료 사고 가능성 및 이에 따른 책임 문제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데 처방한 의료기기가 잘못되었다면 이는 당연히 해당 의료기기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는 처방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1. 현재 의료 여건에서 의사가 제대로 실시하기 힘든 영역에 대해서 적용하되 2. 처방하는 의사에게 경제적인 이익이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성 질환의 경우 약 처방을 넘어선 관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서는 이런 서비스에 대한 지불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용효과성이 있다면 건강보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 실시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 혹은 병원이 관련 인력을 직접 고용해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되고 그게 힘들다면 외부 회사에 특정 부분을 맡기고 의사가 받는 수가 중 일부를 회사에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입증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한국에서 원격진료나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할 때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취약한 1차 진료 시스템에 약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기존에 환자 규모가 적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던 1차 의료기관들도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덤으로 수가도 받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그거 의료 영리화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의사가 약 처방하고 의료기기 처방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병원에서 쓰는 EMR이나 병의원 예약 서비스인 똑닥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 생각에 의료 영리화 이슈는 계약의 형태를 통해서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 1인당 일정 액수를 지불하는 식이라면 의료 영리화를 피해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의료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원 1곳 당 한 달에 얼마씩 일정 금액을 내거나, 혹은 환자 100명, 100~200명 하는 식으로 구간에 따라서 과금하는 식으로 이슈를 피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의외일 수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서도 이는 이슈가 됩니다. fee-splitting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 매출의 일부를 회사가 가져가는 식의 계약은 맺을 수 없습니다.

원격진료를 넘어선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이만 두서 없는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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