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표방하는 바이오마커 회사 – Renalytix AI

Renalytix AI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 이름에 Renal(‘콩팥의’라는 의미)과 AI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 신장과 관련된 의료 인공지능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영국 주식 시장에 상장했으며 미국 나스닥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제출한 F1 서류를 중심으로 어떤 회사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재 Renalytix AI 회사의 핵심 제품은 KidneyIntelX입니다. ‘Kidney + intelligence + X’의 약자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콩팥에 대해서 지식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보입니다. 주로 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향후 신장이 나빠질 가능성을 알려주는 검사입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KDIGO라는 만성 신장병 위험 분류 시스템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구체 여과율(GFR: 콩팥이 이물질을 걸러내는 능력)과 단백뇨양를 바탕으로 만성 신장병의 단계를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Stage 1~5로 구분하며 숫자가 높아질 수록 신장이 나빠졌다는 의미입니다. Stage 5는 말기 신부전을 의미하며 대개 투석 혹은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KDIGO 분류는 질환 중증도 분류 시스템의 하나 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목적은 1)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2) 예후를 예측하여 3) 중증도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함입니다. 진단 도구의 하나이지만 단순히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에 대한 답 없이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법이 있고 이를 적용했을 때 향후 경과를 호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KDIGO 분류에 사용하는 사구체 여과율을 직접 구하는 것은 까다롭기 때문에 혈액 검사인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와 몇 가지 변수를 가지고 추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백뇨양은 소변 검사로 할 수 있습니다. KDIGO 분류는 외래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혈액 검사 및 소변 검사 결과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렴하고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현재 신장 내과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간편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만 반대로 이야기 하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Renalytix AI회사의 KidneyIntelX는 이를 보완해주는 검사입니다.

F1서류에 보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KidneyIntelX는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해 혈액 바이오 마커, 유전체 데이터 및 병원 전자 의무 기록(EHR) 데이터를 분석하여 독자적인 환자 위험 지수를 생성한다.

현재 KidneyIntelX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당뇨병은 혈관에 영향을 주는데 큰 혈관이 영향을 받으면 협심증/심근 경색 혹은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작은 혈관이 영향을 받으면 당뇨성 신장병증 혹은 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KidneyIntelX는 21세 이상의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이 있으며 KDIGO 분류 상 초기 단계인 Stage 1~3에 속한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런 환자에서 향후 신장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줍니다.

현재 당뇨병 환자에서 신장병 관리를 위한 주된 지침은 미국 당뇨 학회(ADA)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신장 학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만 업데이트 주기가 길며 최신 버전이 2017년에 발간되었습니다. 미국 당뇨 학회 가이드라인은 매년 초에 발간되는데 2020년 버전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록 진료 빈도를 늘려야 함
  •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경우 (GFR이 감소했거나 단백뇨가 늘어난 경우) 특정 약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함
  • 콩팥 기능이 더욱 나빠지면 신장 내과 전문의에게로 의뢰를 권고함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만성 신장병 분류 기준인 KDIGO를 당뇨병 환자에 적용한 것입니다.

Renalytix AI 회사는 이런 분류가 부정확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KidneyIntelX를 통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검사를 실시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 보고서가 나옵니다.

KidneyIntelX는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까요?

혈액 바이오 마커: TNFR(Tumor Necrosis Factor)-1, 2와 KIM(Kidney Injury Molecule)-1의 세 가지를 사용합니다. 이 가운데 TNFR-1,2는 Joslin 당뇨 센터와 하버드 대학으로부터 라이센스 도입했습니다.

전자 의무 기록 데이터: 현재까지 사용한 치료 약물, 검사 결과, 몸무게, 나이, 거주 지역, 외래 방문 패턴, 의사 기록

유전체 데이터: 현재 버전은 유전체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신장 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APOL1유전자 데이터를 사용하고자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유전체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혈액 바이오 마커와 전자 의무기록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 의무 기록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가운데 (혈액 및 소변) 검사 결과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리 대단치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KidneyIntelX라는 ‘인공지능’은 사실상 3가지 혈액 바이오 마커 결과를 잘 분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인공지능’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혈액 바이오 마커가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KidneyIntelX를 사용하면 기존 분류 시스템 대비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최근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기존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Clinical Model과 KidneyIntelX을 각각 적용해서 당뇨성 신장병 환자들의 악화 가능성을 10단계로 나누어 예측했을 때 KidneyIntelX의 예측 정확도가 더 높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근데 논문에 Clinical Model로 어떤 것을 사용 했는 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선 KidneyIntelX를 사용해서 진료했을 때 환자 치료 결과(outcome)가 좋아진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신장병 악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존 지침대로 진료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치료 방침이 바뀌고 이로 인해 치료 성과가 더 좋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 KidneyIntelX 검사가 비용효과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KidneyIntelX가 환자 outcome을 호전시킬 수 있는 지 (=KidneyIntelX를 진료 현장에 활용했을 때 환자 신장 기능이 덜 나빠지는 지)를 보기 위한 연구는 현재 1건이 진행 중이며 1건은 계획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2020년 하반기에 개최될 미국 신장 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KidneyIntelX 검사를 통해서 환자 outcome을 향상 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뇨성 신장병 자체에 대한 치료법에 대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1) 혈당 관리 2)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 철저한 혈압 관리 3) 신장 기능이 악화된 경우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약물 (예: ARB, SGLT-2 inhibitor) 사용입니다.

신장이 나빠지기 시작한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및 혈압 조절을 더 신경 쓸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아직 신장이 나쁘지 않은 환자에서도 열심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약물의 경우 신장 이상이 있을 때만 쓰기 보가는 고혈압 혹은 당뇨병 약인데 신장 보호 효과가 추가로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즉, 당뇨성 신장병에 대한 치료는 신장병이 없으면 안쓰고 있을 때만 쓰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KidneyIntelX와 같은 검사를 통해서 악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도 치료 방침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KidneyIntelX가 환자 outcome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환자 outcome을 얼마나 호전시킬 수 있는 지 입증하지 못했지만 회사는 KidneyIntelX의 효과에 대한 가정을 통해서 비용효과성 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십만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KidneyIntelX를 사용하고 5년 간에 걸쳐서 추적 관찰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다음 3가지 과정을 통해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당뇨성 신장병증의 진행을 늦춤
  • 투석 혹은 이식을 예방하거나 늦춤
  • 응급 투석을 받게 되는 상황을 줄임

위 그래프에 나오는 표는 당뇨병성 신장병증의 진행을 5%, 20%, 35% 늦출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비용 절감 액수입니다. 20% 늦추는 경우 1~2년 사이에, 5% 늦추는 경우 3~4년 사이에 검사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환자 outcome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경우 실제 얼마나 비용효과성이 있을 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KidneyIntelX가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 노인을 위한 국가 의료 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보험 수가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CPT 0105U라는 (보험) 코드를 적용 받았으며 2020년 임상 검사 수가(Clinical Laboratory Fee Schedule: CLFS)에서 950달러의 수가를 인정받았습니다.

CPT 코드가 부여된 것은 별로 특이할 것이 없는데 환자 outcome을 향상 시킬 수 있다거나 비용효과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메디케어 보험 수가를 적용받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메디케어가 보수적이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KidneyIntelX가 입증 결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메디케어 보험 수가를 적용 받았는 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그에 대한 내용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내용을 바탕으로 끼워 맞추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국가 의료 보험인 메디케어는 기본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특정 환자의 경우 나이와 상관 없이 메디케어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말기 신장 질환으로 투석을 받거나 이식을 받는 경우 입니다. 따라서 신장 질환의 악화는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2019년 7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는데 이는 신장 질환 악화 방지 및 투석 환자 관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말기 신장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인 당뇨병성 신장병의 악화를 막기 위한 취지에서 메디케어가 선제적으로 보험 적용을 해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사보험사 중 하나인 Aetna는 메디케어가 KidneyIntelX에 대한 보험 적용 결정을 내린 이후에 효과성에 대한 증거 부족을 들어 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KidneyIntelX는 아직 그 효과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으며 메디케어가 다소 예외적으로 보험 적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디케어 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것만으로 의료계에서 널리 사용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KidneyIntelX 혹은 그에 포함된 TNFR-1,2 및 KIM-1 수치가 표준 치료로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당뇨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진료 방침이 기존의 위험 선별 도구인 KDIGO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KDIGO 분류에서 어떻게 나오면 어떤 것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idneyIntelX가 제시하는 점수는 의미를 가지기 힘듭니다. 따라서 Renalytix 회사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KidneyIntelX 결과와 각종 치료 및 추가 검사 실시 여부를 연계하고 이를 전문가들로 부터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과제 이외에도 Renalytix 회사는 몇가지 주요 어젠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예상과는 달리 KidneyIntelX는 아직 FDA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벌써 수가 적용을 받고 처방될 수 있는 것은 이 검사가 Laboratory Developed Test(LDT)이기 때문입니다. LDT는 특정 검사실에서만 실시되는 검사를 의미하며 이 경우 FDA 허가를 받지 않고도 검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한때 검사 업계를 혁신할 것처럼 보였던 Theranos 회사가 LDT로 포장하여 FDA의 규제를 피해갔던 것으로 유명한데 이로 인해 FDA는 LDT를 규제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Renalytix 회사는 FDA 승인을 진행 중이라고 하며 2019년에 FDA로부터 혁신적 의료기기 지정(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을 받았습니다.

두번째는 메디케어에서 Molecular Diagnostics Services(MolDX) Program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KidneyIntelX는 현재 Clinical Laboratory Fee Schedule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이 경우 미국의 각 지역을 관할하는 12개의 Medicare Administrative Contractor(MAC: 메디케어의 행정 업무 대행 회사)들과 개별 수가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그런데 Molecular Diagnostics Services(MolDX) Program 하에서의 보험 적용 결정을 받게 되면 MolDX 프로그램을 받아들인 MAC의 관할 지역에 속하는 28개 주에서 일괄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고 수가 처리 절차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세번째로 신규 제품 개발 및 분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제품 중 하나가 신장 이식과 관련된 FractalDx라는 제품입니다. 두가지 제품이 속하는데 1) 신장 이식에서 급성 거부 반응을 예측하는 것과 2) 거부 반응의 증거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입니다. Renalytix AI 회사는 이 기술을 분사 시킬 예정입니다.

환자 outcome 호전 여부나 비용 효과성을 아직 입증하지 못한KidneyIntelX가 메디케어의 보험 적용까지 받게 된 것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제품을 보면서 많은 회사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치매 선별 검사들 생각이 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KidneyIntelX의 위험 선별에 따라서 치료법이 뚜렷하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매 역시 몇몇 치료 약이 있지만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증상 개선을 돕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더 정확하게 선별해 준다고 해도 환자 outcome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진단 제품, 특히 환자의 위험도를 분류하는 제품의 경우 환자 outcome을 호전시키는 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료 시스템이 (다소 부정확한) 기존의 위험도 분류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위험도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며 새로운 분류 방법에 따라서 진료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지를 하나하나 입증하고 이를 의료계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KidneyIntelX보다 신장 이식 거부 반응이라는 뚜렷한 사건을 다루는 FractalDx가 진료 현장에서 더욱 수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KidneyIntelX가 어떤 과정을 거칠 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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