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돈 안되는 신기술을 도입할 때: 다빈치 로봇 수술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의료 현장에 신기술 제품이 도입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고 최근 나온 책에서도 주요 연구 논문 발표 후 보험 적용까지 17년이 걸린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오늘 다루려고 하는 다빈치 로봇 수술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빈치 로봇을 만드는 Intuitive Surgical의 본사가 있는 미국을 비롯해서 일본,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다빈치 로봇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다빈치 수술의 장점으로는 부작용이 적고, 회복 시간이 짧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조심스럽지만 전립선 수술 등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작용이나 수술 성과의 측면에서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서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서 가격은 비쌉니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기계 값이 $1.5~2Mil이고 여기에 연간 서비스 계약 비용이 $170K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 전용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에 비해서 수술 건당 $1200~2000불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이런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다빈치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확산될 수 있었을까요? 다빈치 수술을 통해서 이 비용을 넘어설 만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빈치 수술이 비급여 적용을 받고 있으며 병원은 이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병원이 다빈치 로봇을 도입한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첨단 기술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 첨단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홍보 효과 및 이를 통한 환자 유치 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빈치 로봇의 가격을 고려할 때, (병원이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비급여라는 장점이 없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에 도입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막연히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다빈치 로봇 도입 상황

그런데, 조사해보니 나라마다 상황이 달랐습니다. 우선 의료 시장 규모 1위이며, Intuitive Surgical회사의 본사가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다빈치 수술은 기본적으로 복강경 수술과 같은 수가를 적용받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의 보험자는 다빈치 수술이 기존 복강경 수술 대비 크게 우월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때, 병원 입장에서 다빈치 수술을 도입했을 때 기존의 복강경 수술 대비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동일한 매출 밖에 거두지 못합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다빈치 로봇 구입비와 연간 비용을 뽑기 위해서는 매년 150~300건의 수술을 6년 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Intuitive Surgical은 다빈치가 추가 수가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 1일부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관장하는) CMS는 복강경 수술에 로봇이 사용될 때 이를 별도로 기록하도록 하였는데 이렇게 데이터가 쌓였을 때 추가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추가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도 왜 미국 병원들은 비싼 다빈치를 도입했을까요?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환자 마케팅 효과입니다. 최첨단 장비로 수술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입원 일수 단축 효과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환자 회전율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입원 환자 진료는 기본적으로 포괄 수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퇴원 시킬수록 이득입니다. 그리고 수술 부작용이 줄어드는 등 환자 치료 성과가 좋아지는 경우 가치 기반 지불 시스템에서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환자 치료 성과 개선의 경우 아직 제한적으로만 입증되었기 때문에 병원들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 내 소규모 병원에서의 다빈치 도입

이로 인해 별도의 수가 없이도 미국에서 다빈치가 빠르게 도입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합니다. 투자 비용을 감당할만한 큰 병원을 넘어서 소규모 병원들도 다빈치 도입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2007 Q4 Earnings call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2007년 4분기에 미국 내 52개 병원에서 52개 시스템이 판매되었는데 이 중 8개가 200병상 미만 병원에서 구매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다빈치 로봇이 설치되는 병원의 병상 규모는 점차 덜 중요해지고 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2008 Q3 Earnings call에서는 2008년 3분기에 미국 내 71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10대가 200병상 미만 병원에서 구매했습니다.

2009 Q2 Earnings call에서는 이때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다빈치 현황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 대형 병원: 457군데 614대
  • 중형 병원: 176군데 190대
  • 소형 병원: 100군데 112대
  • 계: 733군데 916대

즉, 이 시점까지 병원 숫자 기준으로 14%, 다빈치 대 수 기준으로 12%가 소규모 병원에 설치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수로 보입니다. 이렇게 소형 병원들이 다빈치 도입에 나서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우선, 우수한 외과 의사를 채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대형병원에서 수련받은 의사들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다빈치를 사용해 보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수련을 마친 후 다빈치가 설치된 병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시골에 위치한 Critical Access hospital에 대한 재정 지원이 있습니다. 메디케어는 Critical Access Hospital 투자 비용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 주는데 다빈치 로봇 비용의 40%를 지원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평균 크기가 20병상 남짓한 Critical Access Hospital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빈치를 구입할 수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 요인은, 다빈치 로봇을 적용하는 수술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양성 질환에 대한) 자궁 절제술, 자궁근종 절제술과 같이 작은 병원에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 수술이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마케팅 효과와 의사 채용 용이성만으로 다빈치 로봇의 도입 확대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올해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병원의 다빈치 로봇 도입과 관련된 요인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수술 건수가 많은 지역에 있는 병원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다빈치 로봇을 도입하는 비율이 12% 높으며 경쟁이 더 치열한 곳에 있는 병원이 도입하는 비율은 2%만 높았습니다. 다빈치 수술은 고정 비용(=기계 가격)이 크기 때문에 수술 건수가 많아질 수록 수술 건당 비용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충분한 건수의 수술을 할 자신이 있으면 다빈치 로봇을 도입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2008 Q3 Earnings call에서는 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옵니다. 당시 기준으로 전세계 다빈치 로봇 1대 당 연평균 150건 정도의 수술을 하는데 작은 병원이라도 사용률에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의 논문 결과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다빈치를 도입한 소형 병원들은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 위치했을 경우가 많고 다빈치 도입 이후에도 (예상대로) 상당한 로봇 수술 건수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래 수술 센터에서의 다빈치 도입

한편, 미국에서는 다빈치 수술의 도입과는 별도로 수술의 중심이 입원 환경에서 외래 환경으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개원의들이 중심이 되어 굳이 병원에 입원해서 실시할 필요가 없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외래 수술 센터(Ambulatory Surgery Center)를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원의 입장에서는 병원에 시설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자신이 지분을 가진 수술 센터에서 수술을 함으로써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병원들은 셈법이 좀 복잡해지는데 왜냐하면 (당연히) 입원 수술이 외래 수술보다 수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즉, 병원들 자체적으로 외래 수술 센터를 키울 유인은 없습니다. 하지만, 앉아서 환자를 뺏길 수는 없기 때문에 병원들도 자체적으로 외래 수술 센터를 세우거나 기존 센터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게다가 의료비를 절약하고자 하는 보험자들은 굳이 입원해서 실시할 필요가 없는 수술에 대해서는 입원 수술 수가 지불을 거부하는 식으로 외래 수술을 유도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외래 수술 센터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외래 수술 센터가 크게 성장한 상태에서 병원들은 여기서 다빈치 수술을 실시하기 시작합니다. Intuitive Surgical은 이를 겨냥해서 저가($1~1.2M)인 Si-e모델을 내놓습니다. 또, 2020 Q2 Earnings call 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비응급 수술(담낭절제술, 탈장수술, 양성 자궁 절제술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구 가격을 떨어뜨리고 기존 소모품 도구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extended use instruments를 도입하여 복강경 수술과 같은 비로봇 최소 침습 수술(non-robotic MIS)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도구 비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합니다.

단, 외래 수술 수가가 입원 수가보다 낮은 상황에서 다빈치 수술의 외래로의 전환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또, 개원의들이 독자적으로 설립한 (free standing, physician-owned) 외래 수술 센터에서 다빈치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는 병원 시스템에 속한 외래 수술 센터에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입원해서 수술할 지 외래에서 수술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개원의 외래 수술 센터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외래 수술로 이루어지는 다빈치 수술은 (양성 질환에 대한) 자궁 절제술과 탈장 수술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빈치를 도입한 병원들이 고정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서 수술 건수를 늘리기 위해 애쓸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한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특이한 현상을 다룹니다. 미국 내 여러 병원들이 무료로 탈장 선별 검사 이벤트를 열었다고 합니다.

탈장 선별 검사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왜 병원들은 이런 짓(?)을 할까요? 답은 위에 나와 있습니다. 탈장 수술을 다빈치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무료 선별 검사를 통해서 탈장이 있는 환자를 찾아내고 이들을 다빈치 로봇 수술로 유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수술받을 필요가 없는 탈장 환자들이 수술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의료비 상승은 물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다빈치 로봇 도입 상황

다음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다빈치 도입 상황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원래 일본은 전세계 제약, 의료기기 시장에서 중요한 시장인데 다빈치 로봇 관련해서도 미국 다음으로 2위 시장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2012년 전립선 절제술에 대해서, 2016년 신장 부분 절제술에 대해서 보험 적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위, 자궁 절제술 등 12개 수술에 대해서도 보험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처음 보험 적용을 받은 전립선 절제술과 신장 부분 절제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서 높은 수가를 적용받은 반면 뒤에 보험 적용이 된 12개 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동일한 수가를 적용받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 매체에 실린 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2개 수술만 추가 수가를 인정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2가지의 경우만 로봇으로 실시했을 때 기존보다 우월하다는 증거가 있으며 나머지 경우에는 기존과 비슷한 정도 수준이라는 증거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당연히) 「채산이 맞지 않는 점수 설정은 로봇지원수술의 보급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는 과거에 고가의 첨단 의료 기술이 낮은 보험 수가를 적용받을 때마다 나온 이야기이지만 그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그렇지 않으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가 사례로 드는 것이 일본에서의 CT, MRI, ESWL, 백내장 안내 렌즈 삽입 술입니다. 이들 사례를 통해서 ‘당초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간주되었던 점수 설정이 그 후의 신기술 보급을 방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험 적용을 통해서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반대로 보급을 촉진했’다고 지적합니다.  

다빈치 수술은 이들과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CT, MRI, ESWL의 경우 보험 적용 이후 제조사간 경쟁에 의해서 기기 가격이 떨어졌지만 다빈치 로봇의 경우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보다 저렴한 Si-e 버전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경쟁사가 뛰어드는 정도의 가격 인하가 일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제 개인 의견으로는 CT나 MRI의 경우 대체가 힘든 기술에 대해서 낮은 수가를 적용한 것이지만 다빈치 수술의 경우 복강경 수술로 대체가 가능한 상황에서 복강경 수술과 같은 수준의 수가를 적용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할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다빈치 수술의 도입은 흥미로운 과정을 거쳤습니다. 추가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싼 장비를 도입할 리 없다는 선입견을 깨는 독특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사례가 독특하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경우에 섣불리 적용되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효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수술은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인데 이때 이왕이면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싶다는 심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왠지 내 몸에 직접 넣어줌으로써 뭔가 건강을 좋게 해줄 것 같다는 심리 때문에 홍삼을 먹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나라마다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다빈치 수술에 대해서 복강경 수술과 같은 수준의 수가를 적용했다면 지금과 같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