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adoc과 Livongo의 합병 및 Telavongo의 탄생

지난 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를 뒤흔들 뉴스가 나왔습니다. 바로 원격진료 회사인 Teladoc과 (당뇨를 중심으로 한) 만성 질환 관리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Livongo의 합병 소식입니다. 이 합병을 통해서 생겨나는 회사를 (재미로) Telavango 혹은 Teladongo라고 부릅니다. (법적으로 회사 이름을 Teladoc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합병 발표 날부터 두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Teladoc은 대략 25%, Livongo는 20% 정도 주가가 내렸습니다.

시장은 이 합병을 그리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합병 발표 직전, Livongo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을 때의 시가 총액이 $14.4B인데 회사 가치를 $18.5B로 책정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 사태 덕분에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특히 Livongo의 경우 연초 25불 정도 하던 주가가 144불로 거의 6배가 올랐습니다. 안그래도 실적대비 주가 상승폭이 과다한 상태에서 30%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인수하다 보니 합병의 주체인 Teladoc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합병 조건이 Livongo 주주에게 Teladoc의 주식을 제공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Teladoc 주가 하락이 Livongo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 보다는 두 회사의 합병이 얼마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우선 Teladoc이 주장하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텔라닥의 합병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6가지를 제시하는데 일단 재무적인 부분은 시너지로 인한 결과이지 시너지 자체는 아니니까 일단 제외하면 5가지입니다. 나머지 중에서도 처음 4가지는 사실 같은 이야기로 보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2가지 시너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 만성 질환 영역에서 의사 진료부터 관리에 이르는 전체 스펙트럼 제공
  2. 두 회사 모두 B2B 사업으로 미국 내 + 미국 외 cross selling (미국 내 두 회사의 겹치는 고객이 25%밖에 안되고 Livongo는 해외 사업 미미함)

또 다른 슬라이드를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도 나옵니다.

위에서 다루지 않은 것만 보면

3. Teladoc에서 진료 받은 고객을 Livongo로 의뢰(해서 추가 매출 창출)

4. 비용 절감

이 가운데 cross selling과 비용 절감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은 두가지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Teladoc과 Livongo 사업의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Teladoc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본 바 있습니다. 시너지와 관련해서 중요한 Teladoc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진료 대상: 단발성 급성기 진료로 감기, 알레르기 등 간단한 질환을 1회성으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음. 2015년 상장 당시에 만성 질환도 다루고 싶다는 언급이 있었으나 이후 언급 없음
  2. 텔라닥에서 진료를 받을 때 기본적으로 의사를 선택할 수 없음.
  3. Teladoc은 의사를 고용하지 않으며 (우버 기사처럼) 의사들이 남는 시간에 진료하는 시스템임.

의사 선택과 관련해서 텔라닥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기는 합니다.

benefit의 종류에 따라서 특정 의사를 고를 수도 있다는 언급입니다. 하지만, 텔라닥은 상장 당시부터 진료는 의사와 환자간의 장기적인 관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특정 의사를 고를 수 없도로 하였고 지금도 구글에서 ‘Teladoc specific doctor’로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대부분 의사를 고르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Teladoc이 이런 정책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제 책에서 이렇게 쓴 바 있습니다.

탈중개화와 관련해 흥미로운 경우가 원격진료 회사인 텔라닥이다. 진료라는 일종의 고급 서비스 상품을 팔아야 하는 원격진료 플랫폼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너무 큰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은 부담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의사가 같은 환자를 반복적으로 진료해 관계를 구축한 다음에 이들을 데리고 수수료를 적게 받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텔라닥의 경우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의사를 대체 가능한 범용 상품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텔라닥은 만성 질환 진료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의사의 진료를 1회성 서비스로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만성 질환을 진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텔라닥이 특정 의사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텔라닥이 의사들에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또, 이렇게 허용하는 것 자체가 텔라닥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찌어찌해서 Teladoc 플랫폼에서 만성 질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도 이들 환자들을 Livongo로 의뢰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을 것입니다. Teladoc이 의사들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Teladoc이 지금까지 짜온 구조 하에서는 텔라닥이 그리는 아래와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기 힘듭니다.

또 한가지 고려해야할 것은 현재의 디지털 헬스케어 수준으로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을 Virtual 환경에서 제대로 진료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혈당 검사 이외에 다양한 혈액, 소변 검사, 안과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들을 비용 효과적으로 집에서 실시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당뇨성 신경병증에 대한 검사 등 의사가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검사들도 있습니다.

이상의 상황을 감안하면 Teladoc은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을 진료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Teladoc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병원이나 개원의가 본인의 진료 중 일부를 원격 형태로 제공할 때의 솔루션이 되는 것입니다. Teladoc은 이렇게 병원들에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일부 운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이 경우에도 Livongo와의 시너지는 여전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해당 병원 환자의 보험(고용주)이 Livongo 프로그램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텔라닥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를 얼마나 Livongo로 의뢰할 것이냐의 이슈에 더해서 의향이 있어도 해당 환자의 보험 혜택 중에 Livongo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의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 과정에서 기인합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고용주를 주된 지불자로 해서 회사 직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B2B2C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직 의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활용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기본 의료 시스템과 무관하게 하나의 독립된 의료 솔루션으로 발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텔라닥이 꿈꾸는 것과 같이 만성 질환 영역에서 의사의 진료에서 생활 습관 관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그림은 아직 요원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의사들의 인식과 태도가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료를 1회성 서비스로 다루어온 텔라닥의 경우 다른 원격진료 회사에 비해서 그 수혜를 누리기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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