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Well이 상장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드디어(!) S-1 서류가 공개 되었습니다. 그동안 상장사인 Teladoc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제 다른 회사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American Well은 다른 고객사가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이 부분이 원격 진료 자체를 매개하는 플랫폼인 Teladoc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S-1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Amwell은 수십년간 환자 혹은 가입자의 깊은 신뢰를 얻은 헬스케어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돕기 위해서 존재하며, 그들과 경쟁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사들이 현재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내에서 원격진료를 white-label하고 탑재하도록 돕는다. (white-label은 다른 회사의 제품, 서비스를 도입해서 자사의 이름으로 내놓는 것을 의미)
물론 Teladoc에도 고객사를 위한 플랫폼 서비스가 있고 AmWell도 원격 진료 자체를 매개하기도 합니다만 아직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American Well의 사업 구조와 주요 지표를 한 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merican Well의 사업은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됩니다. 1. 플랫폼 2. 원격 진료 서비스 제공 3. 서비스 및 키오스크 접점 제공.
플랫폼 사업 부문
사업 취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AmWell의 세 부문 가운데 고객사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객사들은 AmWell의 플랫폼만 빌리고 그 위에서 고객사에 소속된 의료진이 원격진료를 실시합니다. AmWell은 Epic, Cerner 등 주요 EMR과 seamless한 통합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고객사는 Health Plan(보험자), Health System(의료원), Innovator 파트너로 구분됩니다. 고객사는 AmWell에 구독 기반으로 플랫폼 사용료를 지급합니다.
Health System이야 의료진을 소속된 의료인이 있으니까 AmWell의 플랫폼을 빌려서 원격진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보험사는 어떨까요? 보험사의 경우 자사와 계약된 (in-network: out of network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특정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그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진료를 제공함) 의료진이 보험 가입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보험사 가운데는 Anthem이 가장 큰 고객인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23%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단일 고객으로는 매우 크며 회사 입장에서 특정 고객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Anthem이 AmWell의 전략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렇게 큰 고객이 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Teladoc의 경우 보험사 가운데 Aetna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Innovator 파트너는 뭘까요? AmWell은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과 같은 innovator들이 원격진료 혹은 넓은 의미에서의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과 스탠포드 헬스가 함께 실시한 Apple Health Study 연구 인프라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원격진료 서비스 제공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Teladoc과 비슷하게 자체적으로 계약한 의사들을 통해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플랫폼 고객인 보험사와 의료기관들이 자체 의료진만으로 충분한 원격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울 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의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은 아니고 American Well Medical Group(AMG)라고 불리는 의사 협회와 계약하여 여기에 소속된 의사들이 진료하는 형식입니다. 굳이 이런 행태를 택한 이유는 과거 Teladoc에 대한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20년 2분기 기준 AMG 소속 의료진은 5,000명 정도이고 고객사 소속 의료진은 57,000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고객사 소속 의료진이 모두 원격진료를 제공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는 특정 의사와 약속을 잡고 진료를 받을 수도 있고 대기 후 배정되는 의사(next available)로 부터 진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AmWell이 제공하는 진료는 감기 등 간단한 질환에 대한 진료에서부터 불면, 정신 상담 등이 포함되며 뇌졸중 원격진료(Telestroke), 투석 등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40가지의 진료 프로그램(pre-packaged care modules and programs)을 표방합니다. 자주 사용되는 진료 형태는 urgent care, behavioral health, telestroke, telepsychiatry, specialty consultation이라고 합니다.
AMG 의료진이 진료를 제공하는 경우 진료 종류에 따라서 59~800불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S-1 서류에 AMG 의사 진료 건 당 평균 진료비가 $48(2018년) ~ 54(2019년)로 나와 있어서 실제 진료비에는 할인이 적용되고 고가 진료의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AMG 의료진은 고객사의 환자 혹은 보험 가입자 이외에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direct to consumer)로 원격진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매출은 AmWell 플랫폼 매출에 포함된다고 하는데 액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좀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AMG에 속하는 의사 그룹 중 하나인 Online Care Group이 Anthem 보험의 하부 보험 조직 (예: Blue Cross of California) 3군데와 의료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었습니다. Online Care Group 자체가 이들 보험사의 in-network 의료 제공자가 된 셈입니다. 이런 경우 매출을 보험사 고객용 플랫폼과 AMG 가운데 어디로 계산할 지 모르겠습니다.
Carepoints 및 서비스 부문
Carepoints는 원격진료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키오스크 및 장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는 의사-의사간 원격진료를 돕는 도구입니다.

서비스는 원격진료 시스템 통합, 서비스 확장 등 제반 컨설팅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AmWell의 주요 파트너 (1): Anthem 보험
몇 번 언급된 바와 같이 AmWell은 Anthem 보험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Anthem으로 인한 매출이 보험사로 인한 플랫폼 매출보다 큰 것으로 나오는데 아마 Anthem 매출의 일부는 AMG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받은 것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13년 AmWell은 Anthem과 함께 LiveHealth Online이라는 white-label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보험 고객을 위한 다른 지원 서비스, 예를 들어 일년 내내 운영되는 간호사 라인(24/7 Nurse Line)과 통합되었습니다. 처음에는 urgent care(주로 감기, 알레르기 등 간단한 질환 진료)로 시작해서 2016년에는 심리 상담과 통합 직원 지원 서비스(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이, 2018년에는 AMG를 통한 behavioral health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부터는 체중 감량, 혈압 관리, 금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AmWell의 주요 파트너 (2): 구글
상장을 앞두고 구글이 AmWell에 1억달러 투자하기로 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는 헬스케어에 늘 관심을 가져온 구글의 전략적 투자로 해석되는데 S-1 서류에는 원격진료의 일부를 2021년 1월까지 Google Cloud Platform으로 옮긴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것이 회사 전략의 전부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구글 클라우드의 공식 블로그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AmWell 플랫폼과 구글 클라우드의 역량-인공지능(자연어 처리 및 번역), 데이터 보안, 데이터 호환성, G Suite와 같은 협력 도구-을 통합하여 제공함으로써 전세계 의료기관에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로그에는 이런 협력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 원격진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의사 진료 시에 환자가 선호하는 언어로 말하면 인공지능이 실시간 자막으로 대화 내용을 의료진에게 번역해준다.
당장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인공지능 번역의 발전 속도를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의사 면허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환자를 진료하기 보다는 자국 내의 이민자를 진료할 때 (예: 미국에 사는 한인 1세대) 유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구글의 협력과 관련해서 구글이 의사가 원격진료 하는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원격진료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구글 클라우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구글이 그 데이트를 까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의사, 환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의사를 고용하고 환자 동의를 받으면 가능할 수 있는데 이것이 중국의 원격진료 회사인 Ping-an good doctors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AmWell의 향후 전략
S-1 여기저기에서 향후 계획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뻔한 것 (기존 고객사 대상 환자 수 늘리고, 신규 고객 사 유치하고, 해외 진출하고..) 제외하고 ‘역량 확장을 위해 플랫폼에 투자(Invest in Platform to continue to expand capabilities)’라는 항목에 나오는 것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병원이나 집의 TV를 통해서 디지털 헬스 서비스 제공: (앞서 언급한 일종의 키오스크와 같은) Carepoints의 새로운 형태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존 TV와 쉽게 연결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을 사용하여 환자 engagement를 늘리고 ‘digital front doors’로 활용: COVID-19 사태 중에 증상 분류(triage) 챗봇인 “Ami”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 원격 모니터링 툴의 개발: 따로 언급은 없지만 Carepoints를 활용하겠지요
- 집으로 약물 배송 제공
3번과 4번이 눈에 띕니다. 최근 Teladoc과 Livongo의 합병이 보여주는 것처럼 원격진료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port of entry로 활용하고 그 뒤에 다른 것들을 붙이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경우 Teladoc보다 AmWell이 유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Teladoc과 Livongo의 합병에 대한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Teladoc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여기서 일하는 의사들은 Uber의 기사들이 남는 시간에 추가 수입을 올리려 진료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델은 비교적 간단한 질환에 대한 urgent care 진료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성 질환 관리로 발전할 때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성 질환은 순수한 원격진료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오프라인 진료를 기반으로 하되 보조적인 수단으로 원격진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원격 모니터링이나 약 배송은 모두 만성 질환과의 연계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기존 의료진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AmWell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자면 AmWell은 세일즈포스와 같은 SaaS의 성격이 강합니다. 진료 서비스 자체에 대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Teladoc과 성격이 다릅니다. 현재의 사업 규모만 보면 Teladoc이 훨씬 크지만 향후 미국의 원격진료 시장이 현재의 urgent care에서 만성 질환 관리로 이동할 때는 이런 회사 성격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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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웰에 관심이 많아 S-1보고서도 읽어보고 프레젠테이션도 찾아보았으나, 이해가 잘 되지않았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정리가 딱되는 느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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