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의 약국 진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9년 5월 메일 오더 약국 서비스인 Pillpack을 인수한 아마존이 드디어/예상대로 본격적인 메일 오더 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유통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아마존인만큼 약국 사업 진입이 미국 헬스케어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지 않겠는가 하는 예측이 있습니다. 아마존에 대한 공포는 꽤 커서 CVS와 같은 주요 약국 체인은 물론 비보험 약물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GoodRx(최근 상장했으며 제 블로그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까지 여러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처방약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미국 처방약 시스템의 특징과 과거 사례를 놓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국 처방약 시스템을 다루려면 PBM을 빼놓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GoodRx에 대한 포스팅에서 이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포스팅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보려고 합니다. 여기서는 미국의 한 재단 블로그에 나오는 내용 미국 의회 청문회 증언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출처: http://www.coloradohealthinstitute.org/research/understanding-pharmacy-benefit-managers

PBM의 원래 역할은 보험사를 대신해서 약품 처방 목록(formulary)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Formulary는 각각의 약 종류마다 어떤 약을 우선적으로 처방할 지를 규정합니다. 우선 순위 약물이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의사는 목록 이외의 약을 처방할 수 있으나 이 경우 환자는 보험 적용을 제대로 못받기 때문에 해당 환자의 보험에 맞추어서 처방하게 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처음에는 formulary 관리를 맡기다가 애들이 똘똘하게 일을 잘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수많은 약을 자체적으로 다루자니 귀찮기도 해서 보험 약 처리와 관련된 일을 뚝 떼어 PBM에 맡기기 시작합니다. 이때 보험사는 PBM에 관리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처방 약 관리 시스템에서 PBM의 존재감이 강해지면서 점점 입김이 세지게 됩니다.

우선 Formulary 등재, 우선 순위 여부와 관련해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습니다. PBM이 리베이트를 모두 꿀꺽하는 건 아니고 대개 10~20%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보험사에 돌려줍니다. 제네릭과 같이 다른 약과 차별화가 안되는 경우 리베이트가 높고 brand-name drug이나 specialty drug(고가의 전문 치료약. 보통 바이오 약품 등 주사제가 많음)와 같이 의사가 알아서 써주는 약의 경우 리베이트가 낮습니다.

PBM및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미국에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험사 및 PBM 측에서는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에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대측에서는 처음부터 제약회사 공급 가격을 낮추면 될 것이지 굳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의료비를 높이고 회사 이익을 높이는 것을 숨기려는 수작이라고 반박합니다. 이 과정에서 PBM이 워낙 욕을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PBM이 받는 모든 리베이트를 보험에 돌려준다는 100% pass through 모델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리베이트를 포기하겠다는 경우도 나오는 것은 PBM이 다른 구멍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PBM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이들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리매김합니다. 약품 가격에 대한 정보를 쥐고서 다른 stakeholder를 쥐락펴락 하기 시작합니다.

Price spreading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보험 회사 청구 가격 및 약국 지불 가격 간에 차이를 두고 그 차액을 PBM이 취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약국에 줄 돈은 낮게 책정하고 보험 회사로 부터 받을 돈은 높게 책정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PBM 말고는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보험사는 약품 가격이 오른 만큼 보험료를 인상하면 되기 때문 가격 인상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비해 약국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 공급 가격보다 약국 지불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만 약국 지불 가격이 업데이트 되는데 평균 2~6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약품 가격이 갑자기 뛰게되면(Price spike) 약국 지불 가격이 이를 반영할 때까지 약국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약국 입장에서 이것보다 더 큰 이슈는 PBM이 환자의 처방약 본인 부담금(copay)를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Copay가 PBM이 약국에 지불해야 하는 액수보다 큰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당연히(!) 약국이 받은 Copay의 일부를 PBM에 토해내야 합니다. 이를 Clawback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PBM이 정해준 Reimbursement 액수가 제약회사 약품 공급가보다 낮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2015년 아칸소주에서는 PBM의 Reimbursement 액수가 도매가격보다 비싸게 책정되어야 한다는 법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PBM 업계에서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2020년 12월 10일 미국 대법원에서 이 법이 합법이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렇게 처방약 관련 stakeholder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약국을 운영합니다. mail order pharmacy와 specialty pharmacy를 자체 운영합니다. 제네릭은 어차피 리베이트를 두둑하게 뜯어내니까 놔두고 다른 비싼 약은 직접 공급하기도 하는 셈입니다. 이때 PBM은 모든 가격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자가 자사의 pharmacy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한국 같으면 골목상권 침해라고 난리가 나겠지만 약국은 PBM을 배척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PBM 거부 = 보험 환자 거부’이기 때문입니다. PBM과 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보험 환자만 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이 복잡한 가격 구조 때문에 종종 흥미로운 일이 발생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lawback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환자가 직접 내는 Copay가 PBM이 약국에 지불하는 액수보다 큰 경우입니다. 이 경우, 약국 입장에서는 보험 환자를 비보험으로 돌리는 것이 이득입니다. 또, 이때 약국은 환자를 비보험으로 돌리면서 Clawback 액수만큼 할인으로 제공할 여지도 있습니다. 약국이 PBM으로 부터 받는 금액은 일정 기간 후에 들어오는 반면 환자로부터 받는 금액은 당장 cash로 받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약간의 손해를 보다라도 당장 돈으로 받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예전에 다루었던 GoodRx 사례에 적용시켜볼 수 있습니다. 환자가 GoodRx 쿠폰을 가지고 올 때 약사는 자신의 약국이 GoodRx와 계약되어 있지 않더라도 쿠폰 금액이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들여온 가격보다 충분히 높다면 선심쓰는 척하고 GoodRx 가격을 맞추어 줄 수도 있습니다.

PBM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약국과의 계약에 Gag clause라는 조항을 넣습니다. 정보 누설 금지 조항입니다. 보험 환자가 약국에 처방약을 사러 왔을 때 ‘네가 비보험으로 사면 내가 보험 copay보다 싸게 줄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2018년에 PBM이 계약에 Gag clause를 넣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그만큼 PBM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PBM이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M&A를 통해서 이 시장이 과점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위 3개 회사 (CVS-Caremark, Express Scripts, Optum Rx)가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헬스케어의 주요 stakeholder인 약국 체인(CVS-Caremark) 및 보험사 (Express Scripts-Cigna, Optum Rx-United Healthcare)와 엮여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PBM은 처방약과 관련해서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처방약 시장은 천하의 아마존이라도 손쉽게 좌지우지 하기 힘들다는 뜻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제가 보기에는 Drugchannels.net에 나온 ‘Disruption Delayed: Making Sense of Amazon’s Latest Pharmacy Moves’라는 제목의 글이 아마존의 진입이 미칠 영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마존의 행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다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보험 처방약 시장 자체가 아마존이 함부로 하기가 힘들다. 보험 환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PBM 및 이들과 긴밀하게 엮인 보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
  2. (아마존이 진출한) Mail order 시장은 처방전 숫자로 볼 때 오랜 기간 감소하는 추세이며 이는 COVID-19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임. COVID-19 상황에서 소매 약국들의 처방전 처리량은 큰 변화가 없다고 함
  3. Specialty pharma는 원래 보험사와 엮인 경우가 많은데 약의 특성상 개인화된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주문 처리 방식으로 일하는 아마존과 잘 맞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에 다른 분야와는 달리 처방약 메일 오더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흥미롭습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포스팅도 참고할만합니다.

게다가 메일 오더가 미국 처방약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과 PBM을 비롯해서 주요 소매 약국들이 이미 메일 오더와 home delivery를 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보험(=Cash pay) 처방약 시장은 어떨까요? 아마존이라면 제네릭을 저렴하게 들여와서 마진을 얼마 안붙이고 싸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은 Amazon Prime Prescription savings benefit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비보험 환자를 위한 처방약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프라임 고객은 Amazon pharmacy에서는 물론 계약된 50,000개의 오프라인 약국에서도 비보험 약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GoodRx와 유사합니다.

근데 이 서비스는 아마존 단독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PBM인 Express Scripts의 자회사인 InsideRx와 협업을 합니다. 엄밀하게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이 InsideRx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어지는 것은 InsideRx 자체가 Express Scripts와 GoodRx의 파트너쉽으로 생겨난 회사라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아마존의 처방약 시장의 진입과 관련한 GoodRx CEO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GoodRx 주가가 빠진 다음에 주가 방어 차원에서 한 인터뷰입니다.)

우리(GoodRx)가 Express와 함께 InsideRx를 만들었다. 아마존은 InsideRx와 파트너쉽을 맺음으로써 보험 계약을 어기지 않으면서 그들의 웹사이트에 (처방 약)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마존의 가격이 아니라 InsideRx 가격이기 때문이다. …. GoodRx와 아마존이 대결하는 것이 아니다. … 우리는 소비자가 어디를 가건 상관없이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이 (우리의) 파트너이고 필팩도 (우리의) 파트너인 것이다.

(We built the InsideRx program with Express. What partnering with InsideRx did is it allowed Amazon to post a price on their website just like any other product and service without violating insurance contracts because it’s not their prices, it’s InsiderRx prices. … It’s not GoodRx versus Amazon. … So that’s why Amazon is a partner and PillPack is a partner. )

즉 처방약 시장에서 아마존은 기존 업계 문법에 충실하게 시장에 진입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기존의 소매 약국 (CVS, Walgreen 및 각종 골목 약국 등등) 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보험-PBM으로 이어지는 기존 업계 질서 자체를 헤집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게 보는 또 다른 근거는 이미 오래 전 처방약 시장에 진입한 소매 유통의 강자 월마트 사례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1978년 처방약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2006년 130가지 제네릭에 대해 30일치를 4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환자를 위한 Cash price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네릭이 그만큼 싸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제네릭이 한알에 몇 센트 정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팔아도 이익이 남는다고 합니다. 이후 처방약을 판매하는 소매 유통 체인들과 소매 약국들이 경쟁에 나서서 비슷한 프로모션을 했습니다. 월마트를 비롯한 일부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적지 않은 회사들은 중단했습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월마트는 미국 약국 시장의 메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처방약 시장에서 월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어떨까요? 제가 검색해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데이터가 2010년 자료인데 당시 월마트의 처방약 시장 매출 점유율은 6.2%였습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에는 4.7%입니다. 월마트가 주로 제네릭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제네릭 시장만 따로 본다면 그 점유율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마트가 처방약 시장에 진입해서 시장 질서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오히려 시장은 PBM 위주로 재편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다툼은 있습니다. 예를들어 한 기사에 따르면 2019년 1월 월마트는 PBM인 CVS Caremark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가격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은 업계에서 늘 있는 일이며 이 정도로 업계의 질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사건 발생 후 월마트와 CVS 두 회사의 Earnings call에서 이 사건은 언급도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상황으로 보았을 때 아마존의 처방약 시장 진입이 헬스케어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일부에서 예상 혹은 기대하는 것처럼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는 헬스케어 업계를 길들일 일은 없어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그 영향은 소매 약국의 매출을 뺏어오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아마존이 쌓아놓은 Cash로 미친척하고 덤빌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앞서 다룬 것처럼 단순히 다른 약국과의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많은 돈이 들고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며 이를 염두에 둔다면 아마존이 그런 경쟁에 나설 지는 의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천하의 아마존도 복잡한 헬스케어 판을 뒤집어 놓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One thought on “Amazon의 약국 진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