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서 거의 모든 업계에서 비대면 사업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한 비대면 보완제/대체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의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이를 활용한 M&A가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Teladoc, Amwell과 같이 정통 헬스케어 영역에 집중하는 회사들은 물론 Niche 의료 공급자라고 할만한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의료 공급자라고 부르기 힘든 유형의 헬스케어 회사들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마존과 같이 비헬스케어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움직임들을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참고한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A New Era of Virtual Health’, Tripletree Industry Perpective
‘Telehealth: A quartertrillion-dollar post-COVID-19 reality?’, McKinsey
‘Digital health’s platform wars are heating up’, Rock Health
‘Winning at the Digital Front Door’, Rock Health
‘Do Virtual Care Platforms Compete With Local Care Providers? It’s Complicated’, hea!thcare innovation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은 카카오톡 혹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원격진료에서부터 만성 질환 관리, 디지털 치료제 혹은 원격 모니터링 기기 처방 및 사용 데이터 추적, 의약품 배송에 이르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입니다.

굳이 ‘슈퍼’라는 용어를 쓴 것은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곳에서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Teladoc과 Amwell은 여러 회사를 인수해서 원격진료 영역의 플랫폼이 되었으며 Valicia, Vivify health는 원격 모니터링 영역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역별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이라는 의미에서 슈퍼 플랫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개별 회사의 움직임을 살피기에 앞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의 핵심 속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모든 플랫폼의 핵심 속성은 플랫폼 참여자 간의 interac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개별 사용자 간의 interaction이 (직접 네트워크 효과), 카카오모빌리티는 개인과 서비스 제공자(택시, 대리기사, 주차장 등)간의 interaction이 핵심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은 의사-환자 간의 interac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핵심이 데이터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헬스케어에서 데이터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은 의사와 환자간의 interaction에 바탕을 둔 경우가 많습니다.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 보험 수가는 진찰, 검사, 수술 등 interaction에 주어집니다.
반면 데이터 자체만 가지고는 헬스케어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터 비즈니스의 형태로 가치를 만드는 경우가 있지만 (예전 포스팅 참고: 처방 및 가격 정보, 정밀 의료) 헬스케어 전체를 놓고 보면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왜냐하면 헬스케어에서는 상관관계만으로는 부족하며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많이 하더라는 식의 상관관계 데이터만으로 얼마든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헬스케어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래 기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결국, 헬스케어 비즈니스에서 데이터의 의미는 Interaction을 이끌어 내는 미끼 상품 혹은 Interaction의 부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핵심이 의사-환자간 interaction이라고 할 때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말장난 같지만 여기서 필요한 것은 의사, 환자 그리고 이들간의 interaction입니다. 이를 한방에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원격진료입니다. ‘한방에 구현’이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의사-환자간의 양면 시장이라는 특성을 가진 원격진료를 구현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격진료는 본격적인 의료 행위로 이어지는 시발점이기 때문에 일단 의미있는 규모의 원격진료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여기에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제, 원격 약배송 등 디지털 헬스케어의 많은 부분을 연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따라서 원격진료의 비즈니스적인 의미를 평가할 때 그 자체로 얼마나 좋은 비즈니스인가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으로의 성장 가능성 역시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관리 회사는 어떨까요? 작년 Teladoc과 합병한 Livongo와 같은 회사가 만약 Teladoc과 합병하지 않았다면 독자적으로 슈퍼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현재 Livongo와 같은 회사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의사가 아닌 당뇨 교육 전문가 혹은 영양사들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양면 플랫폼이라는 측면은 원격진료와 비슷하지만 의사가 빠져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플랫폼에 의사가 결합되지 않고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다른 부분이 붙기 힘듭니다. 따라서 만성질환 관리는 슈퍼 플랫폼이 되기 위한 시발점은 될 수 있겠지만 원격진료보다는 어려운 길을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플랫폼의 핵심이 의사-환자 interaction이며 이를 한번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원격진료이기 때문에 원격진료는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원격진료 회사들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원격진료 자체 혹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들이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들이 복잡한 미국 의료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Health navigation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환자가 어떤 원격진료 업체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가, 그리고 진료의 결과로 어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것인가 하는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 의료 전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간 보험사들 그 중에서도 디지털에 특화된 보험사들이 원격진료 회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슈퍼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보험사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자체를 완전히 독자적으로 장악하기 보다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현황을 슈퍼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여러 주체들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원격진료
1-1 Full-stack 원격진료 회사
미국 원격진료 회사들 가운데 Big 5로는 Teladoc, AmWell, Doctor on Demand, MDLive, HealthTap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Teladoc, AmWell 이외의 회사들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 정보는 없지만 대략 이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신력은 떨어져 보이지만 이런 사이트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Teladoc은 꾸준한 M&A를 통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주요 영역을 다 포함하고 있으며 Amwell과 Doctor on Demand는 여기에는 못미치지만 역시 M&A를 통해서 이에 근접하게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MDLive는 지난 4월 보험사인 Cigna에 인수되었고 HealthTap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을 실시한 3개의 회사가 원격진료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 Doctor on Demand는 Grand Rounds와 합병했는데 Grand Rounds 대표가 합병 회사 대표를 맡았습니다. )

Amwell은 다른 원격진료 회사와 구조가 다릅니다. Teladoc을 비롯한 다수의 원격진료 회사들이 의사-환자를 연결하는 양면 플랫폼 성격이 강한 반면 Amwell은 병원이 원래 진료하던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돕는 인프라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제 블로그의 기존 포스팅을 참고하십시오: Teladoc 분석, Amwell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M&A 분석) 다만, 병원들이 자체 의료진만으로 24시간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료 중계 양면 플랫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Teladoc이나 Doctor on Demand와 같은 전형적인 원격진료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Episodic care라고 부르는 영역에서 원격진료를 제공했습니다. 감기, 알레르기와 같이 단발성으로 의사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더 이상 진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영역입니다. 의사-환자간의 관계가 크게 의미가 없어서 원격진료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진입하기 용이합니다. 원격진료 회사들은 episodic care로 일단 시장에 진입한 다음 1차 진료 및 specialist care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의사-환자간 지속적인 관계가 필요하거나 (1차 진료), 오프라인 클리닉에서 의사가 직접 실시하는 검사, 수술이 필요하다는 (specialist care) 점에서 현실적으로 원격진료가 큰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격진료 회사들은 M&A를 통해서 Episodie care의 한계를 벗어나 진료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M&A하고 있는 Teladoc의 경우 만성질환 관리(Livongo), 정신과(betterhelp), 2nd opinion(Best Doctors), Digital front door(Navigation과 유사: healthiest you)를 인수했습니다.
이런 consolidation을 통해서 노리는 것으로 규모를 통해 고객사(예: 고용주, 보험사 등)를 비롯한 헬스케어 다른 영역 player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교차 판매 기회를 얻음으로써 매출을 증대하는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인 고용주는 각 영역별로 별개의 회사와 일일이 협상하는 것을 번거러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번거러움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플랫폼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 탈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발성 원격진료만을 제공한다면 비교적 쉽게 업체를 바꿀 수 있겠지만 다양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업체를 바꾸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원격진료 회사들의 M&A는 앞으로도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문만 무성한 Amwell의 (만성질환 관리 회사) Omada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어 보입니다. Omada뿐만 아니라 Welldoc, Lark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 회사들 역시 Amwell이나 Grand Rounds의 인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적어도 원격진료 회사들간의 경쟁은 Teladoc의 싱거운 승리가 될 것처럼 보입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승자독식 구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Teladoc이 환자 진료 영역에서 여전히 단발성 진료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환자 진료 전체에서 단발성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Teladoc의 단발성 진료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진정한 슈퍼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힘들어 집니다.
2021년 5월 Wall Street Journal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사가 유료이기 때문에 이를 인용하고 추가로 사례를 발굴한 다른 기사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펩시의 전직 임원은 Teladoc이 펩시의 기존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서 의사들이 환자의 의무 기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중단하고 Amwell로 바꾸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이런 코멘트를 합니다.
원격진료는 환상적인 도구이지만 단순히 밤늦은 시간에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urgent care에 머무른다면 이는 commodity에 불과하다 (Telemedicine is a fantastic medium, but if it’s just late-night urgent care, it’s kind of a commodity)
또한 보험사인 Humana의 CEO또한 홈케어 서비스 회사인 Kindred at Home의 인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원격진료를 commodity라고 언급합니다.
Teladoc 원격진료 서비스의 핵심인 단발성 진료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고 크게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commodity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를 주도하는 슈퍼 플랫폼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Teladoc의 이런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던 부분이지만 이 기사가 나오고 나서 Teladoc의 주가가 5% 이상 빠졌습니다.
단발성 진료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Livongo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와의 시너지가 제한적입니다. 또, 원격진료 자체의 수익성이 높기 힘든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원격 약배송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발성 진료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처방은 그 양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점때문에 Teladoc은 2020년 2분기 Primary360이라는 1차 진료 서비스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진
- 주치의 선택: ‘당신이 선택한 주치의와 관계를 쌓는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Teladoc의 기존 서비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Primary360은 주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해서 이렇게 정책을 변화시켰을 것입니다.
- 주치의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급한 문제가 생기면 (주치의가 아닌) 의사로부터 24/7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음.
- 전담 Care team과 24/7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음: 주치의 이외의 care team에는 보통 간호사, care coordinator, (필요 시) 영양사 등이 포함됩니다. 단, 전담 팀이 24/7로 응대해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진료 Flow
- 신환 진료: 첫 진료에서는 주치의와 30~45분 정도 진료를 받게됨
- 검사: 미국의 일반적인 병원과 마찬가지로 (보험사 네트워크에 속한) in-network 검사실을 통해서 실시. 미국에서 병원이 아닌 외래에서는 영상이나 혈액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전문 검사 기관에서 실시합니다. 따라서 Primary360과 같이 원격진료 후 오프라인 검사 기관을 찾는 것이 기존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순수한 원격진료 기반의 1차 진료는 기존 의료계 입장에서 부담스럽게 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사, 환자가 적응한다면 1차 진료의 상당 부분은 큰 어려움 없이 원격진료로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Teladoc이 Primary360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가장 큰 이슈는 Teladoc 플랫폼에 속한 의사들입니다. Teladoc에서 활동하는 기존 의사들은 남는 시간에 추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단발성으로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Primary360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full time 수준으로 일하는 의사가 상당수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Teladoc이 직접 의사를 고용하기는 힘들지만 사실상 이에 준하는 형태로 의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Teladoc 주력 서비스와는 다른 서비스를 구현해야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습니다.
Primary360 파일럿 프로그램과 같은 시기에 Teladoc은 value-based reimbursement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의료 지불 방식의 주류를 이루는 행위별 수가제 (Fee for service: FFS)는 더 많은 의료 행위를 할 수록 의료기관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조장해서 의료비를 폭증시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value-based reimbursement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의료 지불 방식입니다. 의료의 질은 유지하면서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예: 연간) 동안 의료비나 의료의 질 목표 수준을 설정하여 이를 달성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인두제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를 미리 결정해서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의료기관은 의료비를 절약할 인센티브를 가지게 됩니다. 보험이 의료비 통제에 대한 부담을 의료기관에 떠 넘기는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료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value-based reimbursement입니다.
헬스케어에서 다루는 의사 진료는 크게 1차 진료와 specialty care(세부 전문의가 담당하는 전문화된 진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value-based reimbursement는 이 가운데 1차 진료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 행위의 시발점이되는 1차 진료에서의 관리를 통해서 비싸고 불필요한 진료를 피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Teladoc은 미국 의료의 트렌드에 맞춘 이니셔티브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Teladoc은 단발성 진료 위주의 구조에서 primary care와 value based reimbursement를 둘다 구현하는 쪽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셈인데 이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만만치않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의 관점에서 Teladoc의 주요 고객군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Teladoc의 주요 고객은 employer이며 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Teladoc의 고객인 직장인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Virtual primary care를 제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Employer 시장에서 Teladoc은 넓은 의미의 원격진료 영역에서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도 그렇고 full stack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인 고용주의 필요를 잘 충족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고객사가 쉽게 떠나기 힘든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1차 진료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 어렵지 않게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을 지향하는 Teladoc의 추후 과제는 무엇일까요? 우선 Primary360을 안착시키고 value-based care를 성공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이후 슈퍼 플랫폼의 남은 영역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격진료 및 인접 영역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Teladoc에 필요한 영역 가운데 주요한 것이 Remote Patient Monitoring(RPM)과 원격 약배송입니다. Teladoc이 이를 자체적으로 보강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RPM 플랫폼인 Validic 및 원격 약배송 플랫폼인 Truepill 같은 회사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Truepill은 현재 (뒤에서 다루는) Convenience care 영역 회사들(HIMS/HERS, Ro/La)의 위탁을 받아서 약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Teladoc이 슈퍼 플랫폼이 되었을 때에도 모든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end-to-end로 제공하기 보다는 이렇게 영역별로 위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Truepill 회사가 이미 이런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앞서 원격진료 업계 2위인 Amwell은 Teladoc과 기본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Teladoc을 비롯한 다른 원격진료 회사들은 의사와 환자를 중계하는 플랫폼이며 Amwell은 병원이 진료하던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돕는 인프라 성격이 강합니다. 온라인 쇼핑에 비유하자면 Amwell은 카페24, Teladoc의 기존 episodic care는 지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Teladoc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Primary360은 쿠팡의 직매입 비즈니스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Amwell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위의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Amwell은 full stack 서비스 제공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인수한 회사들도 Amwell이 강점이 있는 원격진료 인프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 Avizia, Conversa).
원격진료 인프라 제공 모델의 장점은 의사의 진료와 자연스럽게 엮인다는 점입니다. Episodie care, 1차 진료, specialist care에 따로따로 진출하지 않아도 그쪽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진출하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직접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진료의 결과로 의사가 처방하는 의약품이나 디지털 치료제, 원격 모니터링과 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격진료를 넘어선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의 관점에서는 Amwell도 장점이 있습니다. 슈퍼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Teladoc과 AmWell간의 경쟁에서 관전 포인트는 1. Teladoc이 Primary360을 얼마나 잘 구현해낼 수 있을까 2. Amwell이 만성질환 서비스와 같은 영역으로 확장하여 Full stack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 아래에 있는 원격진료 회사들은 어떨까요? Doctor on Demand를 인수한 Grand Rounds는 어떨까요? Grand Rounds는 2nd opinion 전문회사로 시작했지만 뒤에서 다룰 Health navigation 성격이 강합니다. Amwell이 Teladoc의 본업과 다른 축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Grand Rounds 역시 제3의 축에서 도전하는 셈입니다. Health navigation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아울러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MDLive는 Cigna에 인수되어 이 경쟁에서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남는 것은 Health Tap입니다. Health Tap은 네이버 지식인 같은 의사 상담 서비스로 시작해서 원격진료로 진화한 회사인데 지난 몇년간 M&A나 투자 유치 등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별로 없습니다. 이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지켜볼 일입니다.
1-2 온오프라인 진료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
지금까지 Employer 시장에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다수는 젊은 직장인이 아니라 노인입니다. 따라서 employer 시장 위주의 원격진료 회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 시장의 일부분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순수 원격진료 기반으로 노인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노인 환자는 디지털 도구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 이들 환자는 다양하고 예상하기 힘든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격 진료만으로는 놓치는 부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진료를 내세우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오프라인 클리닉과 함께 가는 경우 순수 온라인 클리닉에 비해서 확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의료비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Teladoc과 같은 회사들도 이 영역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루고자 합니다.
온오프라인 통합 진료의 대표적인 회사가 One Medical입니다. 원래 이 회사는 개원 클리닉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그런데 영업을 해도 의원에서 잘 쓰지 않자 아예 의료 공급자로 나섰습니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사내 의원(on site clinic)을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 기반으로 오프라인 클리닉을 개설해서 기업이나 사보험 등을 대상으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와 함께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원격진료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클리닉을 굳이 가져가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적어도 회사 직원을 비롯한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 시장에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클리닉이 필요합니다.
2021년 6월 One medical이 Iora health를 인수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Iora health는 Medicare Advantage를 대상으로 한 기술 기반 의료기관입니다. Medicare Advantage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국가 보험인 메디케어의 한 부분으로 민간 보험사에 위탁합니다.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CMS (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가 민간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환자 1인당 진료 난이도에 따라 책정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며 보험사는 그 돈으로 1년간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Medicare Advantage 운영 보험사는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진료를 받도록 합니다. Iora Health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입니다. One Medical이 Iora Health를 인수한 것은 온오프라인 클리닉 모델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시장에 더욱 적합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Crossover Health도 One medical과 비슷한 모델의 회사입니다. Facebook, Linkedin이 고객사입니다. 사실 Crossover Health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Amazon입니다. 작년부터 Amazon과 제휴를 맺고 아마존의 직원 및 그 가족을 위한 온오프라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마존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고 아직 Medicare Advantage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아마존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원격진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흥미로운 곳이 SPAC 합병을 통한 상장을 앞두고 있는 Babylon health입니다. 영국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원래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국 NHS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value-based care 제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1차 진료에서 specialty care까지 모두를 제공하는 모델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상 환자는 역시 Medicare Advantage로 보입니다. Babylon Health는 Medicare Advantage 의료 공급자인 First Choice Medical Group을 인수했습니다. 회사가 하려는 일을 SPAC 상장 프레젠테이션에서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만 놓고 보면 마치 온라인으로 1차 진료, specialty care 모두를 제공하려는 것처럼 보여서 의아함을 자아냅니다. 과연 specialty care까지 순수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상장 발표 이전에 Babylon health가 Medicare Advantage 의료 공급자인 First Choice Medical Group을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First Choice Medical Group는 오프라인 진료를 제공하며 1차 진료뿐 아니라 specialist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Babylon은 온오프 하이브리드 진료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Babylon Health는 기술 기반의 Medicare Advantage 의료 공급자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SPAC 서류에서는 이런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Medicare Advantage 보험사는 메디케어와 계약을 맺고 환자 당 연간 일정 보험료를 받습니다. 이중 일부를 보험사가 가지고 나머지를 계약된 의료기관에 지급합니다. 보험료 가운데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액수를 MLR(Medical Loss Ratio)라고 하는데 대형보험사는 85%, 소형보험사는 75% 정도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와 의료기관은 행위별 수가제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인두제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 Babylon Health는 인두제로 계약을 맺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비를 알아서 잘 절약할 자신이 있으면 인두제가 유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Babylon은 의료비가 적게드는 1차 진료 단계에서 환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의료비를 줄여 수익을 남기겠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노인 시장의 경우 순수한 온라인 기반 원격진료 회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압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환자 진료와 관련된 분야는 오프라인과의 결합이 필요한만큼 Employer 시장에 비해서 파편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단,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진료 회사들이 진료 이외의 분야 – 디지털 치료제, 원격모니터링, 처방약 배송-까지 독자적으로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슈퍼 플랫폼들이 이런 인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1-3 틈새 시장 전문 회사들
틈새 시장 전문 회사라고 할만한 곳은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습니다.
- Convenience care: HIMS/HERS, Ro/La와 같이 탈모, 발기부전, 조루, 피임 등 주로 젊은 사람들이 비보험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영역. 원격진료부터 약배송까지 모두 제공
- 특정 인종 원격진료 회사: Culture Care (흑인 여성와 흑인 의사 연결), Spora health (흑인 1차 진료)
- LGBTQ 원격진료 회사: Included health(LGBTQQ, Grand Rounds가 인수), Folx (queer, trans),
그야말로 ‘틈새’ 시장 전문 회사들이기 때문에 슈퍼플랫폼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Convenience care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때문입니다. 기성 원격진료 회사들이 주로 보험과 연계된 반면 convenience 쪽은 비보험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High Deductible Health Plan (HDHP)에 가입한 경우가 많습니다. HDHP는 보험 적용이 시작되기 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의미하는 deductible이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가입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그 해 동안 Deductible을 넘길 정도의 의료비를 사용할 것 같지 않은 경우 굳이 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cash pay로 편한 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MZ 세대 감성에 맞는 Convenience care에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HIMS/HERS는 영국의 원격진료 회사인 Honest health를, Ro/La는 난임 지원 서비스 회사인 Modern fertility와 가정 진료 지원 기술 회사인 Workpath를 인수했습니다.
1-4 인접영역에서의 진입
눈에 띄는 곳으로 의사를 위한 SNS인 Doximity와 처방약 할인 서비스인 GoodRx가 있습니다. Doximity (블로그 포스팅 참고)는 의사를 위한 SNS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GoodRx (블로그 포스팅 참고)는 보험이 없거나 보험 보장이 약한 사람들이 비보험으로 처방약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환자들의 경우 진료를 받을만한 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독자적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원격진료 회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슈퍼 플랫폼 자체를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본업에서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본업의 수익성이 괜찮은 회사들인데 본업 수준을 넘어서 본격적인 슈퍼 플랫폼에 도전할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인접영역에서 원격진료로 진입하는 회사 가운데 주목할만한 곳이 앞서 언급한 Truepill입니다. Truepill이라는 이름만 보면 약배송 서비스가 떠오르는데 이 회사가 지향하는 것은 좀 더 큰 그림입니다. 이 회사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구축한 API로 연결되는 헬스케어 인프라를 통해 우리의 파트너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환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Our API-connected healthcare infrastructure empowers our partners to deliver world-class patient experiences.)
Truepill은 원격진료 회사, 제약사, 보험사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뒷단에서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Truepill은 주로 약 배송과 관련된 일을 했고 주요 파트너가 HIMS/HERS, Ro/La와 같은 convenience care 회사들이었습니다. 여기에 원격진료 및 진단 서비스를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Truepill은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표방합니다.
API를 사용함으로써 Truepill의 고객사들은 가입자, 환자 혹은 기타 개인들에게 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플랫폼 상에서 환자가 virtual primary care를 통해서 검사 처방을 받고, 집에서 검사 키트를 받으며, 검사 결과에 대해 원격 상담을 하고 처방약을 받아볼 수 있다. (By using its API, Truepill said its customers can provide members, patients or other individuals a full end-to-end service—for instance, a person could have a virtual primary care visit that ends in a testing recommendation, receive the test at home, have a telehealth consultation about the test’s results and then have their prescription filled and delivered within a single platform.)
Truepill은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을 무대 뒤에서 구현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대 전면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Teladoc과 현재로서는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양쪽의 힘이 강해질 수록 결국 누가 업계를 주도하느냐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Health navigation

출처: ‘A New Era of Virtual Health’, Tripletree industry perspective
앞서 Grand Rounds와 관련해서 2nd opinion으로 시작해서 Health navigation으로 진화했다고 언급했습니다. Health navigation은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헤쳐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Patient Advocat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고용주가 비용을 지불하며 Health navigation은 고객사 소속 직원들이 의료 서비스를 이해하고 적절한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Health Navigation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회사 직원들이 의료비를 절약하도록 유도해서 고용주가 비용을 줄이도록 돕는 것입니다.
Health navigation 회사들의 핵심 자산은 회사가 위치한 지역 의료 서비스 가격 정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렴한 곳에서 치료받도록 유도합니다. 회사 직원은 의료비의 일정 부분을 본인이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저렴한 곳에서 진료를 받을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본인 부담금 절감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의료비 절약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가격 정보 제공에 더해서 환자를 교육하고 평소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역시 목표는 의료비 절감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회사들을 묶어서 Digital Front Doo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핵심은 Health Navigation이기 때문에 두 용어는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환자 관리 플로우를 나타낸 위 그림을 보면 진료 전 단계에 Digital front door를 거치고 이후 원격진료를 비롯한 진료(Care Delivery)를 받으며 이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원격 모니터링이나 만성 질환 관리(Home-based monitoring & engagement)를 하게 됩니다.
이런 진료 과정에서 Health navigation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Health navigation이 원격진료 앞 단계에 위치하고 그 뒷단계에서 일어나는 진료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격진료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interaction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슈퍼 플랫폼 후보가 됩니다. Health navigation은 원격진료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원격진료 및 그 이후 단계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Health Navigation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앞서 원격진료 업계를 온라인 쇼핑에 비유했는데 (Amwell: 카페24, Teladoc의 episodic care: 지마켓과 같은 오픈마켓, Teladoc의 Primary360: 쿠팡의 직매입 비즈니스) Health Navigation은 네이버 혹은 다나와의 가격 비교 서비스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회사가 Transcarent입니다. 만성질환 관리 회사 Livongo의 전 CEO가 창업한 회사로 2021년 6월에 시리즈 B 투자를 받았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Health navigation 회사와는 달리 고객인 고용주로부터 별도의 돈을 받지 않습니다. 의료비 절감 액수 중 일부를 보수로 받는 구조입니다. 앞서 살펴본 Value-based care의 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Transcarent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Cirrus MD 회사와의 파트너쉽을 통해서 제공하는 원격진료 서비스입니다. 하루종일 채팅 기반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같은 문제로 인해서 며칠 이내에 다시 진료받을 일이 생기면 추가 요금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많은 고용주가 Transcarent를 선택한다면 이 회사의 힘이 강해져서 뒷단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Health navigation회사는 원격진료 회사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원격진료 회사들이 1차 진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Health navigation은 원래 수술, 입원 치료 등 specialty care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1차 진료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다면 고용주들이 굳이 별도로 원격진료 vendor를 따로 선택할 필요 없이 Transcarent같은 Health navigation 회사에 턴키로 맡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Health Navigation은 직접 원격진료를 제공할 수도 있고 만만한 곳에 외주를 맡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Transcarent는 2020년 10월 Bridge Health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전문 진료센터 (Centers of Excenllence)를 중심으로 health navigation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즉, Livongo 창업자로서 1차 진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 specialty care에 대한 전문성을 결합시키려고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전통적인 Health navigation 업계에 속하는 회사 가운데 눈에 띄는 회사로 Accolade가 있습니다. Accolade는 업계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PMPM (Per member Per month: 회사 직원 1명당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받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1년 3월 2nd opinion 전문 회사인 2nd.MD를 6월에는 원격진료 회사인 PlushCare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0년 7월 상장했습니다.
SPAC 상장 예정인 Alight 역시 비슷한 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Accolade는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반면 Alight는 퇴직금 관리 등 직원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역할은 비슷하지만 좀 다른 계열의 회사로 Collective Health가 있습니다. 역할 자체는 Health navigation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Collective Health는 엄밀하게는 Third Party Administrator (TPA)로 분류됩니다.
TP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보험 구조를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기본적으로 회사(고용주)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benefit입니다. 고용주가 보험을 운영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보험의 핵심이 위험을 떠 넘기는 것이라는데 초점을 두고 볼 때 보험회사에 위험을 떠 넘기는 전통적인 보험을 fully-insured라고 하며 고용주가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self-insured라고 합니다.
self-insured가 존재하는 이유는 보험사에 위험을 떠넘기기 위해서는 (=fully-insured) 의료비에 더해서 위험을 떠 넘기기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 직원이 많을 것인데 그 안에서 위험이 충분히 분산된다고 판단되면 굳이 비싼 추가금을 내고 보험사 좋은 일을 시켜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self-insured 형태로 보험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보험의 역할은 단순히 의료비와 관련한 위험을 관리하는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서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의료비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Self-insured를 택한 고용주는 이런 역할을 대행해줄 기관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기관이 TPA와 ASO(Administrative Service Only)입니다. ASO는 기존 사보험사에서 self-insured의 운영을 대행해주는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TPA는 이런 역할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보험사 이외의 회사입니다. ASO와 TPA은 하는 일은 비슷한데 누가 운영하는 지에 따라서 구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Collective Health는 회사 업종으로 분류할 때 TPA에 속합니다. 그런데 TPA가 적극적으로 의료 전달을 관리하고자 하면 사실상 Health navigation에 속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3. 보험사
Health Navigation 및 TPA가 Employer 고객사를 등에 엎고 디지털 헬스케어 판을 좌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한단계 강한 힘을 가진 주체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보험사입니다.
원래 미국 보험사들은 Managed Healthcare Organization이라고 불립니다. 헬스케어를 manage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보험 적용 기준을 정하고 삭감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반면 미국의 보험사들은 의료기관 및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목표는 의료비 절감입니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와 맞서기 위해 다른 의료기관을 인수하면서 업계의 consolidation이 일어났고 보험사는 다른 보험사와 의료기관을 인수해서 협상력을 키우게 됩니다.
오프라인 의료기관에서 일어난 보험사의 인수 합병 붐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사 1위인 United Health Group의 경우 헬스케어 서비스 그룹인 Optum 산하에 수백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에 인수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만 해도 Vivify Health(Remote Patient Monitoring 플랫폼), Patientslikeme (희귀 질환 환자 플랫폼), NaviHealth (Medicare Advantage 대상 퇴원 후 환자 관리), DivvyDose (Pillpack과 같은 약 분류 배달 서비스), Landmark Health (왕진 서비스)가 있고 Change Healthcare(의료 지불 관리 서비스)는 반독점 조사 중에 있습니다.
United Health Group이외의 회사들도 적극적입니다. Cigna는 원격진료 회사인 MDLive를, Humana는 Home healthcare 회사인 One Homecare Solutions와
Kindred at Home을, Anthem은 Home healthcare 회사인 myNEXUS 인수했습니다.
물론 인수만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를 커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원격진료의 경우 보험사별 제휴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보험사들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을 지향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역량을 구축하는 정도를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원격진료 및 인접 업계에서의 활발한 M&A를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볼 수 있습니다. MZ(HDHP 가입자), 일반 직장인, 65세 이상의 3가지 시장 segment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 업체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통 원격 진료에 속하는 Teladoc과 Amwell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직 각 segment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on-off 하이브리드의 경우 땅이 넓은 미국에서 오프라인 클리닉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주도적인 회사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65세 이상 segment에서는 순수한 진료를 제외한 부분은 Teladoc이나 Amwell과 같은 회사가 위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convenience care는 B2C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 감성의 회사들이 의미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Health navigation은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 플랫폼으로 의미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Transcarent같은 회사가 의료비 젊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고용주의 지지를 받게된다면 원격진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전통 원격진료 회사보다 훨씬 넓은 시장 segment를 커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 경쟁은 누가 더 고객들에게 value를 줄 수 있을 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성하여 주시는 내용을 아주 뜨문뜨문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소중한 지식에 대해 이렇게 글로 작성하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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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로그를 접하게 되어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경험을 글로 공유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양사업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요양원 운영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계신 일을 조금이나마 Career Story에 올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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