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현황: DTx 중심으로

지난 수개월간 DTx 업계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업계 선두주자라할 수 있는 Pear therapeutics가 SPAC 상장했고 게임 형태의 ADH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Akili도 SPAC 상장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이들의 성과를 뒷받침할만한 좋은 수치가 나오고 있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계약들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나왔던 여러 업계의 deal들을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Pear therapeutics는 중독 디지털 치료제인 reSET과 마약 중독 디지털 치료제인 reSET-O에 대해 2개 주(State) Medicaid와 가치 기반 공급 계약 (Value-based agreement)을 맺었습니다. 이외에 PBM인 Prime therapeutics와의 계약을 통해서 Blue Cross Blue Shield 보험에 가치 기반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Pear therapeutics의 Medicaid 계약

Medicaid는 미국 저소득층을 국가 보험이고 주 단위로 운영됩니다. Pear therapeutics는 MassachusettsOklahoma 주 Medicaid와 Value-based agreement 계약을 맺었습니다. Value-based agreement는 약물의 가치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인데 약물의 효과와 같은 지표를 사전에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는 지 여부에 따라서 최종 가격이 결정됩니다.

Okalahoma 주의 경우 재무적 결과(financial outcomes) 바탕을 두고 계약을 맺는데 복약 순응도, 비용, 입원률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Pear therapeutics와의 계약 내용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복약 순응도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의 특징을 감안하면 위의 세가지 지표 모두 계약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정한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제조사는supplemental rebate라는 형태로 돈을 내놔야 합니다.

Pear의 reSET 및 reSET-O가 중독 치료 용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대상 환자의 다수는 Medicaid 대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더 많은 Medicaid, 특히 Value-based agreement를 시행하고 있는 Medicaid와 계약을 맺게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Medicaid와의 계약과 관련해서 Massachusetts 주와의 계약이 발표되었을 때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전직 Massachusetts 주 Medicaid 담당자가 reSET 및 reSET-O가 기존에 실시한 임상 시험에서 Medicaid 보험 적용 인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취지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곧이어 Pear therapeutics의 담당자가 이를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보험, 특히 공보험인 (노인 대상의) Medicare와 (저소득층 대상의) Medicaid는 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제품이 각각의 대상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혹은 real world data가 있는 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느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보험사들의 DTx 보험 적용 가이드라인

Pear therapeutics는 이외에도 약제 관리 회사(PBM: Pharmacy Benefit Manager)인 Prime therapeutics와도 계약을 맺었습니다. Prime therapeutics는 미국 보험사인 Blue Cross Blue Shield(BCBS) 중 12개에 PB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계약을 통해서 Pear therapeutics는 BCBS 중 일부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보험사들은 현재 Pear의 제품을 포함한 DTx의 보험 적용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최소 3개의 민간 보험에서은 DTx의 보험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보험사 가운데 Anthem, Aetna, Premera (일반 DTx 가이드라인, 중독 치료 DTx 가이드라인)가 각각 DTx 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습니다. Anthem은 9개, Aetna는 13개, Premera는 9개 제품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습니다. 발달 장애 진단 보조 도구인 Cognoa, 전자약에 가까운 Nerivio와 같이 일반적으로 DTx에 포함시키지 않는 제품도 포함됩니다.

3개 보험사 모두의 평가 대상에 포함된 제품은 6개인데 BlueStar®Rx(당뇨), EndeavorRx(ADHD), Freespira®(Panic disorder), Halo™ AF Detection System(Afib), NightWare™(PTSD에서 악몽), reSET-O™ (마약 중독)이 여기에 속합니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peer-review journal에 실린 논문이 없다거나 standard of care와의 비교 부재, real world data 부재, 장기간 추적 결과 부재 등이 꼽힙니다.

위의 보험사 가운데 Aetna의 경우 PBM/약국 체인인 CVS와 같은 회사입니다. CVS와 또다른 PBM인 Express Scripts의 경우 각각 독자적으로 디지털 헬스 제품에 대한 처방 목록 (formulary)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Aetna 보험사가 DTx에 대한 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CVS의 처방 목록에 이들 제품이 들어가 있다면 서로 상충할 것 같아서 찾아보니 다행이(?) CVS의 처방 목록(CVS Health Point Solutions Management)에는 이들 제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Express Scripts의 처방 목록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사실 CVS와 Express Scripts의 디지털 헬스 처방 목록은 좁은 의미의 DTx라고 할 수 있는 처방 DTx(PDT)는 포함되지 않고 만성 질환 관리 프로그램 (예: Livongo)나 근골격계 질환 관리 프로그램 (예: Hinge Health) 위주입니다. CVS 처방 목록에 포함된 불면 치료제 Sleepio가 그나마 PDT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press Scripts Evernorth Digital health formulary

참고로 지금까지 언급된 회사들 가운데 Blue Cross Blue Shield(BCBS) 보험과 관련된 곳이 많아서 여기에 대해서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BCBS는 미국 최초의 대형 의료 보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Blue Cross는 입원 진료비, Blue Shield는 외래 진료비를 커버합니다. 한국에서 보기에 이 구조는 어색해 보이지만 진료비 부담이 큰 입원에 대한 보험이 먼저 생기고 이후에 외래 진료에 대한 보험이 생기면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메디케어도 Part A (입원 진료비), Part B (외래 진료비)로 구분되는데 이는 BCBS의 구조를 계승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BCBS는 비영리 의료보험이고 각 주마다 1군데만 라이센스를 받아 운영됩니다. 이후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캘리포니아, 뉴욕 등 14개 주의 BCBS는 서로 결합되어 영리 의료 보험 회사인 Anthem이 되었습니다. Premera는 워싱턴 주 Blue Cross와 알래스카 주 BCBS를 합해서 운영합니다. Prime therapeutics는 Anthem과 Premera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주 BCBS가 연합하여 만든 PBM입니다.

DME로 수가 적용 받는 (예외적인) 경우

DTx의 보험 적용과 관련해서 다소 예외적인 사례 한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Apple에서 만든 NightWare입니다. NightWare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서 악몽을 꿀 때 깨워주는 DTx입니다. 현/전직 군인 가운데 PTSD가 많은 만큼 현직 군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보험인 TRICARE의 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NightWare 홈페이지에 나오는 의사 처방 가이드를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있습니다.

  • 약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게 아니고 환자가 집에서 사용하는 의료 기기라고 할 수 있는 DME(Durable Medical Equipment)로 보험 적용을 받았습니다. 위에서 미국 보험이 입원 진료와 외래 진료가 구분되었다고 했는데 외래 진료비에 대한 보험은 크게 Medical benefit과 Pharmacy benefit으로 나뉩니다. Pharmacy benefit은 외래 처방약에 대한 것이며 Medical benefit은 외래 의료 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및 DME를 포함합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Pharmacy benefit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DME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서는 요양비 대상 품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ightWare가 DME로 수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폰과 애플워치라는 하드웨어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NightWare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과 애플워치가 필수이기 때문에 NightWare를 처방받는 사람에게는 이들이 모두 제공됩니다. 이렇게 되면 처방받은 환자는 보험 적용을 받은 저렴한 가격에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얻을 수 있으니 완전 좋겠지요? 근데 처방 가이드를 보면 이 장비는 NightWare 작동 및 응급 상황에서 911에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기능만 탑재되고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TRICARE 보험의 DME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VR과 같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 하드웨어가 필요한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적용 역시 비슷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보험 적용과 관련해서 요양비 급여를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넓은 의미로 보았을 때 미국에서 DME 수가를 적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링크한 기사에 보면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핵심입니다.

환자가 요양기관이 아닌 가정에서 질병 예방과 재활 등 사후관리를 위해 의사 처방전을 받아 준요양기관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판매·임대업소 등을 통해 장비나 소모품을 구매 혹은 대여 후 사용하면 추후 그 비용을 건보공단이 환급해주는 요양비 항목에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하자는 것이 핵심 골자다. 현재 재가요양비 급여는 ▲복막투석 ▲산소치료 ▲당뇨소모성재료 ▲신경인성 방광환자 자가도뇨 ▲인공호흡기·기침유발기 ▲양압기 등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 정책 일 하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요양비 급여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유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적용되는 수가의 특성상 부정 급여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TRICARE로 부터 DME로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 아이폰과 애플워치가 NightWare 이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료 행위 수가를 통한 보험 적용

DTx가 수가를 노릴 수 있는 또 다른 track은 medical benefit 가운데 의료 행위 수가입니다. DTx 가운데 인지 행동 치료 (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에 바탕을 둔 것이 많습니다. 인지 행동 치료는 일종의 상담 치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면 의료 행위 수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다루었던 Pear therapeutics의 reSET 및 reSET-O의 경우에도 보험사에 따라서는 medical benefit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Pear therapeutics가 최초로 보험 계약을 맺은 Preferred One 회사가 이들 제품을 medical benefit으로 보험 적용을 한다고 합니다.

DTx의 medical benefit 보험 적용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례가 XRhealth라고 하는 VR 기반 디지털 치료제 회사입니다.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 스펙트럼 장애), 스트레스 및 불안, 만성 통증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직 VR 기반 DTx에 대한 정식 수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회사는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VR 전용 수가가 아니고 원격 상담 및 진료와 관련된 수가입니다. XRhealth는 VR 프로그램과 함께 의료진의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담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VR 없이도 받을 수 있는 수가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험 적용을 받고나면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에서 그 처방을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아직 다수의 의사들은 DTx를 모른다는 점입니다. 또,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했을 때 법적으로 이는 약사를 통해서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약사들 역시 디지털 치료제 처방전을 받았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를 모를 것입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Pear therapeutics의 경우 불면 치료제인 Somryst에 대해서는 전용 원격 진료 채널을 만들었고 발급된 처방전은 온라인 약국을 통해서 처리되도록 시스테을 만들었습니다.

Autism Spectrum Disorder 진단 보조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FDA 승인을 받은 Cognoa회사의 경우 Orsini specialty pharma라는 약국 채널을 통해서 처방전을 처리합니다. 근데 처방전 서류를 보면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한 다음 Fax로 보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를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아직 의료 업무 환경이 그만큼 후지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최신 방식을 고수하는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보험 수가 및 처방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보험 청구용 코드입니다. 전용 코드 혹은 제품에 적용 가능한 범용 코드가 있어야 의사가 보험사에 청구해서 수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관련해서 논의되고 있는 보험 청구 코드는 Remote Therapeutic Monitoring (RTM) 입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Remote Physiologic Monitoring은 진단, 모니터링에 대한 코드인데 RTM은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관련된 코드입니다. 그런데 RTM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집에서 환자가 스스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해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 회사들은 자사 제품에 맞는 보험 청구 코드를 받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생리 주기에 기반한 피임 앱으로 FDA 승인을 받은 Natural cycles의 경우 CMS에 HCPCS Class II 보험 코드 신설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CMS의 반응이 재미있는데 사보험 사들이 Natural cycles을 어떻게 보험 처리하고 있는 지 자료를 요청합니다.

많은 신규 의료기기 회사들이 겪는 문제힙니다. 회사들이 보험에게 수가를 달라고 하면 보험은 ‘너네 보험 청구 코드가 뭐니?’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보험 청구 코드를 받기 위해서 CMS를 찾아가면 ‘그래? 지금 사보험사들이 너네를 어떻게 보험 처리 해주고 있니 그 자료 좀 가지고 와 봐’라고 하는 것입니다.

회사들은 이런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의료진에게 애매한 범용 코드로 일단 청구해 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Anthem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CPT 
99199Unlisted special service, procedure or report [when specified as a mobile-based health management software application]
  
HCPCS 
E1399Durable medical equipment, miscellaneous [when specified as a mobile-based health management software application]

청구 코드 설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떤 코드로 청구해야할 지 모를 때 쓸 수 있는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코드로 청구하면 보험은 수가를 지급할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보험이 성의가 있는 경우에는 case by case로 심사해서 수가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근데 보험 청구를 해서 수가를 못받으면 병원이 손해를 볼텐데 청구를 하려고 할까요? 그래서 일부 회사들은 병원이 수가를 못받는 경우 그 금액을 대신 지불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청구 건수가 통계로 잡히면 이를 근거로 보험 청구 코드 신설을 요청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미국 보험 수가 및 처방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영국 사례 한가지 살펴보겠습니다.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 회사인 AliveCor제품이 영국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로부터 사용 추천을 받았습니다. NICE는 의료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경제성 분석, 임상 성과 평가를 하는 기관입니다. 이번에 발작성 심방 세동(paroxysmal Afib)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AliveCor 사용을 추천했습니다. NICE의 리뷰 페이지는 여기에있습니다. 이것이 의미있는 것은 영국의 보험-병원 복합체인 NHS England 와 Wales가 NICE의 추천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AliveCor의 휴대용 심전도는 머지 않아 영국에서 보험 적용을 받게될 것입니다.

iRhythm 회사의 Zio patch와 같은 부착형 심전도와 비교해보면 좋습니다. 부착형 심전도는 이미 의료계에서 (발작성 심방 세동 진단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홀터 모니터링을 대체하는 용도로 수가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이미 확립된 기술 대비 장점을 증명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수가 적용을 받았따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AliveCor와 같은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는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AliveCor는 자사 제품이 의료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하고 나서 NICE의 추천을 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특정 상황에 대해서 임상 시험을 통해서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AliveCor와 같은 휴대용 심전도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가 심전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휴대용 심전도 기기가 기존 의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용 심전도 기기를 비롯해서 아직 의료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기의 경우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확한 측정치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 있는 누구에게 처방했을 때 의료적인 가치가 있는 지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liveCor와 같은 휴대용 심전도의 경우 1)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에서 질병을 찾아내는 검진 목적 2) 확진된 환자에서 부정맥으로 인한 건강 부담이 얼마나 큰 지 측정 3) 부정맥 수술 후 재발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핵심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심방세동의 경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발생 빈도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2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을 때는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환자군을 최대한 넓히고 싶겠지만 이 경우 가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B2C 비즈니스 모델

예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B2C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의 지불 의향을 이끌어낼 여지가 있는 경우에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kili의 ADHD 치료용 게임인 EndeavorRx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Akili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이라고 하는데 SPAC 상장 서류에 나오는 현재까지의 지표를 보면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4월 ~ 2021년 12월 대상)

  • 처방전 발행 의사 수 (unique prescribers): 약 천여명
  • 반복 처방 의사 비율: 34%
  • refill 처방 의사 비율: 62%
  • B2C (cash-pay) conversion rate: 52%
  • B2C (cash-pay) average net price: $247
  • 보험 환자 conversion rate: 88%
  • 보험 가격: WAC(도매가:, whole sale acquisition cost) $450, average net price $387, 평균 본인 부담금 $94

장기적으로 50%는 보험에서 50%는 B2C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제약회사와의 협력 모델

아직 본격적인 보험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DTx 회사들은 제약회사와 다양한 협력을 맺고 있습니다. 최근에 화이자가 Alex therapeutics라는 DTx 회사와 금연 치료제를 대상으로 협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이자는 Chantix (한국에서는 챔픽스)라는 금연 치료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매출이 $919M 이라고 합니다. 2020년에 특허가 만료되었고 이후 제네릭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이자와 Alex therapeutics의 협력은 괜찮은 매출이 나오는 약이 특허 만료가 된 이후에도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DTx-제약회사 협력의 핵심은 비싼 약의 복약을 도와줄 수 있다는 가치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Alex therapeutics는 Vicore pharma라는 제약회사와도 협력하여 VP04라는 DTx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Vicore pharma가 개발하는 IPF (특발성 폐 섬유화증) 약에 대한 보완재 역할을 합니다. IPF 환자에서 동반된 우울증 개선이 주된 용도로 보이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복약 순응도를 개선해서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 부작용 등으로 인해서 환자가 약을 잘 먹지 못하면 당연히 제약회사 매출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는 것은 제약회사가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됩니다.

Sanofi는 Happify health와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협력을 해오고 있는데 주된 대상은 대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MS) 환자에서 우울증을 개선해주는 제품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Sanofi의 파이프라인에는 MS 약물이 몇가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약회사와 DTx 회사의 협력 가운데 암이나 류마티스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협력의 핵심은 이들 약물이 비싼 경우가 많고 제약회사는 이들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는데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DTx가 아닌 진단 AI 사례에서도 이렇게 비싼 약물의 치료 대상이 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Pfizer는 Aida health라는 회사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 면역계 질환 및 희귀 질환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가 제약회사와의 연계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자 하는 경우 기본 전제는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비싼 약’에 대한 협력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비싸지 않은 혈압약이나 정신과 약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협력의 여지는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상으로 최근 DTx 업계의 다양한 뉴스를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국 시장에 국한된 내용이 많습니다만 요양비 보험 급여 적용이나 B2C 모델과 같이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이 있는 점이 보입니다. 이 글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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