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DTx 현황: DiGA 시행 1년 보고서

디지털 치료제의 수가화와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독일입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독일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법에 의해서 독일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는 모든 DTx는 효과 유무와 상관없이 1년간 임시 수가를 받게 됩니다. 효과를 입증하는 경우 정식 수가를 받습니다. 기존 보험의 논리로는 수용하기 힘든 파격적인 정책입니다.

이후 여러 DTx가 수가를 받았고 그 가격이 얼마다는 정도의 기사만 종종봤는데 초기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고자 합니다. 단, 독일어로된 원문 보고서를 구글 영문 번역했기 때문에 일부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보고서 제목이 ‘über die Inanspruchnahme und Entwicklung der Versorgung mit Digitalen Gesundheitsanwendungen’인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링크가 있기는 하지만 접근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는 DTx를 DiGA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하 이렇게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13개월간의 현황을 다룹니다.

이 기간 중 수가 적용을 받은 DiGA는 총 20개이고 이 중 5개는 정식 수가를 15개는 임시 수가를 받았습니다.

윗 표에 나오는 5개가 정식 수가를 받은 것이고 아래 표의 15개가 임시 수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시 수가는 기본적으로 1년간 적용되는데 최대 1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에 나오는 15개 회사 가운데 위에 있는 6개 회사는 1년이 경과했고 기간 연장을 받은 상태입니다. (두번째 행이 임시 수가 적용 날짜이며 네번째 행이 연장된 기간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지간하면 연장해주는가보다 싶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암 환자를 위한 제품인) Mika는 기간 연장을 받지 못하고 수가 적용이 중단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 책정 방식입니다. 첫해의 가격(수가)는 제조사가 마음대로 정합니다. 1년이 지나면 보험과의 협상을 통해서 가격이 조정됩니다. 보고서에는 가격 책정 방식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격 적용 방식은 제품마다 다른데 Mawendo (무릎뼈 Patella 치료제)의 경우 one time license가 119€이며 다른 제품은 대부분 90일 가격이라고 합니다. 1년이 경과한 제품들은 가격 조정이 되는데 Invirto, Kalmeda는 첫해보다 가격이 오른 반면 불면 치료제인 somnio의 경우 첫해 464€에서 223€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20개 제품의 질병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빈도가 높은 것부터 (빨간색부터) 보면 빨간색(정신과), 파란색(신경과), 하늘색(내분비, 대사, 영양), 초록색(암), 회색(근골격계), 보라색(이비인후과)입니다.

DiGA는 의료인 혹은 상담사가 처방하는 경우가 있고 환자가 보험사에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가 다루는 13개월 동안 50,112건의 처방이 발급되었으며 이 중 78.5%인 39,318건이 활성화(redeem) 되었습니다. 그리고 활성화된 것 가운데 90% 가량 (35,005)은 처방을 받은 경우이고 10% 가량 (4,313)은 보험사로부터 직접 허가를 받은 경우입니다.

위 표는 제품별 활성화(redeem) 현황입니다. 두번째 행의 Tsd를 thousands로 보시면 됩니다. 보험 수가를 적용받기 시작한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네번째 행에는 일간 활성화 현황을 계산해 두었습니다.

DiGA를 사용한 인구 집단의 성별, 연령별 특성 자료도 나옵니다.

좌측 (회색)이 남성, 우측 (파란색)이 여성입니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여성이 훨씬 많이 사용했습니다. 전체의 69%가 여성입니다. 또한 50~65세 연령대 인구 집단이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다음 그림은 연령대별 주요 제품 사용 비율입니다.

50대 이상에서 Kalmeda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이명 치료제입니다.

다음 그림은 반복처방 비율입니다.

첫 처방을 받은 환자 가운데 2번, 3번, 4번까지 처방 받은 환자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편두통 치료제인 M-sense의 경우 2번 처방받은 비율이 21%이고 3번 처방 받은 비율이 5% 정도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독일 정부에서는 처방 (혹은 보험사 허가) 및 활성화(redeem) 비율 데이터만 수집했다는 점입니다.사용자가 얼마나 자주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했는 지에 대한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반 약과 다르게 디지털 치료제는 이런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수가를 퍼주면서 사용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는 다는 것은 확실히 이례적입니다.

아래 표는 대상 질병 영역별로 활성화 건수와 보험 수가 지출 내역입니다.

귀찮아서 독일어를 하나하나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정신과 DTx 개수, 처방 건수, 수가 지출이 가장 많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2위인 내분비 대사의 경우 제품은 2개 밖에 없지만 처방 건수 및 수가 지출이 적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여기까지가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보고서 서문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보험 입장에서 DiGA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 영역간, 서로 다른 의료인 사이를 매개해주는 역할 (building bridge)를 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현재는 동반 기기 혹은 코치로서만 기능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역할과 관련해서 약물과 같은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치료제로서의 역할과 기존 의료 시스템을 보완하는 역할이 많이 언급됩니다. 적어도 이 보고서를 작성한 독일 정부는 보완재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의료 시스템의 특성과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완재 역할과 관련해서는 ‘bridge’ therapy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차 의료기관의 주치의 진료 후에 전문의 진료를 받을 때까지 기존에는 별다른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동안 디지털 치료제를 Bridge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한국같이 전문의 만나기 쉬운 나라에서는 큰 가치가 없겠지만 의료 전달 체계가 자리잡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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