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사에서 Cleerly라는 회사의 의료 영상 인공지능이 미국 메디케어 수가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에서 최근 1~2년 사이 제가 모르고 있었던 수가 적용 사례들이 다수 언급되었습니다. 저의 게으름을 반성하면서 이 기사에 나온 사례 및 추가로 Study하면서 발견한 것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의 의료 영상 인공지능 보험 코드 등재 및 수가 현황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제 블로그에서 과거 다음과 같은 의료 영상 인공지능 코드 및 수가 미국 사례를 다룬 바 있습니다.
- (미국) 의료 인공 지능 수가 적용 사례 연구
- Viz.ai의 메디케어 보험 적용
- Viz.ai의 NTAP 수가 적용 추가 사항
- ‘영상의학’ 최초의 의료 인공지능 CPT 코드 부여: Zebra Medical Vision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미국 메디케어 보험 수가 제도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메디케어는 다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 의료보험입니다.
- 65세 이상
- 이보다 젊은 사람 가운데 장애가 있거나 말기 신질환 (투석을 하거나 신장 이식을 받은 사람)
미국 의료 보험 시장이 민간 보험 회사의 천국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연방 정부에서 운영하는 메디케어가 최대의 보험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은 아니지만 Medicare Advantage라는 형태로 연방 정부가 사보험에서 위탁하는 메디케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메디케어가 미국 의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의사, 병원들 입장에서 메디케어는 최대 지불자이기 때문에 메디케어의 수가 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메디케어의 영향력은 지불 규모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되는데 그 이유는 사보험사들이 수가 정책을 결정할 때 메디케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약물, 의료 행위에 보험을 적용해줄 지 결정할 때는 물론 보험 수가를 결정할 때도 메디케어를 크게 참고합니다. 왜냐하면 사보험 입장에서 일일이 검토하는 것보다 (보수적인) 메디케어가 어련히 잘 결정했을 것이라고 믿고 따라가는게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사보험사들이 수가를 정할 때 메디케어 가격에 일정 퍼센트의 금액을 얹는 식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메디케어는 크게 Part A, Part B, Medicare Advantage, Part D로 구분됩니다.
- Part A: (의사 진료비를 제외한) 병원 입원 진료비
- Part B: 의사 진료비 및 병원 외래 진료비
- Medicare Advantage: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경우
- Part D: 외래 약제비
특이한 점은 병원 진료비와 의사 진료비를 분리, 산정한다는 점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의사와 병원이 별도로 생성, 발전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메디케어 Part A 병원 입원 진료비에는 입원 시설 비용, 간호 비용 등만 포함되며 의사의 진료비는 메디케어 Part B의 Medicare Physician Fee Schedule에서 별도로 산정됩니다. 미국에서 병원 진료를 받으면 시차를 두고 몇번에 걸쳐서 여러 청구서가 날아오는데 이런 점 때문입니다. (참고로, 영상의학과나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가 병원과 독립되어 운영되어 각각의 청구서가 별도로 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메디케어 Part A와 Part B의 병원 진료비는 포괄수가제로 운영됩니다. 한국에서 친숙한 병원 지불 방식은 개별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입니다. 미국에서도 의사 진료비를 행위별 수가제로 운영됩니다. 포괄수가제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진단 아래에 이루어지는 각종 진료 행위를 묶어서 일정한 가격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수술을 받게 되면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게되는데 이때 입원 기간과 수술 방식과 상관없이 병원은 일정한 금액을 받게 됩니다. 이를 포괄 수가제라고 합니다. 메디케어 Part A의 병원 입원 진료비 포괄 수가제를 IPPS (Inpatient Prospective Payment System), Part B의 병원 외래 진료비 포괄 수가제를 OPPS (Outpatient Prospective Payment System)이라고 합니다.
메디케어 같은 보험이 가격을 책정하려면 수가를 책정하는 기준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의료 행위 코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CPT 코드 입니다. CPT 코드는 개별 의료 행위를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외래 신환 (병원에 처음 온 환자) 진찰의 경우 CPT 99201~99205 코드가 적용되는데 기본적으로 진찰 시간에 따라 구분됩니다. 99201은 10분, 99202는 20분, 99203은 30분, 99204는 45분, 99205는 60분 정도에 해당합니다. (엄밀하게는 시간만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외래 진료의 강도에 따라서 구분됩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의료 행위의 종류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돈’입니다. 의료 행위 코드 별로 가격을 메깁니다. CPT 코드는 미국 의사 협회 (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만듭니다. 그리고 메디케어는 CPT 코드를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수가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CPT 코드만으로 부족한 경우 메디케어(를 관장하는 CMS)에서 별도로 HCPCS 코드라는 것을 만들고 수가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다루었던 Heartflow FFRCT의 경우 관상동맥 혈관 조영 CT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OPPS 수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포괄수가제로 적용받는다면 수가가 CT 촬영비에 포함될 수 있는데 별도의 코드 (Add-on code)를 부여받아서 추가로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Heartflow FFRCT의 경우 CPT 0501T~0504T 코드를 부여받았으며 이 가운데 CPT 0503T가 메디케어로부터 OPPS New Technology APC 1516을 부여받았습니다. 이후 APC 1511로 변경(=삭감)되면서 $950 정도의 수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전 글을 읽지 않을 분들을 위해서 부연 설명을 드리면 Heartflow FFRCT는 관상동맥 혈관 조영 CT 데이터를 분석해서 FFR이라고 하는 수치를 예측해줍니다. FFR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을 지나가는 혈류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의사는 관상동맥이 얼마나 좁아졌는 지 그리고 이를 지나가는 혈류가 얼마나 나빠졌는 지를 보고 위험하고 비싼 관상동맥 조영술 및 스텐트 시술 필요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즉 FFRCT의 가장 큰 가치는 비싸고 위험한 검사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환자를 골라내주는 것입니다.
이후에 IDx-DR이 수가를 적용받았습니다. IDx-DR은 당뇨성 망막병증의 선별 검사를 위한 인공지능입니다. 원래 당뇨병 환자는 매년 망막 사진을 찍어서 망막병증에 대한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안과에 가서 받아야 하다 보니 챙겨서 받지 않는 환자가 많습니다. 어차피 환자가 당뇨병 약을 타기 위해서라도 1차 진료 의원은 가야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망막 사진 촬영 기에 인공지능을 결합시켜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즉, IDx-DR은 꼭 해야하는 검사(=당뇨성 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선별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환자가 많았는데 이들이 검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용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IDx-DR은 CPT 92229 코드를 부여받았고 이는 메디케어로부터 APC 5733의 수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략 $55.66 정도라고 합니다.
IDx-DR은 한방에 CPT 정식 코드를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Heartflow FFRCT가 받은 CPT 0503T코드는 정식 코드가 아니라 임시 코드입니다. 끝에 ‘T’가 임시(Temporary)임을 의미합니다. 이를 CPT CLass III 코드라고 합니다. 보통 신기술로 아직은 그 의미가 불확실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IDx-DR이 받은 것과 같이 다섯자리가 모두 숫자인 코드는 정식 코드이며 이를 CPT Class I 코드라고 합니다.
OPPS 수가를 받은 또 다른 사례로 EyeBOX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번에 조사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Oculogica라는 회사에서 만든 전용 의료기기를 통해서 환자의 시선을 분석하며 그 결과 뇌진탕(=concussion 혹은 mild Traumatic Brain Injury, mTBI)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정확히는 이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면 뇌진탕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EyeBOX는 CPT 0651T 코드를 부여받았으며 메디케어에서는 APC 5734 수가를 부여하였습니다.
제 전공이 아니라 수가를 부여할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굳이 추정해보자면 머리를 부딪혔을 때 뇌출혈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뇌CT를 찍게되는데 굳이 뇌CT를 찍을 필요가 없는 환자를 분류해 내기 위한 용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때 뇌CT 비용이 비싸다면 보다 저렴한 검사로 굳이 비싼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는 환자를 찾아낼 유인이 존재할 것입니다. 참고로, 의료기기 회사로 유명한 Abbott는 뇌진탕(TBI)에 대한 혈액 검사를 개발해서 FBI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직 보험 수가는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검색해 보니 이런 비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수가를 받았다고 알려진 Cleerly는 관상동맥 혈관 조영 CT를 분석해서 동맥 경화 상태를 알려줍니다. CPT 0623T~0626T 코드를 부여받았습니다. 정확히 어떤 APC 수가를 받았는 지는 검색이 되지 않는데 수가 가격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HeartFlow FFRCT와 같은 APC 1511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Cleerly 제품의 구체적인 의학적 효용에 대해서 이리저리 검토해 보았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좀 애매합니다. 제품 성격을 봐도 그렇고 검색하다 우연히 얻어걸린 문서를 봐도 그렇고 현재로서 주된 용도는 HeartFlow FFRCT와 마찬가지로 굳이 비싸고 위험한 관상동맥 조영술 및 스텐트 시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얻어 걸린 문서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나옵니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의 진단 과정에서 불필요한 복잡성, 시간, 방사선 노출, 비용을 늘릴 수 있는 검사를 줄여줄 수 있다. (potentially avoid downstream diagnostic testing that may add unnecessary complexity, time, radiation exposure, and cost to the diagnostic workup of suspected or known CAD
회사 측에서는 동맥 경화 상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관상동맥 질환 환자를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기존 진료 환경에서 이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Cleerly 검사에서 xx한 특징을 가진 환자가 발견되면 이들은 어떤 약을 써야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검사 결과와 이후의 진료가 연계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데 아직은 그런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Cleerly 회사는 공격적으로 임상 시험 및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의학적 근거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진료 환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Perspectum 회사는 2개 제품에 대해서 보험 코드 및 수가를 받았습니다. Liver MultiScan과 Quantitative MR Cholangiopancreatography (MRCP+)입니다. 간과 그 안에 있는 담관 및 담도에 대한 MRI를 분석하고 정량화 하는 인공지능입니다.
Liver MultiScan의 경우 주된 용도는 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비알콜성 지방간) 진단입니다. 그동안 NASH의 치료 방법은 체중 감량, 생활 습관 변화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MRI까지 찍어서 NASH를 정밀 진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클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제약사들을 비롯해서 많은 곳들이 NASH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이때 (제가 알기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간 조직 검사에서 NASH로 확진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NASH 치료제가 나오는 경우 간 조직 검사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간 조직검사는 위험합니다. 따라서 정확도가 높은 NASH 진단 검사가 있다면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Liver MultiScan은 이 점을 파고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CPT 0638T 코드를 받았고 이는 APC 1511 수가를 받았습니다.
MRCP+는 담관 및 담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주는 인공지능입니다. 용도가 좀 애매해 보이는데 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라고 하는 질환 환자의 상태 평가가 주된 용도로 보입니다. 이 질환에서는 담관에 지속적인 염증이 생겨서 담관이 좁아집니다. 이러다가 담관이 막히면 (저는 하수도가 막힌다고 표현합니다.) 세균이 자라서 감염됩니다. (하수도가 막히면 상수도가 썪는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좁아진 담관을 넓히기 위한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MRCP+는 이를 돕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개발사인 Perspectum이 미국 상장을 위해서 SEC에 제출한 F-1 서류를 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옵니다.
의사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 및 모니터링하는 것을 돕는다. 여기에는 어떤 담관 협착에 스텐트를 넣는 것이 좋을 지 결정하는 것을 포함한다. (allowing healthcare providers to improve patient care through objective and accurate diagnosis and monitoring of disease. This includes the ability to determine which biliary strictures to intervene on with biliary stent insertion)
Optellum 회사는 Lung Cancer Prediction(LCP)이라는 인공지능을 내놓았습니다. 폐 CT에서 발견되는 결정을 분석해서 악성 암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려면 폐암에 대해서 정확하게 annotation된 데이터셋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있습니다. 아쉽게도 관련 논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인공지능을 검증한 논문에 나오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결국 폐암에 대한 건강검진 정확도를 높여주는 용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메디케어에서는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폐 CT 검사를 스크리닝 검사로 보험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가치가 입증된 검사의 정확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보험 수가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폐암 선별 검사로 저선량 폐 CT의 가치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그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만으로 바로 수가를 적용 받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관련해서 제가 썼던 글을 참고하십시오.)
물론 이정도의 정확도 상승이 환자 outcome을 유의마하게 향상 시킬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코드 (CPT 0721T)는 물론 보험 수가까지 적용 받은 것은 (APC 1508)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인공지능들은 병원 외래 수가를 받았습니다. 이외에 병원 입원 수가를 적용받은 제품들도 있습니다. 앞서서 메디케어의 병원 입원 수가는 포괄 수가제로 IPPS (Inpatient Prospective Payment System)이라고 불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래에서보다 입원에서의 포괄수가에 포함되는 범위가 넓습니다. 입원은 보통 수일에 걸쳐서 여러가지 검사, 치료를 받게되는데 입원 포괄수가는 한가지 코드로 이것을 전부 묶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래 포괄 수가는 비교적 다양한 묶음이 존재하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새로운 것을 더하기도 수월합니다. 이에 비해 입원 포괄 수가는 신기술 한가지만 별도로 추가 수가를 주기 힘든 구조입니다. 하지만 입원 환자들을 위한 신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입원 포괄 수가제에서 신기술을 도입할 유인을 주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미국 메디케어의 경우 NTAP (New Technology Add-on Payment입니다.)
NTAP 수가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입원 포괄 수가제 하에서 신기술을 도입하면 의료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신기술로 인해서 늘어난 비용의 일부를 보상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이 수가를 최초로 받은 Viz.ai를 다룬 제 포스팅을 참고하십시오)
NTAP 수가를 최초로 받은 Viz.ai 회사의 ContaCT는 병원에서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환자 분류(triage) 및 알림 도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뇌 CT 혈관 조영술(CT angiogram: CTA) 영상을 분석하여 large vessel occlusion (LVO: 큰 혈관이 막힌 경우)가 의심되는 경우 뇌혈관전문의에게 통지하여 가급적 빨리 그 이미지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뇌졸중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항혈전 치료 혹은 기계적 혈전 제거술을 실시하면 환자의 신경학적 부작용이 적어지고 회복이 빨라집니다. 이 시간을 단축시킬 수록 환자에 도움이 됩니다. Viz.ai의 가치는 뇌졸중 환자의 진단 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환자의 회복이 좋아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NTAP 수가를 받은 또 다른 사례로 Caption Health의 Caption Guidance 인공지능입니다. 다른 의료 인공지능들이 대부분 진단 보조 또는 이와 유사한 용도입니다. 이에 비해 Caption Guidance는 심장 초음파를 찍을 때 꼭 봐야 하는 이미지를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국에서는 순환기 내과 전문의가 심장 초음파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전문 간호사 등 다른 직종의 의료 인력이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을 돕기 위한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제품이 NTAP 수가를 받은 것은 좀 의아합니다. 심장 초음파를 통해서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입원 포괄 수가제 하에서 별도의 수가를 인정해 주어야 할만큼 필수적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심부전 등 심장 질환과 관련한 포괄 수가제에서 심장 초음파를 충분한 회수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NTAP 수가는 앞서 살펴본 외래 포괄 수가와는 다르게 반드시 수가를 주는게 아닙니다. 해당 신기술을 사용하고 이후에 전체 병원비가 많이 나왔을 때 그 일부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실제 병원이 해당 보험 수가를 받는 경우는 대상 질환 전체에 비해서 적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메디케어 보험 수가를 적용받은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외의 사례 두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CPT 코드만 부여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Zebra Medical Vision의 Zebra Medical Vision의Health VCF(Vertebral Compression Fracture: 척추 압박 골절)입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CPT 0691T 코드를 부여받았는데 당시 의료 ‘영상’ 인공지능 사상 최초로 CPT 코드가 부여되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앞에서 다룬 여러 회사들과 부여 시점을 비교해보지는 않았는데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Health VCF는 척추 골절이 아닌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찍은 흉부 및 복부 CT에서 척추 압박 골절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입니다. 의료적 의미는 골다공증이라고 진단되지 않은 환자에서 골다공증 선별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IDx-DR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입증된 선별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환자가 많은데 더 많은 환자가 이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용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CPT 코드 부여 이후에 Zebra Medical Vision이 의료 영상 기기 회사인 Nanox에 인수되었고 보험 수가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경우는 의료 인공지능 자체에 대해 CPT 코드를 부여했습니다. 이와는 결이 다르지만 의료 인공지능에 적용 가능한 CPT 코드 사례도 있습니다. 2020월 CPT add-on code 93356입니다. 수가 적용도 된다고 하는데 정확한 액수는 확인이 안됩니다.
이 코드가 정의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심장 초음파를 실시할 때 동반해서 실시하는 심근 부하 이미지 검사 (myocardial strain imaging performed in supplement to transthoracic echocardiography) 입니다. 심장 초음파 전체에 대한 보험 코드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가가 정해지는데 여기에 (심장 초음파 검사의 일부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일부 검사를 더하면 수가가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이 코드는 인공지능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이 검사를 의사가 실시해도 되고 인공지능이 실시해도 됩니다. 이때 얼마나 많은 의사 혹은 심장 초음파를 하는 의료진이 인공지능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을 전문으로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Ultromics 회사는 이 뉴스를 반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의료 인공지능을 진료 flow에 따라 구분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의 예전 포스팅에서 위의 진료 flow를 통해서 각종 검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frame에 대해서 쓴 바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검사 혹은 치료의 가치는 환자의 outcome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 평가되기 때문에 위 flow에서 뒤로 갈 수록 가치 입증이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앞으로 갈 수록 가치 입증이 까다로워 지는데 특히 새로운 스크리닝 (=건강 검진)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입증이 힘들어 집니다.
위의 그림에서 IDx-DR, Zebra Medical, Optellum LCP가 스크리닝에 속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은 기존에 없던 스크리닝 방법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기존에 가치가 입증된 스크리닝 검사를 바탕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입증 부담이 덜합니다.
미국 보험에서 이런저런 경로로 보험 적용을 받은 의료 인공지능이 벌써 10개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비교적 명확한 의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규제 하에서 의료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조해주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명확한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는 보험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의료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검사, 진단 방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