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 맥킨지에 입사하기까지 (1)

컨설턴트들은 바쁩니다.그리고 컨설팅을 거쳐간 사람들 역시 컨설턴트 시절 못지않게 바쁜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러다 보니 컨설턴트 출신이 그 생활을 소개한 글 혹은 책을 찾기가 힘듭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컨설팅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권했던

브리프케이스라는 책이 한글 책 가운데에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책이 나온지 거의 13년이 흘렀고,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는 좀 여유가 있는 입장에서

제가 맥킨지 입사를 준비하고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부터 (가급적) 주말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컨설턴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세히 적으려고 노력할 것이나

제가 맥킨지에 입사준비를 시작한 지도 벌써 7년 정도 시간이 흘러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한 컨설턴트로서 매우 중요한 의무인 confidentiality를 지키기 위해

클라이언트에 대한 부분은 업종을 소개하는 선에서 넘어갈 것입니다.

제 글이 의대생, 혹은 의사로 다른 커리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물론

컨설턴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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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과 다음 글은 맥킨지에 입사하기까지의 개인 경험을 다룹니다.

굳이 그런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커리어를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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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왜 컨설팅 회사를 들어가셨어요?’


맥킨지 입사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입사 오퍼를 받았던 2007년 11월부터,
퇴사한 지 만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질문입니다.

맥킨지 입사 인터뷰를 할 때는

‘왜 우아한 의사를 그만두고 노가다 판에 들어오려고 하세요’라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게다가 MBA를 거치지 않고 내과 전문의를 마친 후바로 맥킨지에 입사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참 특이한 길을 걸으셨네요’는 말이 덧붙여 집니다.
 
제가 컨설팅 회사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본과 1학년인 1998년 입니다.
2년간의 의예과 생활을 마치고 의과대학 본과에 진입했을 때
참 공부가 재미 없었습니다.
 
해부학, 조직학 등 의미도 모른 채 외우는 게 싫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런다고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틈틈이 학교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다양한 책을 읽었습니다.
98년은 IMF 한복판으로,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더 이상 보장된게없어지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 때 우리나라에 MBA 붐이 처음으로 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MBA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읽게되었고
공대 등 순수 경영 전공이 아닌 전공자가 MBA를 거쳐서커리어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의사 background를 가지고도(재미없어 보이는) 의사 일 말고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과연 MBA를 마쳤을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았고
MBA들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 1위가 McKinsey & Company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참고로 최근 수년간은 Google입니다.)
 
이외에 Bain, BCG 등 소위 Big3 전략 컨설팅 회사들이 모두 상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아보았습니다.
기업 경영진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웬지’ 병원 안에만 갖혀있을 필요 없이 다양한 회사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MBA를 하고 McKinsey 같은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외울 것 많은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이었고

최소한 학사 학위와 직장 경력 없이 MBA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우선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학생 때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였고
전략 컨설팅이건 무엇이 되었건 영어를 잘 하는게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는 한편,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의과대학 차원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없었고서울대학교 전체에서 선발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98년 겨울에 교환학생을 지원했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1999년 2학기부터 뉴질랜드의 University of Auckland에서1년간 수학하게 되었습니다.뉴질랜드에 가기 전에 우연한 기회에 의사 출신으로 MBA 유학을 갈 예정인 분을

소개받아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미 MBA에 가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내가 교환학생 다녀와서 의대 졸업하고 경력을 쌓아서 MBA를 다녀오려면 10년 정도는

남았는데 그때까지 점점 많은 의사들이 MBA를 가면 내가 설 자리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의 학교에서는 미시경제, 거시경제등 경제의 기본 과목들

– 비록 개론 수준이기는 하지만-을 공부했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학교 공부보다는 친구를 사귀고 기숙사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모든 과목이 전공 필수인 의과대학의 특성 상 뉴질랜드에서 수학한 과목의 학점을

한국으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특정 분야의 공부보다는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교환학생을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학생때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를 고민하다 본과 4학년 때인 2002년에

USMLE(US Medical Licensing Exam-미국 의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제 계산은, 미국 의사 시험을 합격한다면 비단 컨설팅 뿐만 아니라 외국계 헬스케어 회사에

입사할 때 준비된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지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합격만 할 정도로 적당히 공부했습니다.

필기 시험인 Step2 – Step1을 나쁜 점수로 합격했고

의사 국가 시험을 치자마자 미국으로 가서 실기 시험인 CSA(Clinical Skills Assessment)를 쳤습니다.

지금은 youtube 등 동영상 사이트도 발달해 있고 그동안 이 시험을 친 사람들이 많아 국내에서도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한국 의사 국가 시험을 우선으로 준비하면서 CSA를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Kaplan이라는 학원 강의를 이용했습니다.

5일동안 숙식하면서 시험에 대한 강의를 듣고 모의 시험까지 쳐보는 코스였습니다.

월~금요일까지 강의를 듣고 시험 장소인 Atalanta로 이동해서 월요일에 시험을 쳤습니다.

인턴이 되고 나서 확인한 결과는 합격이었고

그 결과로 ECFMG certificate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한다고 바로 면허가 나오지 않습니다.

저 ECFMG certificate은 ‘미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 정도 됩니다.

즉, ECFMG certificate을 가지고 미국 내 병원에서 일정기간 수련을 받아야 미국 의사 면허가 나오게 됩니다.

ECFMG certificate을 획득하기까지 필기시험인 Step1, Step2, CSA를 치는데

대략 15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ECFMG certificate은 맥킨지 같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는 물론

제약회사 등 헬스케어 회사에 입사하는 데 1gm의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과거 제 포스팅 [막간에 쓰는 글] 어떤 준비를 할 수 있는가 http://doc4doc.egloos.com/1277584
에서 다루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각종 입사 인터뷰에서 저의 ECFMG certificate에 관심을 보인 곳은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시험칠 때가 유일했습니다.

한편 본과 4학년 가을에 맥킨지에서 서울의대 본과 4학년들 중 관심있는 사람들을 불러서

간단한 설명회를 하였습니다.

재미교포 의사 출신으로 컨설턴트로 일하는 사람이 있어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인사 담당자가 의대 본과만 마치고 의사면허만 있는 상태에서 맥킨지에

입사할 수 있고 장점이 많다고 설명한 기억도 납니다.

몇년 전부터 맥킨지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 당연히 흥미로운 제안이었지만

아직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입장에서

맥킨지에 가기 위해서 군대를 먼저 다녀온다는 것은 선뜻 선택하기 힘든 옵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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