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회사 혹은 그렇게 보이는 회사들의 BM 사례

의료 인공지능 회사를 포함한 의료기기 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BM은 보험 수가을 적용 받아서 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흥미로운 사례 몇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Overjet

치과 AI 회사입니다. 최근에 funding을 받으면서 나온 기사에 회사에 대해서 잘 나옵니다.

충치, 치석 진단 및 뼈손실 정량화(bone loss quantification)을 도와주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의료 인공지능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 회사는 여기에 치과 보험을 끌어들입니다.

미국 의료 보험(치과 보험 포함)은 의사가 청구하는 금액을 그대로 내주지 않습니다. 보험 기준에 맞는 환자들에게 진단과 치료가 잘 이루어지는 지를 검토해서 보험 청구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바로 Utilization review와 claims management입니다.

치과 의사의 진료에서부터 보험회사로 데이터 전송, 보험 심사, 청구 처리의 일련의 과정을 돕는 시스템입니다. 처리해야 하는 이미지의 종류가 훨씬 많은 의료 쪽에서는 구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구강 엑스레이 정도만 다루면 되는 치과 쪽에서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Covera

의료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던 회사입니다. 한 기사에 보면 이 회사가 하는 일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 a provider of analytics-based programs for reducing medical misdiagnoses and the improved quality of care’

그리고 회사 홈페이지에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이 내용들을 보면 뭔가 의료 인공지능을 색다르게 활용하는 회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보았습니다. Linkedin 등을 통해서 전현직 회사 관계자들에게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질문해 보았는데 모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우연찮게 어떤 분으로부터 듣게 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의료 인공지능 회사가 아닙니다. 이 회사는 영상 진단 센터들을 평가해서 수준이 높은 곳을 CoE(Center of Excellence)로 선정해서 이들과 계약을 맺고 고용주들이 직원들을 이곳에서 영상을 찍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진료비를 절약하도록 돕습니다.

그렇다면 CoE는 어떻게 선정할까요? 뭔가 이 회사만의 비밀 역량이 여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Covera Health 시스템의 경제성을 평가한 한 보고서에 이 회사가 CoE를 선정하는 시스템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CoE 프로그램은 의료의 질과 가치가 높은 영상 센터를 CoE로 지정한다. CoE는 수준 높은 영상 장비 구비 여부, 신체 부위별 영상의학과 의사 배치 여부(the radiologist roster across body parts), 각 신체 부위별 세부전공 전문의 비율(radiologist subspecialization rates across body parts)에 바탕을 두고 선정한다. CoE를 선정함으로써 뇌, 척추, 근골격계, 신체, 여성 영상에서 high-impact errors를 줄이고자 한다. 그 결과로서 진단 에러의 빈도와 심각도를 낮춤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며 이후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중요한 게 아니고 여러가지 지표를 감안해서 의료의 질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영상의학센터를 선정해서 계약을 맺고 고객사의 직원들이 이곳에서 영상 검사를 받도록 하는게 핵심입니다. 직원들의 의료보험을 들어주는 회사가 의료비를 아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Paige

Paige는 병리 인공지능으로 유명합니다. Paige Prostate Detect는 전립선 조직 검사 판독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조 인공지능으로 FDA로부터 허가받은 최초의 병리 인공지능입니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이것으로 그리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한 기사가 나옵니다. Paige가 (Microsoft에 인수된 의무기록 작성 인공지능 회사인) Nuance와 공동으로 병리 디지털 자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 to create the largest digital consultation network in pathology)는 것입니다.

Nuance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말로 이야기를 하면 이를 의무기록으로 정리해주는 인공지능을 판매합니다. 이미 많은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고 (아마도 기술 자체 보다는 이런 병원 네트워크의 가치를 인정받아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었습니다. 그런데 Nuance가 보유한 시스템 중에 PowerShare라는 이미지 공유 네트워크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Paige는 전립선 판독 보조 인공지능 이외에도 슬라이드 전체 이미지 뷰어(Whole-slide Image Viewer)인 FullFocus와 이미지 관리 솔루션인FullFolio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두 회사의 역량을 연결하면 병리 조직 슬라이드에 대한 원격 자문이 가능해집니다. Paige 회사의 FullFolio 시스템에는 ‘AI-powered suspicious tissue indicators’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디지털 병리 업무 관리 시스템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세 회사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지는 알기 힘듭니다. 다만, 많은 의료 인공지능 회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진단 혹은 진단 보조의 경우 보험 수가를 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의료 업무 효율화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는데 보험 수가를 받기 위해서 patient outcome을 입증하는 것보다 가치 입증이 용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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