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킨지 이야기 (14): 트레이닝을 다녀오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고서 작성을 마치면서

3번째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끝났고, 연말 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정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잘 쉬었습니다.

 

연말 보너스가 나왔고, 첫해 퇴직금 일부 정산이 있었습니다.

연말 보너스는 2008년 3월 입사자까지 대상이 되고 9월 입사자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액수는 Associate 연봉 기준 4% 정도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퇴직금 일부 정산은 맥킨지가 외국계 회사라는 점 때문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맥킨지는 모든 나라에서 1년 근무할 때마다 연봉의 12%를 퇴직금으로 지불합니다.

그런데 국내 법상 퇴직금은 1년 근무할 때마다 1개월치 월급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연봉 기준으로 하면  1/12 = 8.33%인 셈입니다.

여기서 12% – 8.33% = 3.67%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 차이만큼의 금액을 매년 지금하여 정산합니다.

연말 보너스와 퇴직금 정산 액을 합한 금액은 월급보다 좀 적은 액수여서

한달 월급을 더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신정이 지나서 다시 출근했습니다.

3번째 프로젝트 전에 준비했던 병원 프로젝트는 아직 시작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사무소 교육 훈련 담당자는 병원 프로젝트가 시작되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 사이에 트레이닝을 다녀올 것을 권하였습니다.

예전에 맥킨지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이야기된 트레이닝은 ILW(Initial Leadership Workshop)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ILW는 입사한 지 9~18개월이 경과한 Associate가 2주간 받게되는 교육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맥킨지에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지나면

벌써 Senior Associate라고 부르기 시작한다고 했는데,

ILW는 본격적으로 Senior Associate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08년 3월 중순에 공식 입사했기 때문에 이때쯤에는 입사 10개월이 지난 상태라

(맥킨지 내부 표현으로는 Tenure 0+10) 교육을 갈 수 있는 때였습니다.

트레이닝 담당자의 이야기로는 입사 18개월이 경과하면 ILW 트레이닝을 갈 수 없는데

당장 시작되는 프로젝트가 없는 그때에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ILW를 가기로 예약이 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

프로젝트 팀에서는 그 컨설턴트가 ILW를 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중간이라도 2주간의 시간을 비워줘서 ILW에 차질 없이 다녀오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가끔 갑자기 프로젝트가 바빠져서 ILW를 취소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때에는, 그 프로젝트 팀의 예산으로 ILW 예약 취소 비용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일하는 시간이 곧 돈인 만큼 그에 맞는 시스템을 갖춘 셈입니다.

 

가장 빨리 참여할 수 있는 ILW는 싱가포르에서 1월 11일에 시작하였습니다.

저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Associate들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는데

2008년 하반기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비용 절감 목적으로

트레이닝은 가급적 같은 지역내에서 받도록 정해졌기 때문에

저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중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트레이닝은 싱가포르의 휴양지인 센토사 섬에 있는 리조트에서 열렸고

기간은 월요일부터 그 다음주 금요일까지 였습니다.

 

일주일 정도 Beach에서 이런저런 잡무를 하다가 트레이닝 시작 하루 전 싱가포르로 날아갔습니다.

입사 직후 Mini MBA때에 그랬던 것처럼 싱가포르 공항에 내려서 밖으로 나오자

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운전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혼자 외국으로 여행갈 때, 세관 신고를 마치고 입국하면 이제부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나하고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러 갈 때는 그런 부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손쉽게 센토사 섬의 리조트까지 갔습니다.

 

리조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ILW 담당자를 만나서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리조트 내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다른 프로젝트 참여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밤에 도착할 예정인지 그때까지 도착한 사람은 몇명 없었습니다.

그때 인사했던 사람 중에는 트레이닝 교관 자격으로 온 맥킨지 파트너도 있었는데

멀고 먼 노르웨이에서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에 앉아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는데 노르웨이에서는 만 3세만 되어도

스키를 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참 글로벌한 회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굳이 그 먼 곳에서 데리고 올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주인인 파트너들이 이런 기회에 먼 곳까지 여행가도록 기회를 주는 것인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휴양지 리조트라서 그런지 음식과 잠자리는 훌륭했고 시설도 좋았습니다.

도착 다음날인 1월 11일 월요일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자는 30명이었고 모두 아시아 지역 사무소 소속이었습니다.

서울 사무소는 저 환자였고 도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쿠알라룸프르, 자카르타 등

다양한 사무소에서 참여했습니다.

거의 모든 참가자가 해당 사무소 국가 사람이었는데

싱가포르 사무소 소속 참여자 중에는 미국 국적인 사람이 두명있었습니다.

역시 싱가포르는 국제화된 도시이구나 하는 생각과

아시아 내 다른 국가 출신이 아닌 미국 출신만 두명인 걸 보면

역시 ‘그냥 아시아 출신’에게는 한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Two truths and a lie라는 게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매일 아침 모든 참가자가 자리에 앉고 나서 정식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에

뽑기를 해서 선발된 참가자가 자신에 대한 2가지 사실과 1가지 거짓을 이야기하면

이를 들은 다른 참가자들이 무엇이 거짓인지를 알아내는 간단한 게임이었습니다.

ice breaking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임입니다.

약간 유치하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 돌아가면서 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씩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맥킨지의 다른 트레이닝과 마찬가지로 ILW는 간단한 강의 후에

팀별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Mini MBA에서처럼 가상의 컨설팅 사례가 주어지면

팀별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습을 하였습니다.

다들 일년 정도 맥킨지를 다닌 후였기 때문에 모의 컨설팅 프로젝트 자체는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ILW에서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와 인터뷰 하는 법 등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할 때는 맥킨지 파트너를 비롯한 진행자들이 참여해서 피드백을 주었고

또한,  그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제3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어떤지를 알게해 주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첫날 밤 저녁 식사 후에 방에서 쉬다가 밤 새도록 토하고 설사를 했습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몸이 여전히 안좋아서 둘째날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저 혼자 그랬기 때문에 리조트 음식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하루 쉬고 나서 거의 회복하여 세째날부터는 별 문제 없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첫주 프로그램이 끝나고 금요일은 단체로 싱가포르의 유명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들 싱가포르 시내에서 불금을 보낼 것을 예상했는 지

 

레스토랑까지 가는 차량은 있었지만 식사 후에 센토사 섬의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불금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말은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제 동생이 이때 싱가포르로 여행을 와서 하루는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이때는 센토사가 한참 개발하고 있었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는

아직 공사 중이었습니다.

주말 중에 토요일은 동생과 함께 센터사 섬 안을 돌아다녔고,

일요일은 도쿄 사무소 소속의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 사파리 등 싱가포르의 관광지를 다녔습니다.

나이트 사파리는 싱가포르 동물원과 붙어 있고 밤에만 운영되었습니다.

시각적인 착각을 이용해서 동물을 배치하여 마치 사파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밤에만 운영하여 그런 느낌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도시가 참 아이디어가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둘째주 프로그램은 첫째주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엘리베이터 스피치 상황 연습이 흥미로웠습니다.

가상 프로젝트가 최종 보고 준비 단계로 넘어가고 있을 때 팀별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CEO라고 쓰인 모자를 쓴 맥킨지 파트너(facilitator)가 급하게 저희 조가 쓰는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지금 출장을 가야하기 때문에 최종 보고에 참여할 수가 없는데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간단히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전 준비 없이 엘리베이터 스피치가 필요한 상황을 갑자기 만든 셈입니다.

저는 영어 발표가 항상 스트레스 였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니

어떻게 해서 나름 잘 정리해서 보고하였고 CEO 역할을 한 파트너와 주위 팀원들로 부터

잘 했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트레이닝은 여유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입사 초에 있었던 Mini MBA는 3주에 걸쳐서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워낙 넓은 범위를 다루었고 이론 강의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느라 스케줄이 빡빡했습니다.

ILW는 실습 위주였고, 실습의 기본이 되는 컨설팅 프로젝트 진행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식사는 리조트의 식당 혹은 싱가포르의 좋은 식당에서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리조트 식당에서 일반 메뉴를 먹기도 했지만,

맥킨지 팀만을 위한 특별 정찬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즉, ILW는 Senior Associate로 성장하기 위한 트레이닝이기도 했지만

일년간 맥킨지에서 잘 버틴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컨설턴트들이 입사 일년을 전후해서 맥킨지를 떠났습니다.

저와 Mini MBA를 함께 받은 동료들 중에도 창업을 한다던지, family business에 합류하기 위해서

회사를 떠난 친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미국 내과 의사 친구도 이때쯤 맥킨지를 떠났습니다.

이 친구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로 입사했는데

출신이 의사이다 보니 거의 일년 내내 병원 프로젝트에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병원은 미국 전역에 퍼져있다 보니까 거의 일년 내내 Business travel을 해야했고

이 생활에 지쳐서 그만두었습니다.

서울사무소  입사 동기 중에는 아직 퇴사자가 없었고,

제 동기 이외에도 서울사무소 소속 컨설턴트들은 적어도 입사 2~3년 후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ILW 기간 중에 다양한 사무소 소속의 파트너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associate들과 식사하면서  교류하였습니다.

이때 파트너들은

맥킨지에서 파트너까지 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니

너희들도 빨리 그만두지 말고 오래오래 열심히 일해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보라

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파트너들과 Q&A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파트너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어떤 것이든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파트너의 연봉 같은 것을 물어보는 친구도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맥킨지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희생해야했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 대답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일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가족, 친구, 취미 중에서 2가지만 선택할 수 있었으며

본인은 가족과 친구를 선택했다였습니다.

애매하게 듣기만 좋은 대답보다 훨씬 좋은 대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주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아시아 지역 사무소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알게되고

서로의 맥킨지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 온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말도 많고 오지랍은 넓은데 실속은 없는 그런 타입이라

안좋은 의미에서 홍콩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굳혀주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배울 것 많고 똑똑한 훌륭한 컨설턴트들이었고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아시아 다른 지역 사무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서울 사무소 컨설턴트들의 work load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당시 전세계에 80여개 맥킨지 사무소가 있었는데

사무소 간에 일하는 분위기나 workload는 제각각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유럽 쪽 사무소들은 매우 긴 여름 휴가를 가지는데

크리스마스때부터 연초까지 Christmas break를 가지는 것처럼

여름에도 4~6주 정도 사무소가 통채로 문을 닫고 전직원이 휴가를 갔습니다.

유럽내 모든 사무소가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탈리아 등 상당수 서유럽 국가에는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Mini MBA에 갔을 때에도 그랬지만, ILW에서도 어느 사무소의 work load가 높은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전까지 외국 친구들이나 서울사무소 동료들로부터 들었던 것은 도쿄 사무소가 세계 최강이고

서울 사무소가 두번째 정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사무소에서는 그날 안에 (즉 밤 12시 안에) 집에 들어갈 수 있으면 선방한 것이고

새벽 1시 정도에 집에 들어가면 평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할 때 사장 보고를 앞두고 한두주 정도는 새벽 4시까지 일하기도 했고

힘들기로 유명한 M&A 프로젝트 (DD: Due Diligence라고 합니다.)에 들어가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4주 내내 주말도 없이 새벽 4시~5시까지 일하기도 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업무 부담이었는데 이보다 더 힘들게 일한다고 하니 도쿄 애들은

참 힘들게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 ILW에 참여한 5명의 도쿄 사무소 소속 컨설턴트와 이야기 해보니

도쿄 사무소의 work load는 서울 사무소에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주위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다른 친구들은 Work load가 높은 맥킨지 중에서도

서울사무소 소속 컨설턴트들이 가장 힘들게 일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트레이닝은 진행되었고 둘째주 금요일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프로그램을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맥킨지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 귀가할 때까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해 주었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모범택시를 타고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혼자 여행갈 때는 누릴 수 없는 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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