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에 대한 고찰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혹은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은 개인별로 맞춤화된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CT, MRI에서부터 피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검사는 결국 그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정밀의료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정밀의료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의료 행위는 기대만큼 정밀하거나 개인별로 맞춤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밀의료라는 표현을 쓸 때는 주로 개인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른 진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의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회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음의 Article과 책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정밀의료는 크게 1)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 2) 적절한 치료 용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은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과 부작용을 예측해서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이 좋고 부작용이 적을 환자를 찾아내서 이들에게만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은 1) 해당 약물을 썼을 때 잘 듣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함으로써 잘 듣는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하는 것과 2)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환자를 찾아내어 그 처방을 피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 평가는 크게 Prognostic Diagnostics와 Predictive Diagnostics로 구분됩니다. Prognostics은 글자 그대로 Prognosis(예후)를 추정하는 것입니다. 근데 단순히 이 환자가 오래 살 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를 추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검사는 그 결과에 따라서 그 다음 진료 단계에 변화를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Prognostic Diagnostics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후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서 진료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함께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암 치료법(항암 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을 실시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에 비해 Predictive Diagnostics는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성을 보여줍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특정 약물을 쓸지 말 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는 다시 Companion Diagnostics(CDx)와 Complementary Diagnostics로 구분합니다. 둘의 차이는 FDA 허가 사항에 들어가 있는 지 여부입니다. CDx는 특정 약물의 허가 사항에 이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약물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물 사용에 앞서서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서 Complementary Diagnostics는 특정 약물의 사용 여부에 정보를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검사 실시가 필수는 아니며 그 결과와 상관없이 약을 처방해도 됩니다. FDA 허가 사항에 Complementary diagnostics는 표현은 없습니다.

약물에 대한 부작용 평가는 특정 약물에 대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합니다. 특정 약물이 금기인 환자를 찾아내어 해당 약을 처방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적절한 치료 용량을 선별하는 것은 약물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내어 그에 맞추어 처방하는 것과 약물 용량에 따른 환자의 반응을 면밀하게 평가하여 최적의 용량을 찾아주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역 별로 세분해서 살펴보겠습니다.

Prognostic Diagnostics의 대표적인 사례가 Oncotype Dx입니다. Oncotype Dx는 유방의 관상피내암(Ductal Carcinoma In Situ: DCIS) 및 유방암, 대장암에서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 검사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추가 방사선치료(DCIS의 경우) 혹은 항암치료(유방암, 대장암의 경우)의 시행 여부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핵심은 재발 위험 예측 자체가 아니라 그에 따라서 치료를 했을 때 환자의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에서 Oncotype Dx 결과에서 재발 위험이 낮게 나오는 경우 항암 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의사와 환자가 항암 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좀 더 중요하게는) 그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Oncotype Dx 검사는 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염두에 둘 점은 그 결과에서 항암 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오는 경우에도 항암 치료를 하지 않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항암 치료 실시 여부는 의사의 판단과 환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결정합니다. 만약 Oncotype Dx 결과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환자가 항암 치료를 실시한다면 검사의 가치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진료 현장에서 Oncotype Dx를 사용했을 때 진료 패턴이 달라진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Predictive Diagnostics에는 Companion Diagnostics(CDx)와 Complementary Diagnostics가 포함되며 전자는 약물 처방 시 검사 결과가 필수적이며 후자는 약물 처방 시 참고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와 옵디보 사례가 유명합니다. 두 약 모두 PD-1 inhibitor 항암제입니다. 먼저 출시된 옵디보는 Complementary diagnostics와 함께 사용하였고 뒤늦게 출시한 키트루다는 CDx와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한 1차 치료제 임상 시험에서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 50% 이상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여 성공한 반면 옵디보는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실패했습니다. 이후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게 됩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왜 CDx를 사용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CDx는 크게 두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1) 처방에 앞서서 번거럽고 시간이 걸리는 검사 절차를 거치게 되며 2) 대상 환자군이 좁아진다는 점입니다. 가급적 많은 약을 팔아야 하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슈입니다. 하지만 좁아진 대상 환자군에서 월등히 좋은 결과를 내놓는 경우 FDA 승인, 보험 적용 및 수가, 의사의 처방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CDx는 정밀의료의 총아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의료 현장에서 널리 이용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항암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대부분 PCR 혹은 IHC, FISH와 같은 유전자 관련 IVD(In Vitro Diagnostics)의 형태를 띕니다.

CDx가 널리 활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을 극대화하고 싶은 제약회사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선택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신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까지 모두 포함시켜서 임상 시험을 할 때 (All comer clinical trial)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옵션에 가깝습니다.

IVD 업체 입장에서도 CDx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약회사가 주도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여기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는 상황 자체가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익성이 좋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IVD업계는 low margin-high volume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CDx는 (소수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사량이 적습니다. 이 부분은 제약회사와 IVD 업계 모두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지만 IVD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큽니다. 신약의 경우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는 반면 CDx는 한번 검사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CDx 가격이 특별히 높게 책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CDx의 수가는 그 가치에 기반하기 보다는 검사의 원가(어떤 종류의 검사를 하는 지)에 따라서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IVD 보험 수가는 검사를 실시하는 검사 기관이 받는 액수를 결정합니다. IVD 업계는 이런 검사 기관에 납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진 수가의 일부분만을 받아가게 됩니다.

게다가 진단 기술은 일반적으로 신약만큼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슷한 검사가 비교적 쉽게 출시될 수 있습니다. CDx와 결합된 최초의 약물인 Herceptin의 경우 출시 후 10년 간 6종류의 서로 다른 FDA-approved assays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FDA 허가 없이 출시될 수 있는 LDT(Laboratory Developed Test: 검사 기관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해당 기관 내에서만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FDA 허가 없이 출시할 수 있는 검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 입장에서 CDx는 활용하기에 따라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2nd- -, 3rd- line 치료법을 1st line으로 당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Tarceva 항암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CDx로 선별된 환자에 대해서는 1st line therapy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Tarceva의 경우 1st line으로 인정받기 전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7%였는데 인정받은 후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2%로 향상되었습니다. Tarceva 출시 후 8년이 지난 시점에 1st line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이 정도 시점에 있는 약의 성장률로는 예외적으로 성장한 경우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후발 주자 입장에서 CDx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앞서 키트루다와 옵디보 사례에서 다룬 바와 같이 늦게 출시되었지만 특정 환자군에서 훨씬 좋은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경우입니다.

지금까지 제약회사와 검사 업계의 입장을 살펴보았는데 보험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보험사는 불필요한 약값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Prognostic test는 비싼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할 필요 없는 환자를 선별해준다는 점이, CDx는 비싼 치료제를 쓸 필요가 없는 환자를 선별해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론 CDx는 FDA 허가 사항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사가 검사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를 따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Prognostic 혹은 Predictive test 대부분이 암 치료 영역에 속하는 것은 결국 검사의 경제학적 가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암제의 가격은 비싼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검사비는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질 수 있어서 검사 실시의 부담이 적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에서 해당 치료법이 유효한 경우, 부작용이 생기는 비율이 적은 경우, 약물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런 검사를 이용할 유인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CDx는 대부분 항암제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혹은 면역 염색 검사 결과(PCR, IHC 혹은 FISH) 형태인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Thalassemia 병에서 Exjade 약을 쓸 때 간 MRI를 찍고 이를 Ferriscan이라는 툴로 분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Thalassemia 병에서 간에 철분이 축적될 수 있는데 그 양이 많을 때 Exjade 약을 쓰게 됩니다. 과거 간의 철분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간에 대한 조직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는 환자에 대한 위험이 큽니다. Ferriscan은 안전한 MRI 검사를 통해 이를 대체해 줍니다. 영상 검사를 CDx에 활용한 유일한 경우인데 이는 엄밀하게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검사 방법이라기 보다는 간 조직 검사라는 CDx 검사 방법이 존재하고 조직 검사 결과 수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훨씬 안전한) MRI 검사 방법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Ferriscan은 MRI를 통한다는 점 이외에도 다른 CDx와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CDx는 약물 처방에 앞서 환자의 질병 관련 특징을 찾아내는 일회성 검사인 반면 간의 철분양을 측정하는 Ferriscan은 질병의 상태를 반영하는 검사로 약물 처방 시는 물론 약물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약물 양을 조절하거나 약물 사용 중단 여부 결정을 도와줍니다. 이런 점에서 Ferriscan은 CDx이면서 약물 용량-결과 반응을 평가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Thalassemia 환자에서 간 철분 양 검사 결과(Ferriscan 포함)에 따른 Exjade 약물 농도 조절 가이드라인

약물에 대한 부작용 평가 및 약물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내어 적절한 치료 용량을 선별하는 것은 보통 약물유전체(Pharmacogenomics)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유사하지만 전자는 FDA 허가 사항에 약물 처방 전에 시행할 것이 명시되어 있는 CDx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약물 부작용을 평가하는 CDx의 대표적인 사례로 Abacavir 약에 대한 HLA-B*57:01 allele 검사가 있습니다. Abacavir는 미국에서 1998년에, 유럽에서는 1999년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9%의 환자에서 치명적인 과민반응(potentially life threatening hypersensitivity)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럽 규제기관인) EMA에서 제약사측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할 것을 요청했고 이후 8년에 걸친 연구를 거쳐서 HLA-B*57:01 allele을 동반진단으로 검증해 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Elitek라는 약에 대한 G6PD deficiency screening test가 있습니다. G6PD deficiency가 있는 사람에서 이 약을 쓸 때 심한 용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2009년 이 약의 허가 사항에 처반 전에 G6PD deficiency screening test를 실시할 것이 명시되었습니다.

CDx와 Complementary diagnostics가 일반적으로 약물의 작용이 기대되는 환자를 선별해서 주로 이들에서 약물을 사용하기 위한 검사라면 약물 부작용을 평가하는 CDx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해서 약물을 쓰지 않기 위한 검사입니다.

약물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내어 적절한 치료 용량을 선별하도록 도와주는 검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출처: The landscape of pharmacogenetic testing in a US managed care population

퉁쳐서 치료 용량을 선별한다고 했는데 엄밀하게 용도는 다양합니다.

CYP2C19 효소의 대사 기능이 저하된 환자(Poor metabolizer)에서는 (항혈전제인) Clopidogrel이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이 약 대신 다른 약(clopidogrel 이외의 P2Y12 저해제)을 사용할 것이 권고됩니다. 이는 약물 부작용 평가 CDx와 유사합니다. Amitriptyline 복용과 관련해서는 CYP2D6 효소 검사를 실시하고 ultrarapid metabolizers와 poor metabolizer에서는 이 약을 쓰지 말고 Intermediate metabolizer에서는 용량을 25% 감량할 것이 권고됩니다.

마지막으로 약물 용량에 따른 환자의 반응을 면밀하게 평가하여 최적의 용량을 찾아주는 것으로는 앞서 다루었던 Ferriscan이 있습니다. Thalassemia 환자에서 Exjade 약을 사용할 때 1년에 한번 Ferriscan을 통해서 간의 철분 용량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부터는 새로운 종류의 정밀의료 검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Prognostic Diagnostics 영역에 들어가는 검사로 Artera AI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전립선암 환자에서 ADT(Android Deprivation Therapy)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환자를 선별해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암 조직 H&E 염색 슬라이드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합니다. 2024년 1월 미국 메디케어의 보험수가를 적용받았습니다. Oncotype Dx와 유사합니다.

이 회사의 흥미로운 점은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로 가치를 입증했다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료에서는 사전에 검사 기준을 설정해서 임상 시험을 실시하는 전향적 연구(Prospective Study)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후향적 연구로 가치 입증을 해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과거 전립선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에 ADT 추가 여부를 보기 위한 3상 임상 시험(RCT)이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5건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검증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존 임상 시험에서 수집한 범용 데이터(H&E 염색 슬라이드)가 있고 이를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완전히 새로운 검사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면 이렇게 후향적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고 검증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검사 방법의 복잡성 이슈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아무리 좋은 검사라 해도 이걸 실시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검사실의 기존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면 널리 쓰이기 힘들 것입니다. Oncotype Dx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방암에서 유사한 용도의 다른 검사들은 fresh tissue가 필요한 반면 Oncotype Dx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의료진들이 이를 선호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Prognostic test에 속하는 또 다른 사례로 KidneyIntelX.dkd 검사가 있습니다. 신장 기능 검사 결과를 분석해서 신장이 나빠질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KidneyIntelX.dkd 검사는 당뇨성 신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세 가지 혈액 검사(TNFR-1, 2 및 KIM-1) 결과 및 전자 의무기록 데이터(사용 약물, 검사 결과, 몸무게, 나이, 거주 지역, 외래 방문 패턴, 의사 기록)를 종합해서 환자의 신장 악화 예상 점수와 함께 의사가 취해야 할 행동을 제시해 줍니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KDIGO 만성 신장병 위험 분류 시스템에 비해서 예측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했을 때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보험 수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KidneyIntelX.dkd는 이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검사 방법을 도입하기 전과 후의 진료 패턴 및 환자 치료 결과를 비교하는 pre/post 연구입니다.

검사 후 SGLT2 inhibitor 혹은 GLP-1 약물을 처방한 비율이 위와 같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검사 전후로 신기능의 변화 곡선 기울기가 호전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신장학계에서 인정받는 KDIGO 2024가이드라인에서 KidneyIntelX 검사 방법이 외부 타당성을 인정받은 신기능 예측 검사로 등재되었습니다.

KidneyIntelX는 2020년부터 메디케어 보험 수가를 적용받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때까지는 기존 방식보다 예측 정확도가 높다는 결과만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보험 적용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2022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다소 예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Prognostic test는 특정 치료법 (Oncotype Dx는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치료, Artera AI는 ADT) 실시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면 KidneyIntel X는 그렇지 않습니다. 관련된 논문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SGLT inhibitor나 GLP-1 analogue 약물 사용 여부 뿐 아니라 분과 전문의로의 진료 의뢰 여부 등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환자 outcome이 향상된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검사 결과가 전반적인 치료 방침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환자 outcome이 향상된다는 점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Digital Therapeutics 회사 중에서 최적의 약물 용량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Closed Loop Medicine이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고혈압에 amlodipine 약물 용량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mlodipine은 5mg과 10mg으로 시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amlodipine이 부종과 피곤의 부작용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amlodipine 5mg만으로는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데 이를 10mg으로 높이는 경우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난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종류의 혈압약을 쓰면 되지만 amlodipine은 널리 쓰이는 약이기 때문에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아쉽습니다.

Closed Loop Medicine은 amlodipine을 1mg 단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환자의 혈압과 부작용을 앱으로 기록하여 최적의 용량을 찾고자 합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환자 A의 경우 amlodipine 8mg에서 더 이상 용량을 높였을 때 추가적인 혈압 강하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부종 부작용은 심해집니다. 따라서 amlodipine 8mg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에 비해 환자 B는 낮은 용량에서 피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 amlodipine을 사용하지 않거나 저용량만 사용하고 바로 다른 약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근데 만약 대다수의 환자가 5mg이나 10mg을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이렇게 세분화된 용량을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가 처음으로 고혈압이 조절되기 시작했을 때 복용한 용량의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5mg, 10mg을 복용하는 환자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즉, 세분화된 용량을 가지고 고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혈압약의 경우 약물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종, 피로와 같은 부작용을 환자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알아서 용량을 조절할 여지가 있습니다. Closed Loop Medicine이 지향하는 것처럼 세부 용량을 통한 정밀한 환자 관리의 핵심은 결국 기존보다 다양한 용량의 약물을 출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흥미로운 개념의 회사이긴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일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밀의료는 의료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이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CDx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 대비 보험 수가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제약회사에 대한 의존이 커서 회사의 전략을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밀의료가 결국 달성해야 할 큰 그림이라고 한다면 개별 회사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특정 약물에 매이기 보다는 이를 피해갈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Predictive test 보다는 Prognostic test가 실행 난이도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이 이미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연구 개발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제품 개발 후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난이도는 제품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한 논문에서는 조직 검사에 바탕을 둔 정밀의료 검사의 실시와 관련해서 검사 단계 별로 아래와 같은 이슈가 있을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암과 관련된 정밀의료 검사들은 1회성인 경우가 많은 반면 간 철분 농도를 측정해서 약물 농도 조절 및 치료 종료 시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Ferriscan이나 신장기능을 평가해서 치료 방향을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KidneyIntelX의 경우 이런 점에서 장점을 가집니다.

끝으로 제약회사와 협력을 도모하는 경우 검사가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nd line 혹은 3rd line 치료법을 1st line 치료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던 지 혹은 후발 주자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던 지 하는 구체적인 이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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