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비즈니스 (2): 정밀 의료

지난 번 글에 이어서 헬스케어 데이터 비즈니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밀 의료 관련 데이터 비즈니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정밀 의료의 효용

정밀 의료와 관련된 가치는 대략 다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Clinical Decision Support(CDS): 비슷한 환자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료하는 지 참고
  2. Real world evidence(RWE): 아직 연구 결과로 발표되지 않은 치료 결과, 약물 부작용 등을 알 수 있음. 이를 바탕으로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을 받거나 clinical unmet needs를 파악해서 잘 될 가능성 높은 연구를 설계할 수 있음
  3. 신약 개발 전략 수립, (off-label 처방 결과 등을 통한) 약물 적응증 확대. 신약 임상 시험 시 피험자 모집, 신약 임상 시험 시 historical control 그룹 수립

굳이 분류하자면 1,2번은 병원에 3번은 제약회사에 유용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1번은 2번에 묶어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굳이 따로 분류한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가치이지만 제가 그동안 염두에 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번과 관련된 상황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암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항암제를 다 써보았는데 중간중간 효과를 보았지만 결국 재발했습니다. 더 이상 암 진료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표준 진료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암 전문의에게 문의하거나 최신 논문을 검색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많은 환자에 대한 진료 데이터 베이스가 있으면 어떨까요? 비슷한 상황의 – 같은 암으로 진단받고 비슷한 정도로 진행한 상태에서 같은 종류의 항암치료를 실시한-환자들이 이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았고 어떤 결과가 있었는 지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암 전문의라면 이에 바탕을 두고 치료 방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한 때 유행했던 IBM 왓슨보다 의사 진료에 더욱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료는 보험 적용 등 제도적,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잘 나가는 암센터 진료진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여건에 있는 의료진의 진료방침이 더욱 현실적이고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밀 의료에 포함되는 데이터

정밀 의료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어떤 것일까요? 진료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유전체는 지금은 DNA가 주를 이룰 것이고 넓게 보면 RNA, 단백질, 마이크로 바이옴 등도 점차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외에 사망 데이터(해당 병원에서 사망하지 않은 경우 진료 데이터에 사망 여부는 나타나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나 환자 일상 생활 데이터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 데이터입니다. 영상, 혈액 등 각종 검사 결과, 치료 방침, 치료 결과 전체를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병원 전자 의무기록에 모여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각종 검사는 의료기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는 아날로그 (팩스로 보내온 종이) 혹은 디지털 형태로 병원으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소규모 병원의 경우 데이터 통합에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상 검사의 경우 찍은 영상 및 판독 결과, 혈액 검사의 경우 의사가 오더를 내린 수치가 병원으로 오게 됩니다. 아날로그 형태든 디지털 형태든 그 결과를 받으면 검사 업체에는 의사가 추가로 필요로 할만한 것은 사실상 남아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전체 검사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유전체 검사 결과는 방대한 반면 그 가운데 당장 환자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의 의사는 전체 검사 결과를 분석하기 힘들기 때문에 검사실에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최종 리포트만 병원으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전체 데이터는 여전히 유전체 검사 업체에 남아있게 되며 유전체 검사 업체는 이를 활용해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만들어낼 여지가 있습니다.

유전체 검사 데이터를 다른 검사와는 달리 따로 언급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현재 정밀 의료에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곳은 병원(진료 데이터)과 유전체 검사 업체(유전체 데이터)입니다. 환자에 대한 정보 없는 유전체 데이터는 의미가 제한적이며 유전체 검사 결과는 병원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병원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주체는 환자 개인입니다. 병원 진료 데이터만큼 체계적이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질병에 관심이 많은 환자라면 주요 검사 결과, 주요 치료 약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가 여러 병원을 옮긴 경우에는 개별 병원보다 환자가 가진 정보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밀 의료 데이터에 대한 지불 의향 이슈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누가 정밀 의료 데이터를 위해서 돈을 낼 의향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목적과 주체에 따라서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병원이 다른 병원 데이터를 참고하기 위해서
  2. 제약회사가 병원 데이터를 얻기(접근하기) 위해서

병원은 기본적으로 수가를 벌 수 있거나 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없는 곳에 돈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위 두가지 경우 가운데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제약회사에 제공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모든 환자 데이터가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돈 되는 질병은 따로 있습니다. 신약 개발 트렌드로 보면 암과 희귀 질환(orphan disease)이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정밀 의료에서 중요한 데이터는 진료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이다.
  2. 진료 데이터는 필수이고 유전체 데이터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이다.
  3. 진료 데이터는 병원 전자 의무 기록에 있는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환자로부터 직접 수집한 데이터도 의미가 있다.
  4. 데이터의 수요처로서는 제약회사가 중요한데 이들은 암과 희귀 질환에 관심이 많다.

즉, 정밀 의료 데이터 회사는 암 혹은 희귀 질환에 대한 진료 데이터를 병원이나 환자로부터 얻어서 제약회사에 제공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를 모으기만 한다면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니만큼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어떻게 데이터를 모을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데이터 회사들의 병원 데이터 접근 전략

회사들이 어떻게 병원에 접근하는 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돈의 일부를 병원에 나누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돈만 가지고 병원을 설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액수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회사들이 그 정도 액수를 제시하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힘든 것 같습니다. 또, 병원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환자 데이터를 파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부담입니다. 따라서 회사들은 병원이 혹 할만한 가치를 제안하고자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분석 툴을 제공합니다. 회사들은 여기에 더해서 각자 나름의 가치를 제공하면서 차별화 합니다.

데이터 통합 및 분석 능력

병원에 데이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를 잘 분석해서 앞서 다룬 바와 같은 가치를 제공할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의 도움 없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가치를 만들어 내기 힘듭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전세게 최대의 암 관련 학회인 미국 임상 암학회(ASCO)는 여러 병원의 암 진료 데이터를 수집해서 암별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력해서 미국 내 100군데 이상의 암센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음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데이터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수집해도 분석해서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ASCO는 외부 전문 회사와 계약을 해서 데이터 분석, 수집을 맡기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ASCO는 (뒤에서 다룰) Tempus 회사 및 Predicsion HealthAI 회사에게 CancerLinQ라는 데이터 베이스에 대한 접근권 라이센스 계약을 맺습니다. ASCO는 이들 회사로부터 매년 라이센스 비용을 받게 됩니다. ASCO라면 전세계에서 암 진료와 관련된 최고 권위의 학회이고 미국 유수의 병원들과 계약을 맺었음에도 독자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기는 힘들었으며 결국 외부 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데이터 회사들이 병원에 제공하는 가치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들은 데이터 분석 툴에 더해서 각자 나름의 구체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병원 고객을 낚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크게 세가지 가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병의원에 무료 전자의무기록(EMR)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병원은 EMR을 무료로 사용하는 대신 진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클라우드 기반 EMR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병원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접근을 택했던 회사로 Practice Fusion과 Flatiron이 있습니다.

Practice Fusion 사례

Practice Fusion은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회사입니다. 2005년에 설립되어 2007년에 EMR을 출시합니다. 이 당시 금융 위기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등의 상황으로 인해서 크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이후 2009년부터 EMR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합니다. 마침 오바마케어에서 EMR을 도입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에 EMR을 설치하지 않은 (어떻게든 돈 안쓰고자 하는) 소규모 의원을 중심으로 설치 건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15년 한 투자은행은 다음 해인 2016년에 IPO하는 경우 그 가치가 $1.5Bil에 달낳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에 또 다른 EMR 회사인 AllScripts에 $100Mil에 매각되었습니다. 이후 현재는 구독료 기반으로 EMR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공짜로 EMR을 제공하고 얻은 데이터의 가치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던데 있는 것 같습니다. 다수의 소규모 의원에서 얻은 진료 기록의 값어치는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Practice Fusion은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EMR에 광고를 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다고 결국 선을 넘고 맙니다.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EMR 내에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합니다. AllScripts에 인수되기 1년 전인 2017년에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2020년 1월에 $145Mil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Practice Fusion 사례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은 병원 진료 기록을 막연히 모은다고 해서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Practice Fusion은 제약회사가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Flatiron 사례

2012년에 설립된 Flatiron은 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 역시 Practice Fusion과 마찬가지로 무료 EMR을 제공하면서 데이터에 접근하는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Flatiron은 암 진료(oncology) 분야만을 겨냥했다는 점입니다. Oncology에 특화된 EMR 및 보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Oncology 개원가에 이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한국에서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암 진료를 하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병원과 의사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개원가 의사가 (필요한 경우에 병원 시설을 빌려서) 암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접근 방식이 가능합니다.

Flatiron의 제품은 OncoEMR, OncoBilling, OncoAnalytics, OncoTrials및 Oncology에 대한 Value-Based Care, Revenue Cycle Management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EMR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만 하면 손쉽게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사들이 EMR에 입력하는 데이터는 대개 구조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계가 바로 읽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Flatiron은 수작업으로 데이터 구조화를 해줄 사람들을 고용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보면 Abstractor에 대한 구인 공고가 있는데 바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Glassdoor에 나온 리뷰 내용을 보면 Abstractor의 수는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MR에 기록된 내용을 구조화하는 작업은 적어도 아직은 상당한 공임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뒤에서 소개할 다른 회사들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접근 방식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전자 의무기록 회사는 디지털 형태로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척척 자동으로 귀중한 데이터를 뽑아와서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사이에는 많은 장벽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 3법이 제정된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닙니다.

데이터 통합 기능 제공

헬스케어 데이터 전문 기업들이 병원에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로는 데이터 통합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본적으로 미국에서는 각종 검사 데이터가 서로 다른 기관에 분절되어 있어서 통합 관리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유전체 데이터까지 포함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의미있는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를 전략으로 삼는 대표적인 회사가 Syapse입니다.

Syapse 회사 홈페이지에 보면 ‘Direct integration with molecular labs to capture structured molecular data’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병원이 유전체 검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할 때 그 결과지가 아날로그 (팩스, 종이) 형태로 오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 형태라고 해도 텍스트라서 그 결과가 structured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Syapse는 이런 부분까지 structured data로 통합시켜 준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이 회사가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치를 뽑아내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FDA-AACR Real World Evidence Workshop에서의 Syapse 발표 자료

Flatiron과 마찬가지로 Manual abstraction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Syapse 역시 Flatiron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Abstractor를 고용하고 있으며 회사 블로그에 Lead Clinical Abstractor 인터뷰가 나옵니다.

Syapse의 병원 고객은 보다 전문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Flatiron이 그렇듯이) EMR을 공짜로 제공하지 않아도 이미 독자적으로 EMR을 구축하고 있으며 좋은 데이터 분석 툴 자체의 값어치를 인정할만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병원이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병원들은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서 중소 규모 병원이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데이터 기업이 병원에 접근하는 세번째 방법은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묻어가는 것입니다. 유전자 분석 외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암을 진료하는 병원들과 관계를 맺고 넌지시 ‘우리가 좋은 데이터 분석 툴도 줄 수 있는데 이것도 같이 쓰면 좋지 않을까?’하고 제안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ASCO와의 계약을 따낸 Tempus입니다. 이때 Tempus는 유전체 raw data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지식을 창출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앞서 다룬 Flatiron 회사 역시 사실상 유전체 데이터와 결합한 가치를 제공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Flatiron 자체적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며 세계적인 바이오/진단 회사인 로슈가 2018년 2월에 Flatiron을, 2018월 6월에 유전체 분석 회사인 Foundation Medicine을 각각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해졌습니다. 이 두회사의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Tempus와 유사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회사들이 병원에 가치를 제공하면서 반대 급부로 진료 데이터를 얻는 접근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데이터 분석 도구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회사에 따라서 1) 무료 EMR 2) 데이터 통합 도구 3) 유전자 분석과 같은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회사들이 환자에 제공하는 가치

다음으로 환자를 통해서 데이터에 접근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의사들은 환자가 기록한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는가 하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암과 같이 파급 효과가 큰 병이나 빈도가 드물어서 쉽게 데이터를 구하기 힘든 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진단명만 확실해도 도움이 되고 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환자 본인이 치료 과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의외로 상세한 기록을 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혹은 당연하게도) 이들에 대한 데이터는 제약회사가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 환자군입니다.

물론 환자에게 가서 ‘당신 데이터를 나에게 주면 내가 이를 잘 엮어서 제약회사에 팔겠다’고 말했다가는 ‘꺼지라’는 말만 들게될 것입니다.

따라서 병원에 그랬던 것처럼 환자에게도 그들이 좋아할만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크게 두가지 사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희귀 질환 환자 커뮤니티

첫번째는 희귀 질환 환자들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Patientslikeme입니다. 이미 많이 다루어졌던 곳인만큼 상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비영리로 오해받기 좋은데 영리 조직이며 2017년에 중국 회사인 iCarbonX에 인수되었다가 2019년에 UnitedHealth가 인수합니다. iCarbonX는 중국 회사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 때문에 이 회사를 판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루었지만 UnitedHealth는 헬스케어 데이터계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데 Patientslikeme까지 인수하면서 정밀 의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UnitedHealth는 기존에도 의무기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제공

두번째는 Tempus가 그랬던 것처럼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환자에게 은근슬쩍 물어서 진단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입니다. 23andMe가 여기에 속합니다.

일부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유전체 분석만으로는 그 의미에 한계가 있습니다. ‘답’ (=진단)을 알아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B2C로 제공되는 23andMe의 주력 상품은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보다는 조상 찾기 서비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조상 찾기 유전자 검사는 Ancestry.com이 더 많이 실시하는데 23andMe의 차별점은 소비자를 잘 구슬러서 본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드는데 있습니다. 저는 안써봐서 모르겠는데 23andMe를 써본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왠지 정보를 주고 싶도록 잘 유도한다고들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23andMe는 소비자를 잘 구슬러서 본인의 유전 정보와 질병 정보와 검사비 $99 정도를 내도록 만드는 대단한 회사입니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회사들은 병원 혹은 환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얻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1. ASCO의 CancerLinQ 라이센스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병원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2. 아무(!) EMR 혹은 PHR을 마구잡이로 모은다고 돈되는 것 아니다.
  3. 디지털 형태로 저장된 데이터도 의미있게 구조화 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붙어야 하며 상당한 공임이 들어간다.
  4. B2C 유전체 회사가 헬스케어 데이터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수료 받고 유전체 분석하는 것을 넘어 질병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2 thoughts on “데이터 비즈니스 (2): 정밀 의료

  1. 글 감사합니다 .
    미국의 원격진료회사들도 환자데이터 분류하는 작업을 목적으로도 사업을 하는듯한데 국내의료법상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요?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