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therapeutics에 대한 고찰 (2)

원래 1부, 2부로 나누어 쓸 계획이 아니었는데 이전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추가할만한 내용이 떠 올라서 추가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체계적인 분석이라기 보다는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슈를 더하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메이저 이슈들은 아닐 것이라 DTx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면 pass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용량-반응 관계 (Dose-response relationship)

제약 산업에서는 약물 용량을 늘림에 따라서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S 자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 용량에서는 용량을 높여도 반응이 별로 달라지지 않다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용량에 따라 반응이 강해지고 고용량에서는 다시 용량에 따른 반응이 적어집니다.

DTx 선도 회사라고 할 수 있는 Pear therapeutics의 경우 물질 중독 치료 앱인 reSET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 용량-반응 관계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reSET 앱을 많이 쓸수록 결과가 좋다는 것입니다. 두 건의 포스터가 발표된 것으로 나오는데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Abstracts for the Ninth American Conference on Pharmacometrics (ACoP9). (2018). Journal of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 45(S1), S84–S85

Poster Presentation Abstracts (n = 71). (2019). The American Journal on Addictions, 28(3), 214–215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참가자는 매주 4개 모듈씩 12주간 총 48 모듈을 사용할 것을 요청받음.
  • 모듈 종료 시마다 보상이 있음. 48모듈 이상 사용할 수 있어 보임
  • 참가자는 평균 48개 중 38 모듈을 완료함 (80%)
  • 용량-Abstinence 관계: R2 = 0.21, P < 0.001
    • 50~62 모듈 사용: Total abstinence 84%
    • 30~49 모듈 사용: Total abstinence 71%
    • < 30 모듈 사용: Total abstinence 36%
  • 용량-외래 방문 관계: R2 = 0.63, P < 0.001
    • 처음 6주 동안 24개 모듈 이상 사용한 사람은 18개 모듈 미만을 사용한 사람보다 12주 프로그램을 완수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음

환자가 reSET 앱을 많이 쓸수록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약물의 경우 환자나 의사의 자의적인 개입 없이 복용 용량이 결정됩니다. reSET의 연구는 환자의 선택에 따라서 사용한 모듈 개수가 달라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약물 중독을 끊을 의지가 많은 환자일수록 reSET 앱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치료 결과가 좋아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약에서 이야기 하는 용량-반응과는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포스터 초록 내용을 보면 ‘(용량-반응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 데이터는 reSET의 neurobehavioral impact를 보여주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이 내용 뒤에는 ‘reSET의 용량/참여도는 치료성과를 예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타당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초기에 reSET 앱을 사용하는 양상을 보고 치료 의지가 높은 (따라서 중독을 끊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경우 치료 초기에 reSET 앱을 잘 안쓰는 사람을 특별 관리한다던 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reSET이 단독 요법이 아니고 기존 치료 (TAU: treatment as usual)에 병행해서 사용하며, 기존 치료가 상담 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담사도 환자를 한두번 만나보면 치료가 될 환자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상 시험을 통해서 DTx의 용량-반응을 입증하려면 환자군을 나누어 DTx 용량을 다르게 적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임상 시험 비용이 매우 비싸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이런 임상 시험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보험회사 입장에서 환자들이 앱을 얼마나 사용할 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량-반응 임상 시험을 통해서 어느 용량 (모듈 수, 앱 사용 시간 등) 이상 사용한 환자에서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오는 지를 입증하고 그 용량을 달성한 환자에 대해서만 보험 적용을 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복잡한 방법 보다는 value-based reimbursement를 통해서 치료 결과 (예: reSET의 경우 12주 종료 시점에서 소변 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는 환자 비율이 xx% 이상일 것)에 따라서 보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성 (Engagement)

제약 산업에서 용량-반응은 보통 한번에 복용하는 약물의 양과 반응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DTx에서는 ‘한번에 복용하는 양’의 의미가 애매합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Pear therapeutics의 연구는 일정 기간 동안 환자가 사용한 모듈 수를 용량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용량-반응의 개념에 환자가 얼마나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지 여부를 의미하는 복약 순응도를 결합시킨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DTx에서는 용량-반응의 의미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DTx의 사용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DTx에 대한 임상 시험 논문에 연구 기간 동안 환자들이 제품을 열심히 사용했음을 자료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논문으로 이 부분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막상 찾으려니 잘 안찾아져서 생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임상 시험 환경과 환자의 일상 생활 환경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임상 시험 환경에서는 연구자가 ‘복약 순응도’를 열심히 챙깁니다. 연구 간호사 등의 인력이 복약 여부 챙길 겸 문안 인사를 드리기도 하고 임상 시험 참가자들의 문의 전화를 24시간 받아주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요인은 호손 효과 (Hawthorne effect) 입니다.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행동이 바뀌는 현상입니다. 연구자들이 챙기는 것과는 별개로 피험자들이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좀 더 열심히 약을 챙겨 먹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 시험에서 입증된 치료 효과가 일반 진료 현장에서는 재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만 먹으면 되는 기존 상황보다 디지털 제품으로 치료하는 상황에서 복약 순응도는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환자들’이 앱은 얼마나 열심히 쓸지 의심스럽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열심히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성이 중요해집니다.

DTx에 속하는 제품들이 처방용이거나 특정 회사 직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써보고 사용성을 이야기 하기는 힘듭니다. reSET의 FDA 승인 서류 에 나오는 reSET의 screenshot이 다음과 같습니다.

화면 4개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쓰기에 괜찮을까 싶은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Pear therapeutics의 reSET이나 reSET-O의 경우 12주간 사용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만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제품의 경우 사실상 평생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성 문제는 매우 중요해 집니다. 사용성은 임상 시험 결과만으로 증명하기는 힘들며 결국 시장 출시 후 real world data로 입증해야 합니다.

기존 약물의 경우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알수가 없어서 좀 과장하자면 의사가 약 처방하고 나면 끝인 반면 DTx의 경우 환자 사용 데이터가 전부 남기 때문에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DTx 회사 입장에서는 이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한 value-based reimbursement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디지털 버전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Medicare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 (Diabetes Prevention Program: DPP)에 적용하는 수가는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세션에 참여한 횟수, 체중 감량 결과 목표가 있고 그 달성 여부에 따라서 수가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DTx가 보험 수가 적용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적용된다면 DPP와 유사한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 문제: placebo를 사용할 것인가?

DTx는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대조군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이슈가 있습니다. DTx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은 기존 치료 (treatment as usual: TAU)를 적용하고 치료군은 TAU + DTx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SET과 reSET-O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앱을 연구할 때 placebo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링크된 학술지 commentary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장비에 대해 높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으며 장비의 능력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있음
  • 한 우울증 자가 증상 기록 앱 연구에서 별도의 직접적인 치료 조치 없이 증상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었음 (Even without any direct therapeutic intervention, smartphone self-monitoring significantly reduced symptoms)

같은 저자들이 포함된 연구진들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우울, 불안 치료 연구에 대한 meta-analysis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두 편의 meta-anlysis에서는 연구들을 대조군에 따라서 inactive 대조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active 대조군 (간단한 읽을 거리를 주는 것과 같이 placebo를 주는 것)으로 나누어서 치료 성과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과 불안 치료 양쪽 모두에서 inactive 대조군을 사용한 연구에서 active 대조군을 사용한 경우에 비해서 치료 성과가 더 좋게 나왔습니다. 즉, digital placebo 효과는 존재하며 디지털 앱을 사용한 연구를 할 때 placebo 사용을 적극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이트에 따르면 두가지 DTx 연구에서 placebo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비디오 게임을 통한 ADHD 치료제를 만드는 Akili와 불면증 치료제를 만드는 Sleepio입니다. Akili의 CSO는 placebo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시장에서 플라시보 역할을 할만한 게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것은 Boggle과 같은 교육 단어 게임이었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무작위로 글자가 배열되고 거기서 단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We couldn’t find a product on the market that would fill the role of placebo, so we developed our own: it’s an educational word game like Boggle. It’s a video game with a cube with letters; you “shake” it, and there’s a random distribution of letters, and you have to invent words.

어떤 식으로 placebo를 사용했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 http://www.clinicaltrials.gov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Akili는 11개의 임상 시험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placebo 게임을 사용한 연구가 어떤 것인지는 알기가 힙들었습니다.

Sleepio의 경우 8개의 임상 시험을 실시했는데 여러 연구에서 검증된 온라인 수면 위생 관련 컨텐츠를 보는 것을 placebo로 하였고 한 연구에서는 Sleepio의 한 세션에 해당하는 20~25분 정도 걸리는 온라인 퍼즐을 placebo로 하였습니다.

Digital placebo에 대해서 찾아보기 전 까지는 대조군으로 treatment as usual을 적용하는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이상의 내용을 공부하고 나니까 placebo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료 영역/방법과 FDA 승인 이슈

현재 DTx는 대략 질병 예방/관리, 복약 순응도 개선, 질병 치료 (보조)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Pear therapeutics가 내세우려는 것과 같이) 질병 치료 (보조)가 좁은 의미의 DTx라고 볼 수 있고 reSET, reSETS-O의 승인과 함께 이 영역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FDA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FDA가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 매우 전향적인 조직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치료법에 대해서 치료 목적의 승인을 내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학술적인 background가 있으면서 꼭 앱의 형태는 아니라고 해도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다수 거친 치료법들이 승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처방용 DTx (Prescription DTx)인 경우 FDA 승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장에서 의사가 처방을 하는 것인데 기존에 검증된 치료법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경우 처방을 하게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FDA로 부터 치료 목적으로 승인을 받는 것이 DTx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Welldoc이 그랬던 것처럼 의료 데이터 관리용 소프트웨어로 FDA 승인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목적 승인이 목적인 경우 대상 치료법 선정 과정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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